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당뇨와 만성신부전 등을 앓던 환자가 F병원에서 위내시경 및 조직검사 후 출혈이 발생했으나 병원 의료진의 지연된 조치로 요독증이 악화되고 혈액투석 중 심정지로 인한 뇌손상을 입었으며 결국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습니다. 유족들은 병원의 의료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병원은 미납 진료비에 대한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병원 의료진이 응급내시경 및 지혈술을 지연한 과실과 조직검사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한 사실을 인정하여 유족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으며 병원의 진료비 반소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당뇨병, 만성신부전 등의 기저질환을 앓던 환자 A는 2015년 1월 심장 수술 후 F병원에 재입원했습니다. 2월 17일, 구역감 호소로 상부위장관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 조기위암 의심 병소에 조직검사가 시행되었습니다. 다음 날인 2월 18일 새벽, 환자에게 흑색변과 혈변이 확인되고 혈액검사 결과 빈혈 수치가 심각하게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병원 의료진은 혈액검사 결과 확인 후 약 9시간이 지난 2월 18일 12시 5분에야 응급내시경 및 지혈술을 시행했습니다. 지혈술 이후 환자는 의식 저하와 신장 기능 악화 증상을 보였고 2월 19일 요독성 뇌병증 의심 하에 혈액 투석을 시작했습니다. 투석 중 저혈압과 혈중 삼투압 감소로 심정지가 발생하여 허혈성 뇌손상을 입었으며, 의식 없는 상태로 보존적 치료를 받다가 2015년 8월 19일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환자 유족들은 병원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병원 측은 미납 진료비에 대한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병원 의료진이 상부위장관 조직검사 후 발생한 출혈에 대해 즉각적인 응급내시경 및 지혈술을 지연한 것이 과실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이러한 지연된 조치로 인해 환자의 요독증이 악화되고 사망에 이른 것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위내시경 검사 중 조직검사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와 혈액투석 과정에서 다른 의료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그리고 사망 환자의 유족이 미납 진료비를 지급해야 하는지 여부가 다툼의 대상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병원)가 원고(유족)들에게 각 10,418,292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15. 8. 19.부터 2019. 9. 5.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본소 청구 및 피고의 반소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합하여 4/10는 피고가, 나머지는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상부위장관 출혈 발생 후 응급내시경 및 지혈술을 지연하고 조직 생검 관련 설명의무를 위반한 과실을 인정했으며, 이로 인해 환자의 요독증이 악화되어 혈액 투석 중 발생한 심정지 후 뇌손상 및 사망에 이르게 된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환자의 기왕증을 고려하여 병원의 책임을 30%로 제한했습니다. 반면 혈액 투석 과정에서의 다른 의료과실이나 항응고제 중단 미조치, 심폐소생술 방법의 과실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고 병원의 진료비 반소 청구는 의료과실 이후의 치료비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법리에 따라 기각되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적 의료행위를 하거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상되는 의료행위를 할 경우,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해 당시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환자(또는 법정대리인)가 의료행위 수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위자료)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의료과실과 인과관계의 성립이 중요했습니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적절한 진료 조치를 다하지 않아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의료과실이 인정되며, 이때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출혈 발생 후 응급내시경 및 지혈술 지연이 요독증 악화 및 사망이라는 결과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한편, 의료진의 재량 범위에 대해서도 언급되었습니다.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지며,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특정 조치만이 정당하다고 보거나 다른 조치를 과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혈액투석 방법 선택 등은 이러한 재량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진료채무의 성격과 치료비 청구와 관련하여, 의사의 진료채무는 질병 치료와 같은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결과채무'가 아니라, 환자의 치유를 위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하는 '수단채무'입니다.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환자의 신체 기능이 회복 불가능하게 손상되었고 그 이후 치료가 후유증 치유나 악화 방지 수준에 불과했다면, 그 치료행위는 진료채무 본지에 따른 것이 아니거나 손해 전보의 일환에 불과하므로 병원 측은 환자에게 해당 치료비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1993. 7. 27. 선고 92다15031 판결)의 법리가 적용되어 병원의 진료비 반소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의료 시술 중 출혈 위험이 있는 조직검사 등 침습적 행위 전에는 의료진으로부터 반드시 시술의 필요성, 방법, 발생 가능한 부작용 및 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특히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거나 당뇨, 신부전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작은 시술이라도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으므로 의료진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환자 또한 자신의 상태를 의료진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합니다. 수술이나 검사 후 흑색변, 혈변, 혈압 저하 등 출혈 또는 합병증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적으로 의료진에게 알리고, 의료진은 지체 없이 필요한 검사와 처치를 시행해야 합니다. 특히 환자의 상태가 위급하다고 판단될 경우 응급 처치가 지연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의료사고가 의심될 때는 진료기록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료 전문가의 진료기록 감정을 통해 의료 과실 여부와 사망 등 결과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과실로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병원 측은 과실 발생 이후의 치료에 대한 의료비 청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