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기술보증기금은 주식회사 B의 대출 보증을 섰고, B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중소기업은행에 대신 빚을 갚아주었습니다. 한편, B 회사의 연대보증인인 A는 이미 빚이 재산보다 훨씬 많은 상태에서 자신의 부동산에 중소기업은행을 채권자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기술보증기금은 A의 이러한 근저당권 설정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의 재산을 가로채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법원에 해당 근저당권 설정 계약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A가 근저당권을 설정할 당시 빚이 재산을 초과하는 상태였으며, 이 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하고 중소기업은행도 이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하여 기술보증기금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주식회사 B는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위해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을 이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는 B 회사의 연대보증인이 되어 기술보증기금에 대한 채무를 보증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B 회사의 경영 상황이 어려워지자, 2022년 7월 4일, 연대보증인 A는 자신의 부동산에 중소기업은행 앞으로 채권최고액 5억 1천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습니다. 이후 2022년 11월 3일에 B 회사에 대한 보증사고가 발생했고, 기술보증기금은 2023년 3월 27일에 중소기업은행에 6억 8천여만원을 대신 갚아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기술보증기금은 A에게 갚아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구상금 채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기술보증기금은 A가 근저당권을 설정할 당시 이미 채무초과 상태였고, 이는 다른 채권자들의 채권을 제대로 회수할 수 없게 만드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근저당권 설정 계약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기술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이 근저당권 설정 당시 아직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으로 보호될 수 있는 채권(피보전채권)에 해당하는지 여부. A가 근저당권 설정 당시 자신의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A가 특정 채권자인 중소기업은행에게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중소기업은행이 A의 재정 상태 악화와 사해의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여부(수익자의 악의).
법원은 피고 중소기업은행과 A 사이에 2022년 7월 4일 체결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취소하고, 소송비용은 피고인 중소기업은행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근저당권 설정 계약 당시 기술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각 보증약정)가 이미 발생했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성립할 개연성이 높아 실제로 채권이 성립했으므로, 이 구상금 채권이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는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A는 근저당권 설정 당시 약 18억 5천만원 상당의 적극재산에 비해 약 73억 2천만원에 이르는 소극재산을 가지고 있어 명백한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A가 자신의 부동산에 중소기업은행을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는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며, 채무자인 A의 사해의사와 근저당권을 받은 중소기업은행의 악의는 추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중소기업은행은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이 기존의 담보를 변경한 것에 불과하며 자신은 A의 사정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기존 근질권과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 계약의 내용이 다르고, 이 사건 부동산의 담보 가치가 높았던 점 등을 종합하여 단순한 담보 교체가 아니며 중소기업은행이 A의 재정 상태 악화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하여 중소기업은행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본 판결은 '채권자취소권'이라는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이는 민법 제406조에 규정된 권리로,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줄 알면서 자신의 재산을 줄이는 행위(예: 재산을 팔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다시 채무자의 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피보전채권의 성립 시기: 원칙적으로 채권자취소권은 사해행위가 있기 전에 발생한 채권에 대해서만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다39560 판결 등)에 따르면, 사해행위 당시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이미 존재하고,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로부터 채권이 성립될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권이 성립된 경우에는 그 채권도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는 채권(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보증약정이 이미 체결되어 있었고, 곧 보증사고가 발생하여 구상금 채권이 생길 개연성이 높았다는 점이 인정되어 기술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이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채무초과 상태와 사해행위: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자신의 부동산을 채권자 중 한 명에게 채권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에 해당합니다. 이는 채무자의 총재산을 줄여서 다른 채권자들이 빚을 받아내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해의사 및 수익자의 악의 추정: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한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할 경우, 채무자가 다른 채권자를 해할 의사(사해의사)를 가지고 있었고, 그 재산을 취득한 사람(수익자, 이 사건에서는 중소기업은행) 역시 그러한 사실을 알았다는(악의) 사실이 추정됩니다(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다12526 판결 참조). 따라서 수익자는 자신이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선의'를 증명해야만 사해행위 취소를 면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중소기업은행은 선의임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채권자들은 채무자가 빚이 재산보다 많은 상태에서 특정 재산을 다른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거나 처분할 경우, 이를 '사해행위'로 보고 해당 계약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사해행위취소' 소송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채권은 사해행위 당시 이미 발생했어야 하지만, 해당 행위 전에 채권이 성립될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있고 가까운 미래에 채권이 성립될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채권이 성립했다면, 아직 발생하지 않은 채권도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채무자가 재산보다 빚이 많은 상태(채무초과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를 제공하는 것은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사해행위가 인정되면 채무자가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려는 의사가 있었고, 그 담보를 받은 채권자 역시 그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추정되므로, 담보를 받은 채권자는 자신이 선의(채무자의 사정을 몰랐음)였음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담보를 제공받는 입장에서는 채무자의 재정 상태를 충분히 확인해야 하며, 특히 채무초과 상태가 의심된다면 사해행위로 취소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단순히 기존 담보를 다른 것으로 교체하는 경우에도 새로운 담보의 가치가 기존 담보보다 훨씬 크거나, 특정 채무만을 담보하는 기존 담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사해행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