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원고는 피고로부터 반도체 부품을 공급받기로 하고 대금을 지급하였으나, 부품을 받지 못하자 피고에게 대금 반환을 청구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실제 계약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원고가 지급한 돈은 피고가 아닌 제3자(G)와 함께 추진하던 공동 사업 비용 분담의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피고는 G의 부탁으로 명의를 빌려 세금계산서 등을 발행해 주었을 뿐이며, 부품 공급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2019년 11월 8일 피고에게 반도체 부품 대금으로 41,074,000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송금했습니다. 같은 날 피고는 원고를 공급받는 자로 하여 공급가액 37,340,000원의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했습니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자, 부품 대금의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와 계약한 당사자는 G이며, 자신은 G의 부탁으로 명의를 빌려 세금계산서만 발행해 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고와 H는 한국전력 공동 수주를 위한 계약을 맺었으며, H의 테스트베드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원고와 H가 40대 60으로 분담하기로 약정했던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피고는 실제로 반도체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었습니다. 원고는 G 개인의 신뢰 문제와 H의 재정 상태를 고려하여 안전하게 법인과의 거래를 원했고, 이 때문에 피고를 소개받아 거래의 외관을 만들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 반도체 부품 공급 계약의 실제 당사자가 피고인지 아니면 제3자(G 또는 H)인지 여부였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공급 당사자이므로 대금 반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고, 피고는 G의 부탁으로 명의만 빌려준 것일 뿐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고 다퉜습니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하였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41,074,000원이 부품 공급 대금이라기보다는 원고와 G가 함께 추진하던 공동 수주 사업 비용을 분담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피고가 원고에게 부품을 공급할 의사였다고 보이지 않으며, 피고는 G의 부탁으로 계약의 외관을 만들었을 뿐 실제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가 계약 당사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물품대금 반환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계약의 실제 당사자가 누구인지 판단하는 법리에 있습니다. 우리 법원은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을 경우, 단순히 계약서나 세금계산서의 명의뿐만 아니라,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 당사자들의 실제 의사, 계약 이행 과정, 그리고 대금의 실제 귀속 주체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단순히 형식적으로 명의를 빌려주었을 뿐이라면,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실제 계약의 책임 당사자가 아닐 수 있습니다. 본 사안에서는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돈이 실질적으로 G와 공동 사업을 위한 비용 분담의 성격이 강하고, 피고가 실제 부품을 공급할 능력이 없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가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고 판단되었습니다. 또한, '상법 제520조의2 제1항'은 주식회사가 일정한 사유로 해산된 것으로 간주되는 규정으로, 여기서는 H회사가 해산되었다는 기초 사실을 확인하는 데 인용되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계약 체결 시 실제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확인하고, 해당 당사자와 직접 계약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둘째, 법인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는 추후 법적 분쟁 발생 시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요청은 단호히 거절해야 합니다. 셋째, 거래하려는 상대방의 사업자등록증상 업종과 실제 거래 품목의 연관성을 확인하여, 해당 업체가 실제로 그 품목을 공급할 능력이 있는지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대금을 지급하기 전에는 반드시 물품 공급 및 대금 반환 조건 등 중요한 사항들을 서면으로 명확히 약정하고, 대금 지급 후에도 물품 공급이 지연될 경우 즉시 서면으로 독촉하는 등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원고의 경우처럼 2년 4개월간 부품 공급 독촉 자료가 없었다는 점은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