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 행정
이 사건은 채무초과 상태에 있던 주식회사 E가 자신의 유일한 부동산에 여러 채권자들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를 두고, 신용보증기관인 기술보증기금이 이를 다른 채권자들의 이익을 해하는 사해행위로 판단하여 해당 근저당권 설정 계약의 취소와 등기 말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채무자의 근저당권 설정이 사해행위에 해당하고,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피고들의 선의 주장을 배척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주식회사 E는 2016년 4월 15일 기술보증기금과 보증금액 3억 4천만 원의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하고 F은행에서 4억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이후 E는 직원들의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하여 근로복지공단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총 1,190만 원의 체당금을 지급하게 되었습니다. E가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던 2019년 7월 15일부터 2020년 3월 26일 사이에 파주시 D 임야 1,576㎡에 대해 피고 A, 주식회사 B, 주식회사 C에게 각각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9년 8월 12일 E의 부동산에 가압류 결정을 받았으며, E는 2020년 2월부터 여러 채무를 연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기술보증기금은 2020년 6월 11일 E에 대한 사전구상금을 청구채권으로 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가압류 신청을 하고, 2020년 9월 11일 F은행에 3억 4천여만 원을 대위변제한 후, E가 피고들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사해행위라고 보아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기술보증기금의 사해행위취소 소송이 적법한 제소기간 내에 제기되었는지 여부와 사해행위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성립하는지 여부, 그리고 주식회사 E가 피고들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다른 채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피고들이 그 행위가 사해행위임을 알았는지(악의)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주식회사 E와 피고들 사이에 체결된 각 근저당권설정계약이 모두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피고들은 원상회복으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파주등기소에 마쳐진 각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인 기술보증기금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들이 주식회사 E로부터 설정받았던 근저당권은 취소되었고, 관련 등기들은 말소됩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406조 제2항 (채권자취소권의 행사기간): 이 조항은 채권자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채권자가 취소 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 그리고 법률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여기서 '취소 원인을 안 날'이란 단순히 채무자의 법률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것뿐만 아니라, 그 행위로 인해 채권자의 공동 담보 재산이 부족해지거나 더욱 부족해져 채권을 완전히 만족시킬 수 없게 된다는 점, 즉 채권자에게 불리함을 알았을 때를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피고 A의 근저당권 설정 계약이 사해행위임을 알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제소기간이 도과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해행위취소권의 피보전채권: 채권자취소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행해지기 전에 발생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해행위 당시에 이미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발생되어 있고,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따라 채권이 성립될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권이 성립된 경우에도 해당 채권은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의 사전구상금 채권은 피고 B, C의 근저당권 설정 계약 전에는 성립했으나, 피고 A의 근저당권 설정 계약 당시에는 직접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E가 1년 전부터 임금을 체불하고 있었고 근로복지공단이 체당금을 지급하는 등 채무 불이행 조짐이 뚜렷했으므로, 가까운 장래에 다른 채권자의 가압류 등으로 원고의 사전구상권이 성립할 개연성이 높다고 보아 피고 A에 대해서도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사해행위 및 사해의사: 채무자의 재산이 빚을 전부 갚기에 부족한 상태(채무초과)에서 채무자가 특정 채권자에게 자신의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대물변제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사해행위'가 됩니다. 이러한 경우, 채무자(E)가 그러한 사해의사가 있었다는 것과 해당 재산을 받은 채권자(피고들)가 사해행위임을 알았다는 것(악의)은 추정됩니다. 피고 A과 C는 자신들이 선의의 수익자였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 A의 주장에 대해 이례적인 근저당권 설정 과정, E의 자금 상태 등을 들어 악의 추정을 뒤집기 어렵다고 보았고, 피고 C에 대해서도 E의 채무 연체가 본격화되던 시기에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다는 점을 들어 사해행위임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채무자가 재정적으로 어려워져서 빚을 갚기 힘든 상황이 되면, 특정 채권자에게만 자신의 재산을 넘기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행위는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해행위'로 인정되어 법적으로 취소될 수 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서 아래 내용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