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간질장애가 있는 망인이 공공 수영장에서 잠영 중 익사한 사건으로, 유가족은 수영장 관리 주체 및 관련 임직원, 보험사를 상대로 안전관리 소홀과 사고 후 증거 위조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수영장의 법정 안전요원 미배치 과실은 인정했으나, 이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증거 위조 행위는 인정했지만, 이것이 유가족의 개인적인 법익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모든 청구를 기각한 사례입니다.
2019년 11월 14일 저녁, 간질장애 3급이 있는 망인 O이 서울의 한 공공 체육센터 수영장에서 자유수영 중 잠영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수영장에는 안전관리자 P 한 명만이 근무하고 있었고, 그는 감시탑에 있지 않았습니다. 사고 당시 1레인 옆에 있던 장애인반 수강생 보호자들이 망인이 물속에서 오래 잠수하는 것을 보고 이상을 느껴 망인에게 말을 건 후, 반응이 없자 안전관리자 P에게 알렸습니다. P는 즉시 물에 들어가 보호자들과 함께 망인을 물 밖으로 끌어올린 뒤 자동제세동기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습니다. 사고 신고는 18시 51분경 이루어졌고, 119 구급대가 출동했으나 망인은 병원 이송 후 결국 사망했습니다. 부검 결과, 망인은 간질발작이나 잠영 중 저산소증으로 의식을 잃어 익사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사고 이후 피고 5를 포함한 일부 관계자들은 수영장에 안전관리자가 2명 근무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하도록 교사한 혐의로 형사 기소되기도 했습니다. 망인의 유가족인 원고들은 수영장의 안전관리 소홀과 증거 위조 행위로 인해 망인이 사망하고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피고들에게 총 5억 9천4백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수영장의 수상안전요원 미배치 및 감시 소홀 과실이 망인의 사망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는지 여부와 피고들이 사고 후 안전관리 서류를 위조하도록 교사한 행위가 원고들의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여 위자료를 지급해야 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원고들이 피고들에게 제기한 모든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비록 수영장에 법정 기준인 2인 이상의 수상안전요원이 배치되지 않았고, 당시 안전관리자가 감시탑에 없었던 과실은 인정했지만, 이러한 과실이 망인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망인의 잠영이라는 특성과 장애인반 보호자들이 이상 징후를 빠르게 발견하여 P에게 알렸고, P가 즉시 구조 및 응급조치를 취했으며, 망인이 본인의 지병을 수영장 측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또한, 안전관리 서류 위조 교사 행위는 인정되었으나, 이것이 원고들의 개인적인 법익을 직접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위자료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원고들의 모든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체육시설의 안전관리 의무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인과관계 입증이라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제4조 제4항 및 제24조, 시행규칙 제23조 [별표 6] '안전·위생기준': 이 법령은 체육시설 관리자가 시설의 기능과 안전성을 유지해야 하고, 특히 수영장의 감시탑에는 2인 이상의 수상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수영장에 1인의 안전관리자만 근무했고 그마저도 감시탑에 있지 않았던 사실을 들어 시설 관리 측의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이는 공공 체육시설 이용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법적 기준입니다.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민법 제750조): 타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손해배상 청구를 위해서는 가해 행위(과실), 손해 발생, 그리고 이들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피해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안전관리 소홀이라는 과실은 인정되었으나, 이 과실이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직접적이고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즉, 단순한 과실만으로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으며, 그 과실이 손해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었음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합니다.
3. 문서위조죄 및 증거위조죄의 보호법익: 문서위조죄는 문서의 진정성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보호하고, 증거위조죄는 국가의 사법 기능(특히 형사재판 및 징계심판)을 보호하기 위한 형사 법규입니다. 피고 5의 증거 위조 교사 행위는 형사상 유죄로 인정되었지만, 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원고들의 '개인적인 법익'(예: 생명, 신체, 재산권)을 직접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위조 행위 자체만으로는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관련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형사적 불법행위가 반드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민사상 책임은 그 불법행위가 개인의 특정 권리나 이익에 대한 침해를 야기했을 때 발생한다는 법리를 보여줍니다.
수영장 등 체육시설 이용 시에는 본인의 건강 상태나 지병 유무를 반드시 시설 관리자에게 미리 알려야 합니다. 이를 알리지 않을 경우 사고 발생 시 본인에게도 책임이 일부 있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체육시설 관리자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영장의 경우 2인 이상의 수상안전요원을 감시탑에 배치하는 등 법정 안전 기준을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이용 중 안전 관리가 미흡하다고 느껴질 경우 즉시 시설 측에 이의를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영 중 의식을 잃는 사고는 순식간에 발생하므로, 주변 이용자나 안전관리자가 이상 징후를 발견하는 즉시 신속하게 구조 및 응급조치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고 발생 시에는 관련 상황을 정확히 기록하고 사진, 영상, 목격자 진술 등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증거 위조와 같은 불법적인 수단은 오히려 법적 책임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절대 삼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