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원고 주식회사 C는 피고 주식회사 B에게 1억 8천만 원을 빌려주었으나, 피고는 3천만 원을 변제하여 잔액 1억 5천만 원이 남았습니다. 이후 원고의 회장이던 E가 원고 회사 계좌에서 인출한 8억 4천만 원 중 1억 5천만 원 상당을 피고 명의로 원고 계좌에 입금했습니다. 원고는 이 변제가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남은 대여금 1억 5천만 원을 갚으라고 청구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E의 행위가 제3자의 유효한 변제에 해당하여 피고의 채무가 소멸했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에게 2021년 6월 3일 1억 8천만 원을 빌려주었으며, 변제기는 같은 달 30일이었습니다. 피고는 2021년 6월 8일 3천만 원을 변제했으나, 남은 대여금 1억 5천만 원은 변제하지 못했습니다. 2021년 6월 30일, 원고의 회장이던 E는 원고가 발행한 전환사채 인수대금으로 들어온 8억 4천만 원 중 일부인 1억 5천 5백 7십 5만 3천 4백 2십 원을 피고 명의로 원고의 계좌에 입금했습니다. 원고는 이 입금 행위를 유효한 변제로 인정하지 않고, 피고에게 남은 대여금 1억 5천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 이자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E의 입금으로 인해 채무가 변제되었다고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제3자인 E가 피고의 채무를 변제한 행위가 유효한 변제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E가 원고 회사 자금을 인출하여 변제한 경우 그 변제의 효력이 피고에게도 미치는지 여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에 들어간 모든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항소심 법원은 E가 원고 계좌에 피고 명의로 1억 5천 5백 7십 5만 3천 4백 2십 원을 입금한 행위는 피고의 대여금 채무를 변제하려는 의사로 이루어진 유효한 제3자 변제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E가 원고의 자금을 출금할 권한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고, 알지 못한 것에 중대한 과실이 없으므로, 피고가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대여금 채무는 변제로 소멸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민법 제469조(제3자의 변제)는 채무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제3자가 다른 사람의 빚을 갚아 그 빚을 없애기 위해서는, 제3자가 '다른 사람의 빚을 갚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러한 의사는 변제하는 사람이 '누구의 빚을 갚는 것'인지를 명확히 표시함으로써 나타나야 합니다. 하지만 채권자가 제3자로부터 변제를 받으면서 그 변제가 '다른 사람의 빚을 갚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 변제 지정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71558 판결). 또한, 제3자가 변제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러한 변제는 유효하게 인정되어 채권자의 채권은 소멸하며, 채권자가 그 변제금을 받는 것이 법률상 원인이 없는 부당이득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1997. 6. 24. 선고 96다24323 판결). 만약 채무자가 범죄로 얻은 돈으로 자신의 빚을 갚을 경우, 채권자가 그 돈이 불법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몰랐던 것이 아니라면, 채권자의 금전 취득은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며, 이는 채무자가 자신의 채권자에게 직접 갚지 않고 자신의 채권자의 또 다른 채권자에게 대신 갚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대법원 2016. 6. 28. 선고 2012다44358, 44365 판결).
만약 제3자가 채무자의 빚을 갚으려고 한다면, 변제하는 사람이 ‘누구의 빚을 갚는 것인지’를 명확히 표시하고 채권자가 이를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채무자가 직접 변제하지 않고 제3자를 통해 변제할 경우, 나중에 변제 여부에 대한 다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제3자가 변제한다는 사실을 채무자 본인이 사전에 명확히 인지하고 동의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채권자 입장에서는 제3자가 채무를 변제할 때 그 자금의 출처를 확인할 필요는 없지만, 만약 해당 자금이 불법적으로 얻어진 것이고 채권자가 이를 알고 받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이 사건처럼 채무자가 제3자의 변제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더라도, 변제 행위가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다면 유효한 변제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