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원고는 피고 병원에서 성형수술 중 마취 부작용으로 인한 심정지 및 전신불안장애를 겪었다며, 피고 의료진의 의료 과실(과잉 투약, 마취전문의 미배치, 에피네프린 혈관 주입)과 응급처치 지연, 그리고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대부분의 의료 과실 및 이행 지체 주장은 기각되었으나, 수술을 담당한 피고 의사 H, I이 마취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의무를 직접 이행하지 않은 점은 인정되어 원고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 70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피고 J에 대한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원고는 2018년 3월 28일 피고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받던 중, 11시 10분경 마취제(미다졸람, 에피네프린, 리도카인) 투약 직후 호흡부전이 발생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11시 17분경 심혈관계 이상 증상(빈맥, 부정맥, 저혈압 등)이 발생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11시 24분경 심정지에 이르렀으며, 의료진의 심폐소생술, 기관삽관, 제세동기 처치 등을 통해 11시 24분경 심정지가 회복되고 11시 26분경 호흡과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원고는 수술 전 신경안정제 복용 및 과호흡증 증상이 있었음에도 전신마취 대신 수면마취를 진행하고, 미다졸람을 적정량보다 많이 투약했으며, 마취전문의를 배치하지 않고 증상을 정확히 기록하지 않는 등 의료과실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수술 과정에서 에피네프린을 혈관에 잘못 주입하여 이상 증상이 발생했고, 응급처치가 7분가량 지연되었으며 제세동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심정지에 이르렀다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 피고들이 미다졸람 투약 시 발생할 수 있는 호흡기능저하, 심정지 등의 합병증 위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상담실장이 동의서 작성을 진행한 것은 설명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마취 과정에서 프로포폴 및 미다졸람을 과잉 투여했는지, 마취 전문의를 적절히 배치하지 않았는지, 또는 에피네프린을 혈관에 잘못 주입하는 등 진료계약상 불완전이행 또는 의료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둘째,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응급상황 발생 후 심폐소생술 및 제세동기 적용을 지연하는 등 진료계약상 이행지체가 있었는지 여부. 셋째, 피고 병원 의료진(특히 H, I, J)이 수술 전 마취의 위험성 및 부작용에 대한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 넷째,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될 경우, 그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위자료 또는 전체 손해).
재판부는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다만, 피고 H와 I은 공동으로 원고에게 위자료 7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18년 3월 28일부터 2020년 11월 25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을 지급하라고 결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한 마취 약물 과잉 투여, 에피네프린 혈관 주입, 마취 전문의 미배치, 응급처치 지연 등 진료계약상 불완전이행 및 이행지체 주장은 증거 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피고 H와 I이 수술 전 마취의 위험성 및 부작용에 대해 환자에게 직접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상담실장 M에게 위임한 것은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설명의무 위반이 원고의 신체적 손해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여,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한정하여 위자료 700만 원을 지급하도록 명했습니다. 피고 J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 주장은 마취 과정 관여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의료인의 진료상 과실 책임: 의료인은 진료를 하면서 환자의 상황, 당시의 의료 수준과 자신의 전문적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므로, 그것이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다20376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마취 방법 선택(투메센트 마취와 수면마취), 프로포폴 및 미다졸람 투여량과 방법, 마취 감시 방식, 응급처치 시 제세동기 적용 등이 의사에게 인정되는 합리적 재량 범위 내에 있었고 의료 과실로 볼 수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2. 의료인의 설명의무: 의사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하거나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나 진단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그로 인하여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여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설명의무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처치의사이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치의사가 아닌 주치의 또는 다른 의사를 통한 설명도 가능하지만, 부작용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무직원 등 보조자에게 설명을 위임하여서는 안 됩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47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피고 H, I은 마취의 위험성이나 부작용 등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상담실장 M에게 위임하여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으므로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었습니다.
3.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될 경우, 환자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한 데 대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로 인한 모든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그 중대한 결과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내지 승낙 취득 과정에서의 잘못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하며, 그때의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구체적 치료 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합니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2966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피고 H, I의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되었으나, 이는 구체적 치료 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될 정도는 아니라고 보아, 원고의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위자료 700만 원)로 손해배상 범위가 한정되었습니다.
유사한 의료 관련 분쟁에 참고할 수 있는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료행위에 대한 과실을 주장할 때는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구체적인 의학적 증거와 전문가 감정 결과를 통해 입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수술 결과가 나빴다는 사실만으로는 의료과실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의사가 환자의 상황, 당시의 의료 수준, 자신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한 경우, 그것이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의료과실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술 전 환자의 과거 병력, 현재 복용 중인 약물, 특이 증상 등에 대한 정보를 의료진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며, 의료진은 이러한 정보를 진료기록에 상세히 기록해야 합니다. 진료기록이 부실할 경우 추후 분쟁 발생 시 의료진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수면마취 시 투여되는 약물의 적정량과 투여 방법, 그리고 마취 중 환자 모니터링의 적절성 여부는 의료과실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의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응급처치가 지연되었는지 여부와 그 지연이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가 면밀히 검토됩니다.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의무는 원칙적으로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수행해야 합니다. 부작용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무직원 등 비전문가가 설명을 대신하는 것은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그 위반이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구체적 치료 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될 정도로 중대하거나, 설명의무 위반과 중대한 결과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모든 손해배상이 아닌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위자료)로 제한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의료 동의서는 환자가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직접 서명했는지 확인하고, 의료진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