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산모 E는 초산부로 피고 의료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자궁근종을 확인한 상태에서 분만 중 제왕절개수술을 받았고, 출산 직후 마취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상급병원으로 전원되었으나 최종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망인의 남편, 자녀, 어머니인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자궁근종에 대비한 산후출혈 관리 미흡, 무리한 질식분만 시도, 자궁이완증 조기 발견 및 처치 미흡, 신속한 전원 의무 위반, 진료기록부 부실 기재, 설명의무 위반 등의 과실로 망인이 사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망인 E는 초산부로 2016년 9월경 이 사건 병원에서 임신을 확인받았고 10월부터 주치의 I에게 산전 진찰을 받았습니다. 산전 진찰 과정에서 총 4개의 자궁근종이 발견되었고 크기가 증가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2017년 5월 11일 임신 39주 2일째 분만을 위해 입원하여 유도분만을 시작했고, 08:30경부터 푸싱을 시작하여 약 2시간 가량 지속되었습니다. 10:40경 푸싱을 멈추고 원고 A로부터 제왕절개수술 동의를 받아 10:45경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했습니다. 11:04경 원고 B를 출산했으나 수술 과정에서 장막하 자궁근종 뿌리 부분 열상이 발견되어 근종절제술 및 봉합술을 시행했습니다. 수술 후 자궁수축제를 투여하고 적혈구 1팩(300㎖)을 수혈했지만 망인은 12:35경까지 전신마취에서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12:45경 적혈구 1팩(300㎖)을 추가 수혈하며 마취과 전문의와 함께 K병원으로 전원되었고, 13:18경 K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전원 당시 혈압 42/34mmHg 등 불안정한 상태였으며 질출혈이 동반되어 있었습니다. K병원에서 마취회복제 투여 후 의식을 회복했으나 혈압이 회복되지 않아 14:25경 자궁동맥색전술을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14:40경 심정지 및 심실세동이 발생했고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16:12경 사망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감정서에는 사인이 "자궁근무력증(자궁이완증)으로 추정됨"이라고 기재되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의료진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다음과 같은 의료상 과실로 인해 망인이 사망했는지 여부 및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자궁근종을 사전에 확인했더라도 특별한 분만 준비 의무가 있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약 2시간 가량의 푸싱과 완전 개대 후 제왕절개술 시행 과정에서 의료상 과실이 있었거나 이로 인해 자궁근종 열상 및 대량출혈이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제왕절개수술 직후 자궁이완증으로 인한 산후출혈이 있었다거나 의료진이 이를 적시에 발견하여 다른 조치를 취했더라면 망인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상급병원으로의 신속한 전원 의무 위반도 없었고 진료기록부 부실 기재나 설명 의무 위반도 인정되지 않아, 의료진에게 원고들이 주장하는 의료상 과실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병원이 산모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상의 채무를 이행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이 없으므로 채무불이행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 그러하지 아니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료법인인 피고가 의료진(피용자)의 과실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책임이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으나, 의료진의 과실 자체가 인정되지 않아 사용자 책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의료행위의 과실 판단 기준: 법원은 의료인의 과실을 판단할 때,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를 피할 수 있었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이는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 정도를 기준으로 하며, 사고 당시의 의학 수준, 의료 환경,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의료진의 특정 조치들이 당시 의료 수준과 상황에서 합리적인 범위 내의 선택이었다고 보았습니다. 의사의 재량: 의사는 환자 상황과 의료수준,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한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재량을 가집니다.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진료 결과만을 가지고 과실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의료과실과 인과관계 추정의 한계: 의료행위의 고도의 전문성 때문에 과실 여부나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습니다. 환자에게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 의료상의 과실 외 다른 원인이 없다는 간접 사실들이 증명되면 과실 추정이 가능하지만, 개연성이 낮은 사정만으로 과실을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 증명 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설명 의무의 범위: 의사의 설명 의무는 모든 의료과정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적 행위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어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요구되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됩니다. 일반적인 질병의 영향이나 응급처치 가능성에 대한 설명은 설명 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인의 과실 여부는 해당 의료행위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 수준, 의료 환경,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단순히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다고 해서 모두 의료과실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의료진은 환자의 상황과 당시 의료수준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재량을 가지며 합리적인 범위 내의 선택이었다면 과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의료행위는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일반인이 과실이나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특정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 외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이 증명될 경우 과실이 추정될 수도 있으나, 개연성이 낮은 사정만으로 과실을 쉽게 추정하지 않습니다. 자궁근종이 있는 산모라도 반드시 산후출혈의 위험이 증가하거나 사망률이 높아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자궁근종이 태아 하강을 방해하지 않는 경우라면 질식분만을 우선할 수도 있습니다. 분만 과정에서의 '푸싱'은 산모가 힘을 주는 것을 돕는 행위로, 이것이 자궁근종 파열이나 대량출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의학적 근거는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진료기록은 의료진의 중요한 의무이지만, 응급 상황에서는 구체적인 기록이 어려울 수 있으며, 이후에라도 성실하게 작성되어야 합니다. 다만, 본 사례에서는 응급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진료기록부 부실 기재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의료인의 설명 의무는 모든 의료과정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적 행위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경우와 같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상황에 주로 요구됩니다. 일반적인 질병의 영향이나 응급처치 가능성에 대한 설명은 설명 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