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추 시술 후 발생한 사지마비에 대한 의료과실 배상 판결

환자 A는 목 통증과 손 저림 증상으로 비수술적 치료를 위해 H병원에 내원하여 신경외과 의사 E로부터 경피적 내시경 섬유륜 및 수핵성형술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시술 직후 사지마비 증상이 발생하여 여러 차례 추가 수술을 받았음에도 영구적인 장애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에 환자 A와 그의 가족들은 의료진의 시술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병원 운영자인 F와 의사 E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의 시술상 과실을 인정하여 환자의 척수 신경 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 장애가 발생했다고 보았으며, 병원 운영자 F와 의사 E에게 환자 A와 가족들에게 발생한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공동으로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시술 경위와 결과, 환자의 장애 상태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배상책임을 80%로 제한했습니다. 병원 측이 환자 A에게 청구한 미납 치료비 반소에 대해서는 의료 과실로 인한 손상 이후의 치료는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르지 않거나 손해 전보의 일환에 불과하므로 대부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았으나, 환자가 통원치료만으로도 가능했던 기간의 입원 관련 치료비 일부는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반소피고) A: 목 통증으로 비수술 치료를 받다가 척수 손상으로 사지마비 장애를 입은 환자.
• 원고 B: A의 배우자로 A의 간병 및 정신적 피해를 입은 가족.
• 원고 C, D: A의 딸들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가족.
• 피고 E: H병원 소속 신경외과 전문의로 A에게 시술을 시행한 의사.
• 피고(반소원고) F: 서울 강남구에서 H병원을 운영하는 병원 운영자.

분쟁 상황

원고 A은 2018년 7월경 허리를 삐끗한 후 오른손 저림이 있어 병원 진료 결과 경추간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수술이 아닌 비수술적 치료를 받고자 H병원에 내원했고, 피고 E 의사로부터 경피적 내시경 섬유륜 및 수핵성형술(이 사건 시술)을 권유받아 2018년 8월 2일 시술을 받았습니다. 시술 직후 A의 우측 손목 근력이 저하되고 급성 신경부종 소견이 확인되어 같은 날 경추골 유합술(1차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이후에도 우측 상하지 근력 저하 증상이 지속되어 2018년 8월 7일 경추부 후궁 절제술(2차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 시술 및 각 수술 이후 A는 사지마비 증상(이 사건 장애)이 발생하여 영구적인 장애로 예상되었고, 이에 A와 그의 가족들은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병원 측은 의료 과실이 아니며 통상적인 합병증이라고 주장했고, A가 미납한 치료비를 반소로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 시술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로 환자 A의 척수 신경이 손상되어 사지마비가 발생했는지 여부 의료진이 시술 및 관련 수술의 위험성에 대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할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의료 과실로 인해 발생한 장애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와 책임 제한의 정도 병원 운영자 F가 환자 A에게 미납된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범위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피고 E와 F는 공동하여 원고 A에게 172,424,908원, 원고 B에게 10,000,000원, 원고 C, D에게 각 3,000,000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 금액에 대해서는 2018년 8월 2일부터 2021년 2월 9일까지 연 5%의 이자를,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이자를 각 지급해야 합니다.
2. 원고 A은 피고 F에게 8,401,516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 금액에 대해서는 2021년 1월 12일부터 2021년 2월 9일까지 연 5%의 이자를,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이자를 각 지급해야 합니다.
3.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본소 청구와 피고 F의 원고 A에 대한 나머지 반소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4. 소송비용은 본소로 인해 발생한 부분의 4/5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들이 부담하며, 반소로 인해 발생한 부분의 1/10은 원고 A이, 나머지는 피고 F가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시술상 과실을 인정하여 환자 A에게 발생한 사지마비 장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했습니다. 그러나 의료행위의 특성과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배상책임을 80%로 제한했습니다. 또한, 병원 측의 치료비 반소 청구는 의료과실로 인한 손상 이후의 치료라는 점을 들어 대부분 기각되었으나, 불필요한 장기 입원에 대한 일부 비용은 환자에게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 및 인과관계 추정의 법리: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요하므로,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 측이 의료과실과 손해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환자 측이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이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사정(예: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 결함이 없었음)을 증명한 경우, 의료행위를 한 측이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3822 판결). 이 사건에서는 환자 A가 시술 전 오른손 저림 외에 신체상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시술 후 신경 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가 발생했고, 피고 E 의사가 시술 바늘이 신경 통로로 들어간 흔적이 있다고 말한 점, 감정의들의 소견 등을 종합하여 의료진의 과실과 환자 A의 장애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2. 의사의 설명의무: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적 의료행위를 할 경우, 응급환자 등의 특단 사정이 없는 한 환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환자가 의료행위 수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후유증이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해당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설명 대상이 됩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이 사건에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시술 및 수술의 내용과 방법, 신경 손상, 마비, 신경 부종 등 합병증과 추가 수술 가능성을 설명했으므로 설명의무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3. 의료기관의 치료비 청구 제한: 의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환자의 신체 기능이 회복 불가능하게 손상되었고, 이후 치료가 후유증 치유나 악화 방지 정도에 불과하다면, 병원 측은 환자에게 수술비나 치료비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이는 손해배상책임이 제한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1다28939 판결). 이 사건에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환자 A의 신체 기능이 손상되었으므로, 그 이후의 치료는 손해 전보의 일환으로 보아 대부분의 치료비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다만, 2019년 11월 20일부터 2021년 1월 11일까지는 통원치료만으로도 후유증세의 치유나 악화 방지가 가능했다고 보아, 해당 기간 동안 발생한 입원 관련 치료비 8,401,516원은 원고 A이 피고 F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4.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피고 E의 의료과실과 피고 F의 사용자 책임에 근거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5. 손해배상액의 책임 제한: 이 사건 시술 경위, 결과, 원고 A의 장애 상태 등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따라 피고들의 배상책임 범위를 80%로 제한했습니다.

참고 사항

1. 척추 등 신경과 관련된 시술의 경우 비수술적 방법이라 할지라도 심각한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의료진의 설명을 충분히 듣고 이해한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2. 의료행위 후 예상치 못한 심각한 증상이 발생했다면, 즉시 의료 기록을 확보하고 다른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여 의료과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 측이 의료상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의료행위 전 환자의 건강상태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의료행위 이후에 해당 손해가 발생했으며,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입될 수 없다는 점을 일반인의 상식에 맞춰 증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 시에는 치료비, 간병비, 보조구 구입비,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발생하는 수입 손실(일실수입) 등 재산상 손해와 함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까지 고려하여 청구할 수 있습니다.
5. 의료기관이 치료비를 청구하더라도,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환자의 신체 기능이 회복 불가능하게 손상되었고 그 이후의 치료가 손상 악화 방지에 불과하다면, 해당 치료비는 원칙적으로 병원 측이 환자에게 청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불필요하게 장기 입원한 기간 등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환자가 일부 부담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