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극소저체중으로 태어난 아기가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 엔테로박터 사카자키균 감염, 뇌수막염, 뇌농양 등 발생 후 뇌손상으로 인한 중증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에 아기의 부모와 가족은 병원의 감염관리 소홀 및 진단과 조치 지연이 장애 발생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에 11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5년 피고 병원에서 재태기간 30주 6일 만에 1,260g의 극소저체중아로 태어나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했습니다. 치료 중 패혈증, 엔테로박터 사카자키균 감염, 뇌수막염, 뇌농양이 발생하여 배액술 및 항생제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후 뇌실 복강 단락수술도 받았으나, 결국 뇌손상으로 인해 노동능력 상실률 100%의 중증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원고 A의 부모와 언니는 병원 의료진이 분유 조제 및 비위관 관리를 소홀히 하여 감염병에 걸리게 했고, 괴사성 장염 및 뇌수막염에 대한 진단과 조치를 제때 하지 않아 뇌손상이 악화되었다며 병원 측에 총 11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병원 측은 규정대로 적절한 의료행위를 다했으며, 아기의 상태는 의료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맞섰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병원 의료진이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감염에 취약한 극소저체중아인 원고 A에 대해 분유 조제 및 비위관 관리 등 감염관리를 소홀히 하여 엔테로박터 사카자키균에 감염되게 했는지 여부. 둘째, 피고 병원 의료진이 엔테로박터 사카자키균 감염으로 인한 괴사성 장염과 뇌수막염에 대해 적시에 적절한 진단과 조치를 취하지 않아 원고 A의 뇌손상 장애를 악화시켰는지 여부. 셋째, 위와 같은 의료진의 과실이 원고 A에게 발생한 뇌손상 장애의 원인이 되었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감염관리상 과실과 진단 및 조치상 과실이 존재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감염관리상 과실 관련: 엔테로박터 사카자키균은 분유를 통해 전파될 수 있지만, 인간의 장 내용물, 물, 토양 등 환경에 널리 존재하는 균이어서 반드시 외부 침입으로만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 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인증기준을 충족했으며, 규정에 따라 3일에 한 번 비위관을 교체했고, 같은 기간 다른 저체중 출생아 20여 명 중 원고 A 외에 감염된 환아는 없었습니다. 보건소 신고 의무가 없는 균이고,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의도 병원의 진료기록상 감염관리에 부적절한 조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진단 및 조치상 과실 관련: 원고 A의 복부 엑스레이상 장염이 의심되었으나, 복부 영상 소견 외 임상 소견을 종합할 때 반드시 금식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고, 담즙성 분비물 배출도 극소저체중아에게 흔한 증상으로 최소 영양 수유를 중단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또한, 괴사성 장염 확진이 어려웠고, 증상 악화 시 금식 조치를 취했습니다. 원고 A의 발열은 즉시 떨어져 뇌수막염 감염 기준인 37.8도 이상의 고열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신생아의 뇌수막염 진단은 어렵고, 환자 상태가 불안정하면 항생제 투여를 먼저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감염이 의심되자 항생제를 적절히 투여했으며, 이 항생제들이 엔테로박터 사카자키균에 반응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뇌수막염이 지속된 것은 극소저체중아의 낮은 면역력과 뇌내 농 형성 때문으로 보았고, 이후 배액술로 감염 증상이 완화되었습니다. 뇌수막염에서 뇌출혈은 극히 드문 합병증이나, 극소저체중아는 뇌출혈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20~50%에 달하므로 이 사건 장애가 의료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고들이 주장하는 의료과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고, 의료진의 행위가 합리적인 의료재량 범위 내에 있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는 의사나 병원 측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때 인정됩니다. 이 조항은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하게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의료행위의 주의의무 및 의료과실 입증 책임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기술 수준에 따라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환자 측은 의료진이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과실이 있었고, 그 과실 때문에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다만, 의료행위의 특수성 때문에 의사의 과실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간접적인 사실을 통해 과실을 추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추정만으로 병원의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진의 재량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므로, 의사는 환자의 상태와 당시의 의료 수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상당한 재량권이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재량 범위 내에서의 선택이라면, 설령 그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의료과실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병원 의료진이 시행한 진단 및 조치들이 합리적인 의료재량 범위 내에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의료행위의 특성상 환자 측이 의료진의 과실과 그 과실이 손해 발생의 원인임을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