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 행정
원고 A는 C에게 부동산을 팔았지만 매매대금 일부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C는 이 부동산을 피고 B 주식회사에 신탁하는 계약을 맺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습니다. 이에 원고 A는 C의 신탁계약이 자신의 채권을 해치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해당 신탁계약의 취소와 부동산 등기의 말소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C의 신탁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며 원고 A가 소송을 제기한 시점이 법정 제척기간을 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원고 A의 손을 들어주며 신탁계약을 취소하고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는 2019년 7월 29일 C와 4억 1천만 원에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C는 매매대금 일부를 미지급한 상태에서 2019년 8월 22일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했습니다. 이후 C는 2019년 8월 29일 원고에게 1억 1천5백7십4만1천3백5십원을 9월까지 지급하겠다는 대금지불각서를 교부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C는 원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바로 그 날인 2019년 8월 22일 피고 B 주식회사와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원고 A는 2022년 C를 상대로 매매대금 1억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2023년 4월 18일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습니다. 이후 원고 A는 이 판결을 바탕으로 C의 재산을 파악하려 했으나 구체적인 정보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피고 B 주식회사는 원고 A가 C의 사해행위를 안 날로부터 1년이 지나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제척기간이 도과하여 부적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신탁한 행위가 채권자를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기간(제척기간)이 지나지 않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B 주식회사와 C 사이에 2019년 8월 22일 체결된 신탁계약을 취소하고, 피고 B 주식회사는 C에게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로 원고 A는 C로부터 돌려받지 못했던 매매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채권 확보 가능성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C가 피고 B 주식회사에 넘겼던 부동산은 다시 C의 명의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법률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채권자취소권 (민법 제406조 제1항):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사해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는 그 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C가 원고에게 갚아야 할 매매대금 채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피고에게 신탁한 행위는 채무자의 재산이 줄어들어 채권자에게 채무를 갚을 수 없게 만들었으므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피보전채권의 존재: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려면 취소를 구하는 법률행위(이 사건에서는 신탁계약)가 이루어지기 전에 채권(이 사건에서는 매매대금 채권)이 존재해야 합니다. 원고의 C에 대한 매매대금 채권은 신탁계약이 체결된 2019년 8월 22일 이전에 발생했으므로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사해의사 및 수익자의 악의 추정: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하지 않은 채 유일한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신탁하는 경우, 이는 채권자를 해칠 의사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사해의사). 또한, 이러한 사해행위로 이득을 본 사람(수익자, 즉 피고 B 주식회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추정됩니다(악의 추정). 이 사건에서 C가 유일한 부동산을 신탁한 행위는 사해행위로 인정되었고, 피고 B 주식회사 역시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악의가 추정되었습니다.
제척기간 (민법 제406조 제2항): 채권자취소권은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여기서 '취소원인을 안 날'은 단순히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했다는 사실을 넘어, 그 처분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임을 알고 채무자에게 사해의사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 날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원고가 C의 재산 상태와 신탁계약이 사해행위임을 인지한 시점이 피고의 주장보다 늦었다고 판단하여 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돌리거나 신탁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채무 회피를 시도할 경우, 채권자는 채무자의 재산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신속하게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채무자의 재산 처분 행위가 채권자를 해칠 의도(사해의사)로 이루어졌다고 판단되면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여 해당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채무자 명의로 원상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사해행위를 안 날'의 기준은 단순히 재산 처분 사실을 아는 것을 넘어 채무자의 재산 부족 상태와 그 행위가 채권자를 해치는 사해행위라는 점, 그리고 채무자에게 사해의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인지했는지에 따라 달라지므로 소송 제기 시점을 신중히 고려해야 합니다. 채무자가 특별한 다른 재산 없이 유일한 재산을 처분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로 추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