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 행정
원고 A는 채무자 E에게 대여금 35,000,000원 및 이자를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E의 배우자 G가 사망하자 E은 상속을 포기했고, E과 G의 자녀들인 피고 B, C, D는 망 G의 상속재산(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지분 및 현금)을 분할하는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원고 A는 E의 상속포기와 피고들의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채무를 면탈하기 위한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상속포기는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가 아니며,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E이 이미 상속을 포기하여 상속인이 아니었으므로 E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채무자 E에게 2016년부터 빌려준 35,000,000원 및 이자를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2022년 8월 1일 E의 배우자 G가 사망하자 E은 2022년 9월 2일 G의 재산상속을 포기했습니다. 이후 E의 자녀들인 피고 B, C, D는 2022년 10월 31일 G의 상속재산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조합원 지분을 피고 B이 단독 승계하고, 현금을 피고 C, D가 각 소유하는 내용의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했습니다. 원고 A는 E이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상속을 포기하고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한 것이므로 이를 사해행위로 보고 취소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채무자의 상속포기가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채무자가 상속을 포기한 후 다른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의 상속포기는 민법 제406조 제1항이 정하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E이 이미 상속을 포기하여 상속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피고들 간의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E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가 될 수 없어 역시 사해행위 취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상속포기와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법적 성질과 주체, 시기가 달라 일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민법상의 상속포기와 채권자취소권에 관한 규정이 핵심 법리로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1042조 (상속포기의 소급효):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습니다. 즉, 상속을 포기한 사람은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 사건에서 E이 상속을 포기함에 따라 E은 망 G의 재산에 대해 상속인의 지위를 갖지 않게 되었고, 이는 단순한 재산 처분 행위가 아니라 상속인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는 인적 결단으로 해석되었습니다.
민법 제406조 제1항 (채권자취소권의 요건): 채권자취소권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의도를 가지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했을 때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회복시킬 수 있는 권리입니다. 법원은 상속포기가 재산권의 취득이나 처분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가 아니라 상속인의 자격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므로, 민법 제406조 제1항에서 말하는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상속포기는 상속인의 재산을 현재 상태보다 악화시키지 않고, 오히려 상속채무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상속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인격적 결정으로 보아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입니다.
상속재산 분할협의의 성격: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공동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을 어떻게 나눌지 합의하는 일종의 계약입니다. 이 사건에서 E은 이미 상속을 포기하여 상속인이 아니었으므로, 피고들(자녀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상속재산 분할협의의 당사자가 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 분할협의는 E의 재산과는 무관한 행위가 되어, 결과적으로 E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사해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채무자가 상속을 포기하는 것은 법적으로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로 보지 않으므로, 채권자가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더라도 상속포기 행위 자체를 사해행위로 취소하기는 어렵습니다. 상속포기는 상속인의 지위 자체를 소멸시키는 인적 결정으로 간주됩니다. 채무자가 상속을 포기하면 그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되므로, 그 후 다른 상속인들끼리 상속재산을 나누는 협의를 하더라도 채무자의 재산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속재산 분할협의 또한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사해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만약 채무자가 상속을 포기하지 않고 상속재산을 승인하여 일부라도 받았다면, 그 재산은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되므로 이후 이를 처분하는 행위는 사해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상속포기와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별개의 법적 행위이므로, 각각의 시점, 주체, 법적 성격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