공무방해/뇌물
E학원의 채점 업무 담당자였던 피고인 A가 퇴사 후 학부모들에게 학원 운영 및 원장, 강사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하여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원심에서는 피고인에게 유죄가 선고되어 벌금 500만 원이 부과되었으나, 피고인과 검사 쌍방이 항소하였습니다. 항소심에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발언이 허위 사실이거나 피고인이 허위임을 인식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피해자 측이 허위 사실확인서를 제출하고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는 점, 피고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19년 7월경부터 약 3개월간 서귀포시의 E학원에서 채점 업무를 담당하다 퇴사했습니다. 이후 2020년 1월부터 4월까지 학원생 학부모 F, G, H에게 전화를 걸어 E학원의 원장 C과 영어 강사 D, 그리고 학원 운영 전반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의 말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C 원장이 학생들 앞에서 욕설을 하고, 학원이 태블릿으로만 수업하며 학생들을 방치하고, 피고인에게 불법적으로 강의를 시켰으며, 학원이 불법 등록되었다는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D 강사에 대해서는 아무 능력이나 자격증이 없고 전문적으로 영어를 배운 사람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또한, 피고인 본인이 학원에서 임금 300만 원을 받지 못하고 나왔으며 21세로 학원에서 일할 수 없는데 C 원장이 불법으로 일하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해자 C과 D는 이러한 발언들이 허위 사실이며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학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며 피고인 A를 고소했습니다. 원심 법원은 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가 학부모들에게 한 발언이 객관적으로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허위 사실인지, 피고인이 발언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발언이 명예훼손죄의 '사실 적시' 또는 업무방해죄의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하는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검사가 이러한 사실들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했는지가 판단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항소심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발언이 허위 사실이거나 피고인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 C이 허위 사실확인서를 제출하는 등 증거 조작 시도가 있었고, C의 진술은 신빙성이 낮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피고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J의 진술)과 증거(C의 욕설이 담긴 녹취록)가 존재했으며, D 강사의 강사 등록 지연, 태블릿 수업 방식, 피고인의 임금 분쟁 등은 발언의 허위성을 단정하기 어렵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부 발언은 '사실 적시'가 아닌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 표현'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보아, 결국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결론 내려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및 업무방해죄의 성립 요건과 관련하여 중요한 법리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1. 형사재판의 증명책임: 형사재판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모든 사실, 즉 주관적 요건(피고인의 인식 등)과 객관적 요건(발언의 허위성 등) 모두 검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해야 합니다. 특히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경우,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진실에 부합하지 않아 허위일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그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발언했다는 점까지 검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2. 업무방해죄의 '허위사실 유포' (대법원 2021도6634 판결 등): '허위사실의 유포'는 객관적으로 진실과 부합하지 않는 사실을 퍼뜨리는 것을 의미하며, 단순한 의견이나 가치판단 표시는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유포한 내용이 사실과 의견 중 어느 것에 속하는지 판단할 때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 증명 가능성, 문맥,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인 정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기본적 사실이 진실이더라도 거짓이 덧붙여져 타인의 업무를 방해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도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용 전체의 취지가 중요한 부분에서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고 단지 세부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아 업무를 방해할 위험이 없다면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3. 명예훼손죄의 '사실 적시' (대법원 2022도15642 판결 등):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합니다. 이는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 표현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시간적,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대한 보고나 진술을 뜻하며 증거로 증명이 가능한 것을 말합니다. 어떤 진술이 사실인지 의견인지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 증명 가능성, 사용된 문맥,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4. 형법 제310조 (위법성 조각): 명예훼손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발언의 허위성 자체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아 이 조항이 직접 적용되지는 않았으나, 피고인이 항소 이유로 주장했던 부분입니다.
5.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 판결): 피고 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이 사건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6.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항소심 판결): 항소법원은 항소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판결해야 합니다.
7. 형법 제58조 제2항 (무죄 선고와 공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의 무죄 판결을 선고할 때에는 피고인의 청구나 동의가 있다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할 수 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할 경우, 그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하며 단순한 소문이나 추측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녹취록, 메시지 기록, 계약서, 급여 내역 등 객관적인 증거를 사전에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비판적인 의견 표현은 명예훼손이 아닐 수 있지만,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며 허위 내용을 유포하는 것은 명예훼훼손이나 업무방해죄가 될 수 있으므로 자신의 발언이 사실 적시인지 의견 표명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발언이라 할지라도 허위 사실 유포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실을 다소 과장하여 표현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더라도 과장된 부분이 업무방해 위험을 초래할 정도라면 주의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증거를 허위로 조작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불리한 증거에 대해서는 진위 여부를 적극적으로 다투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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