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교통범죄 · 행정
A씨는 교통사고를 낸 후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A씨는 자신은 구호조치를 했으며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현장을 떠났고, 형사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면허 취소는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피해자의 동의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고 보았고, 행정처분과 형벌은 그 목적이 다르므로 무죄추정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A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020년 6월 5일 오후 9시 8분경, 원고 A는 인천의 한 사거리에서 교통신호를 위반하여 좌회전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 B(외발 전동 휠 운전자)를 차량으로 들이받아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부상을 입혔습니다. 사고 발생 후 원고는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는 이유로, 2020년 7월 9일 경기도남부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자동차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게 되었습니다. 원고 A는 자신이 사고 직후 피해자에게 병원 방문을 권유하고 명함을 건네주었으며,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현장을 떠났으므로 구호조치를 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아직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면허 취소 처분을 내린 것은 '무죄추정 원칙'에 어긋나며, 직업상 운전이 필수적이므로 이 처분은 과도한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면허 취소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교통사고 후 운전자가 피해자 구호 등 필요한 조치를 다 했는지 여부, 피해자의 동의 없이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형사 재판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행정처분이 무죄추정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운전면허 취소 처분이 과도한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경기도남부지방경찰청장이 원고에게 내린 자동차운전면허 취소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합니다.
법원은 원고가 피해자의 명확한 승낙 없이 사고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원고가 사고 직후 피해자와 대화하고 명함을 주었다 하더라도, 이는 법이 정한 '구호 등 필요한 조치'나 '현장 이탈에 대한 피해자의 승낙'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형사 재판의 유무죄 판단과 별개로 행정처분은 그 목적과 취지가 다르므로, 형사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면허 취소 처분을 내린 것이 '무죄추정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운전면허 취소처분의 기준이 법규에 부합하며, 원고의 직업적 어려움 등의 사정만으로는 이 처분이 재량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는 구 도로교통법(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주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1. 구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사고 발생 시의 조치 의무): 이 조항은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물건을 손괴했을 때, 운전자가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와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는 피해자와 대화하고 명함을 주었지만, 법원은 이를 충분한 구호조치나 현장 이탈에 대한 피해자의 승낙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즉, 사고 후의 조치는 형식적에 그쳐서는 안 되며,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구호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의무를 다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단순히 명함을 주고 자리를 뜨는 것은 이 조항이 요구하는 '필요한 조치'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 구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본문 제6호 (운전면허 취소·정지 사유): 이 조항은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하고 구호조치를 하지 아니한 때'를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사유로 명시합니다. 원고가 사고 후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는 사실이 인정되면서, 피고는 이 조항에 근거하여 원고의 운전면허를 취소했습니다. 이는 '뺑소니'로 불리는 행위에 대해 면허 취소라는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됩니다.
3.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 (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 이 법률은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하고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 더 무거운 형벌을 부과하도록 규정합니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이 법률 위반에 대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는데(현재 항소심 진행 중), 법원은 '형벌'인 이 판결의 확정 여부와는 별개로, '행정처분'인 운전면허 취소는 그 목적과 취지가 다르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다시 말해, 형사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가 되더라도, 사고 후 미조치 사실이 인정되면 행정기관은 별도로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4. 행정청의 재량권: 행정청이 법률에 근거하여 처분을 내릴 때 일정한 범위 내에서 판단의 자유를 가지는 것을 재량권이라 합니다. 다만, 이러한 재량권은 법률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행사되어야 하며, 범위를 넘어서거나 자의적으로 행사될 경우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위법한 처분이 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는 직업상 운전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들어 면허 취소가 재량권 남용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사고 후 미조치의 중대성, 관련 법령의 처분 기준 등을 고려할 때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차량을 멈추고 다음 사항들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첫째, 부상자가 있다면 지체 없이 구호 조치를 하고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만약 피해자가 괜찮다고 말하더라도 반드시 신체 상태를 확인하고 병원 진료를 받을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며, 필요시 119에 신고해야 합니다. 둘째, 피해자에게 자신의 인적 사항을 정확하게 제공해야 합니다. 단순히 명함을 건네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인적 사항 제공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셋째, 피해자의 동의 없이 현장을 떠나는 것은 '사고 후 미조치(뺑소니)'에 해당하여 형사 처벌은 물론 운전면허 취소와 같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현장을 떠나는 것에 명확하게 동의했는지 확실히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동의 의사를 녹음하거나 서면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은 별개의 목적을 가지므로, 형사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행정처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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