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교통사고를 당한 D씨가 피고 병원에서 복강내출혈 수술을 두 차례 받았으나, 수술 후 지속적인 복통, 발열, 염증 수치 상승 등의 증세를 보이다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습니다. D씨의 부모인 원고들은 병원 의료진이 감염 징후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부적절한 항생제를 처방하는 등 진료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D씨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2018년 1월 13일 교통사고로 복강내출혈 진단을 받은 D씨는 피고 병원에서 두 차례 혈복강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D씨는 2018년 1월 24일부터 복통, 미열, 염증 수치(C-반응성 단백 수치 4.85mg/dL) 상승 증상을 보였고, 이후 발열과 오한이 지속되다 2018년 2월 1일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결국 2018년 2월 2일 오전 2시 8분경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습니다. D씨의 부모인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흉부 엑스레이 및 배양 검사에서 폐렴 및 감염 징후가 확인되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특히 코리네박테리움 선조체라는 균이 반복적으로 검출되었음에도 오염균으로 단정하여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하지 않았으며, 내성이 있는 항생제(레보플록사신)를 투여하는 등 진료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D씨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각 58,571,428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교통사고 환자 D씨의 감염 징후에 대해 진료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D씨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지 여부 및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들과 피고가 각자 부담합니다.
법원은 의료행위의 고도 전문성을 고려할 때 의료 과실 및 인과관계 입증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진료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D씨가 사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의료진의 감염 징후에 대한 검사 및 처치 과정, 항생제 투여 결정 등에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피고 병원의 의료진이 진료상 과실을 저질러 환자가 사망하였으므로, 그 의료진을 고용한 피고 병원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민법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 타인을 고용하여 어떤 일을 시킨 자(사용자)는 그 고용된 자(피용자, 여기서는 의료진)가 그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3자(환자)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다만, 사용자가 피용자를 선임하고 그 업무를 감독하는 데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거나,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손해가 발생했다면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될 경우 병원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법적 근거가 됩니다.
의료 과실 및 인과관계 입증의 특수성 법원은 의료행위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의사가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나 그 위반이 손해 발생으로 이어졌는지(인과관계)를 일반인이 밝히기 매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수술 도중이나 후에 환자에게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고, 그 원인이 의료 과실 외에 다른 것으로 보기 어려운 간접적인 사실들이 증명된다면, 의료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환자에게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진의 과실과 그로 인한 인과관계를 막연히 추정하여 의료진에게 자신에게 과실이 없음을 증명하라는 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결과가 발생했다고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 있는 증거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는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다22030 판결 등에서 확립된 법리입니다. 이 판례에서는 원고 측이 이러한 입증 책임을 충분히 다하지 못했다고 보았습니다.
의료사고에서 의료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전문적인 영역입니다. 단순히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거나 사망했다는 결과만으로 의료진의 과실을 쉽게 추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의료진의 진단과 처방이 당시의 임상적 판단, 검사 결과, 그리고 의료 기준에 비추어 적절했는지를 객관적인 의료 감정 등을 통해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환자에게서 세균이 검출되었더라도, 해당 세균이 일반적으로 질병을 유발하지 않는 상재균이거나 혈액 배양 검사에서 확인되지 않는 경우라면, 그것이 환자 사망의 결정적인 원인균이라고 단정하기 위해서는 더 명확하고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합니다. 의료진이 환자의 증상 변화에 맞춰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고 항생제를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후적으로 더 나은 치료법이 있었을 것이라는 막연한 주장만으로는 과실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