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현지 법인 근무자의 퇴직금 인정 및 손해배상 청구 불인정 판결

원고 A씨는 피고 D 주식회사(국외 여행 알선업체)의 인도네시아 발리 현지 법인에서 약 9년간 '소장'으로 근무하다 퇴직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A씨가 근로자가 아니며 실질적으로 현지 법인을 운영한 독립 사업자라고 주장하며 퇴직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또한 회사는 A씨가 발리 현지 법인 지분을 제3자에게 임의로 이전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23,447,672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 회사에 퇴직금 22,457,997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반면 피고 회사의 손해배상 청구는 증거 부족으로 기각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A): 피고 회사가 인도네시아 발리에 설립한 현지 법인에서 약 9년간 '소장'으로 근무하며 퇴직금 지급을 요구한 사람입니다.
• 피고(주식회사 D): 국외 여행 알선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원고 A가 소속되어 근무한 인도네시아 발리 현지 법인을 설립한 사용자 측 회사입니다.

분쟁 상황

원고 A씨는 2011년 11월 1일부터 2020년 8월 30일까지 피고 회사가 인도네시아 발리에 설립한 현지 법인에서 '소장'으로 약 9년간 근무했습니다. 퇴직 후 원고는 피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 34,975,763원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피고 회사는 원고가 피고에 종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발리 현지 법인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급여를 별도로 지급받는 독립적인 사람이라며 퇴직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또한 피고 회사는 원고가 발리 현지 법인의 현지인 대표 명의 지분을 지정된 사람에게 이전하지 않고 다른 제3자에게 이전함으로써 회사에 13,447,672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위자료 10,000,000원을 포함한 총 23,447,672원의 손해배상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 A씨가 피고 D 주식회사(또는 그 해외 현지 법인)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원고 A씨가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피고 회사가 지급해야 할 퇴직금의 액수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입니다. 셋째, 피고 회사가 원고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반소 청구(원고가 해외 현지 법인 지분을 제3자에게 불법적으로 매각했다는 주장)가 정당한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피고 D 주식회사는 원고 A씨에게 퇴직금 22,457,997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지연손해금은 2020년 9월 14일부터 2022년 11월 8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됩니다.
2. 원고 A씨의 나머지 퇴직금 청구(본소)와 피고 D 주식회사의 손해배상 청구(반소)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3. 소송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통틀어 피고 D 주식회사가 80%, 원고 A씨가 20%를 부담합니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습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 A씨가 피고 D 주식회사에 종속된 근로자임을 인정하여 피고에게 퇴직금 일부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동시에 피고 회사가 제기한 원고 A씨의 해외 현지 법인 지분 불법 매각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증거 부족으로 기각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이 적용되었습니다.

•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대법원 2006다29736 판결 등)​: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고용계약 또는 위임계약)보다는 실제 근로를 제공하는 관계의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즉,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했는지'가 핵심입니다. 법원은 업무 내용의 사용자가 정하는지,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 적용을 받는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이 있었는지, 근무 시간과 장소 지정 여부, 독립적인 사업 영위 가능성 여부, 이윤 창출 및 손실 위험 부담 여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 유무,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여부, 근로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 사회보장제도 가입 여부 등 여러 경제적·사회적 조건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특히, 기본급·고정급이나 사회보장 가입 여부는 사용자가 경제적 우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본 사례에서는 피고 대표이사로부터 직접 업무 지시를 받고 보고했으며, 매월 일정한 금액을 '급여' 명목으로 송금받는 등 종속적 관계가 인정되어 원고가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 제1항 및 제8조 제1항에 따른 퇴직금 지급 의무: 사용자는 1년 이상 계속하여 근로를 제공하고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퇴직급여 제도가 설정된 경우 그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퇴직급여 제도가 설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원고가 근로자로 인정됨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를 지게 됩니다.
• 평균임금 산정의 예외 (대법원 2009다99396 판결 등)​: 근로기준법 및 시행령 등에 따라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근로자의 퇴직 직전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예: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임금 삭감)으로 임금액에 변동이 생겨 통상적인 경우보다 평균임금이 현저히 적거나 많게 산정된 예외적인 경우라면,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출하고자 하는 법의 정신에 비추어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습니다. 이때는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다른 방법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합니다. 본 사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퇴직 직전 3개월 임금이 1/4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으므로, 퇴직 전 1년간의 소득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하여 퇴직금을 계산했습니다.
• 상법 제54조에 따른 상사 법정이율 및 근로기준법 제37조에 따른 지연이자: 상행위로 인한 채무 불이행에 대해서는 상법상 연 6%의 법정이율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37조는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퇴직 후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으면 그 다음날부터 연 20%의 지연이자를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퇴직금 지급 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대해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판결 선고일까지는 상법상 연 6%를 적용하고, 그 다음날부터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 20%를 적용하여 지연손해금을 계산했습니다.
•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 타인에게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하게 손해를 가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피고는 원고가 해외 현지 법인의 지분을 불법적으로 매각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청구를 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실제 매각대금을 받지 않았고 형식적으로 명의만 이전한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의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반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한 분들은 다음 사항들을 참고해 볼 수 있습니다.

• 근로자성 판단 기준: 계약서에 '위임계약'이나 '프리랜서 계약'으로 명시되어 있더라도 실제 업무 수행 방식, 사용자의 지휘·감독 여부, 근무 시간 및 장소의 지정, 보수의 성격(급여성), 사회보험 가입 여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보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해외 현지 법인에서 근무하는 경우에도 국내 본사의 실질적인 지시와 통제를 받았다면 근로자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퇴직금 산정 시 임금 변동: 퇴직 직전 3개월의 평균임금으로 퇴직금을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예측 불가능한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임금이 일시적으로 크게 줄어들었다면,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 수준을 반영할 수 있도록 퇴직 전 1년간의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등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균임금을 다시 산정하여 퇴직금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 해외 현지 법인 주주 명의: 회사의 지시나 편의를 위해 명의상으로만 해외 현지 법인의 주주로 등재되거나 지분을 이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실제 주식 인수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거나,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명의를 이전한 것이라면, 해당 지분 이전 행위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증거 자료 확보: 퇴직금 등 근로자 권리 주장 시, 본인이 근로자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업무 지시 내역, 보고서, 급여명세서, 급여 송금 내역, 근무 시간 기록, 동료 증언 등)를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경우에도 본인의 행위가 불법적이지 않았음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