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뇌졸중 합병증과 말기신부전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에게 혈액투석 중 적외선 조사기를 사용하다가 심재성 2도 화상을 입힌 의료 사고입니다. 환자 보호자의 요청으로 적외선 조사기를 사용했지만, 의식이 혼미하고 스스로 체위 변경이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 의료진의 충분한 주의 의무가 다해지지 않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간호사의 업무상 과실과 병원의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어 환자 자녀들에게 화상 치료비와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다만, 화상과 환자의 최종 사망(폐렴으로 인한 패혈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았고, 손해배상 책임은 80%로 제한되었습니다.
2016년 11월, 뇌졸중 후유증과 말기신부전으로 의식이 혼미한 망인(73세)이 피고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습니다. 12월 29일, 망인이 혈액투석을 받는 중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간호사 D이 적외선 조사기를 사용했습니다. 혈액투석 종료 후 간호사가 망인의 오른쪽 무릎에 평소보다 뜨거운 열감을 발견했고, 같은 날 심재성 2도 화상이 확인되었습니다. 이후 망인은 2017년 5월 27일 폐렴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자녀들은 간호사의 과실로 화상이 발생했고 이 화상이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며 화상 치료비, 장례비, 위자료 등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들은 과실이 없거나 인과관계가 없다고 다투었습니다.
중환자실 환자에게 적외선 조사기 사용 시 의료진의 주의 의무 위반 여부, 발생한 화상과 환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인정 여부, 그리고 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입니다.
법원은 피고들(간호사 D과 의료법인 E)이 공동하여 원고들(환자 자녀들)에게 각각 9,353,47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들과 피고들이 절반씩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재판부는 간호사 D이 의식이 혼미하여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중환자에게 적외선 조사기를 사용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관찰하고 조사기의 위치를 적절히 변경해야 할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화상을 입혔다고 보아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간호사 D의 사용자인 의료법인 E에게도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 책임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망인이 기존에 앓고 있던 지병들과 화상 부위 감염 소견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화상이 망인의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최종적으로 피고들의 책임은 보호자의 요청으로 적외선 조사기를 사용한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전체 손해액의 80%로 제한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화상 치료비 및 위자료만 인정되었고, 사망과 관련된 장례비 등은 배상 범위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다음의 법률과 법리에 따라 판단되었습니다.
1.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원칙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간호사 D이 의식이 혼미한 환자에게 적외선 조사기를 사용하면서 충분한 관찰 및 조치 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인정되어, 이 조항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했습니다.
2. 민법 제756조 제1항 (사용자의 배상책임) 다른 사람을 고용하여 일을 시키는 자는 그 고용된 사람이 업무를 수행하다가 제삼자에게 끼친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 의료법인 E는 간호사 D의 사용자로서, D의 업무상 과실로 환자에게 발생한 화상 손해에 대해 함께 배상할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3. 의료과실에 대한 인과관계 입증책임 완화 법리 의료 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며, 환자 측이 의료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의료 사고가 발생한 경우, 환자 측이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이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 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사정을 증명하면, 의료 행위를 한 측이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것임을 입증하지 않는 한,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합니다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등). 다만 본 사건에서는 화상과 망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기저 질환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4.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법원은 손해 발생 또는 확대에 피해자 측의 과실이나 기여가 있거나,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 경위 및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가해자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될 경우, 가해자의 배상 책임을 일정 비율로 감경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보호자의 요청으로 적외선 조사기가 사용되었고 간호사도 수시로 상태를 확인하려는 노력이 있었던 점 등이 참작되어, 피고들의 책임이 80%로 제한되었습니다.
의식이 없거나 거동이 불편하여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거나 피할 수 없는 환자에게 의료 기기를 사용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보호자의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료진은 환자 안전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을 지므로, 항상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환자에게 화상 등 신체적 손상이 발생했을 경우, 의료 행위와 손해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환자가 기저 질환이 많은 경우 손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더욱 엄격하게 판단될 수 있으므로, 의료 기록과 검사 결과 등을 통해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법원은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의료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일정 비율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호자의 요청이나 의료진의 일부 노력이 인정되면 책임 비율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