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주식회사 A는 주식회사 C로부터 물품대금을 받지 못하자, C가 그 대표인 B에게 건물을 매도한 행위가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이거나 허위 계약에 해당한다며 매매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C의 건물 매매가 당시 경영난을 해결하고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정당한 목적이 있었고 매매대금도 부당하게 낮지 않았으며 채무 변제에 사용된 점 등을 고려하여 사해행위나 허위 계약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주식회사 C에 물품을 공급했으나, 그 대금 중 일부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A는 C를 상대로 물품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1억 4천여만 원, 항소심에서 조정으로 1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및 결정이 확정되었습니다. 한편, C는 2015년경 경영난을 겪던 중 당시 대표이사이던 B에게 C 소유의 건물을 3억 4천1백만 원에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이 매매대금은 B가 C에 빌려준 돈으로 상계하거나, C의 체납 세금(용인세무서에 대한 1억 9천7백만 원)을 B가 대신 해결하는 방식으로 지급되었습니다. A는 이 매매가 C의 유일한 재산을 처분하여 A의 채권을 회수할 담보를 없애는 사해행위에 해당하거나, 실제 소유권을 이전할 의사 없이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한 허위 계약이라고 주장하며 매매 취소와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 건물의 매매가 채권자들을 해칠 목적으로 이루어진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겉으로만 이루어진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인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원고의 사해행위취소 청구가 법정 제척기간(취소 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을 도과하여 제기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판단도 이루어졌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A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제1심 판결과 동일한 결론입니다.
법원은 주식회사 C가 재산 처분 당시 채무초과 상태였음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건물 매매가 경영난을 해소하고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매매 가격이 부당하게 낮지 않았고 대금 또한 채무 변제 및 회사 운영 자금으로 사용되어 강제집행을 피하려는 사해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매매계약이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한 허위 계약(통정허위표시)이라고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민법 제406조(채권자취소권)와 관련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사해행위취소권 (민법 제406조 제1항): 채무자가 재산 상태가 나빠져 채무를 갚을 능력이 부족해지거나 더 부족해진 상태에서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여 채권자들의 채권을 회수할 공동 담보를 부족하게 만드는 행위(사해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는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권리입니다. 그러나 채무자가 자금난으로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재산을 처분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특히,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하더라도 그 목적이 채무 변제나 변제 능력을 얻기 위함이고, 매각 대금이 부당하게 낮지 않으며, 실제로 이를 채권 변제에 사용하거나 변제 능력을 유지하는 경우에는 사해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C의 건물 매각이 사업 유지를 위한 자금 확보와 세금 채무 변제를 위한 목적이 있었고, 매매대금도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정해졌으며, 대금이 채무 변제 및 회사 운영에 사용되었으므로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사해행위취소 소송의 제척기간 (민법 제406조 제2항): 채권자가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하려면 채무자의 행위가 채권자를 해친다는 사실, 즉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여기서 '취소원인을 안 날'은 단순히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을 넘어, 그 법률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라는 것, 다시 말해 채권을 만족시킬 수 없게 되었으며 나아가 채무자에게 채권자를 해하려는 의사(사해의사)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 것을 요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가 1년의 제척기간을 넘겨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단순히 채권 추심 업무를 위임하고 매매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는 사해행위라는 점까지 알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통정허위표시 (민법 제108조): 비록 관련 법령에 명시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원고는 매매계약이 당사자들이 짜고서 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통정허위표시는 당사자들이 서로 합의하여 겉으로만 법률행위를 한 것처럼 꾸미고 실제로는 그 효과를 원하지 않는 경우를 말하며, 이러한 행위는 법적으로 무효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와 C 사이에 실제 금전 거래가 있었고, C의 채무를 소멸시키며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권리 변동 등 법률효과가 발생했음을 들어 통정허위표시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채무자가 재정적으로 어려워 재산을 처분할 때, 그 처분 행위가 채권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더라도 무조건 '사해행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산 처분의 목적이 사업을 계속하거나 다른 채무를 변제하기 위한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매매 대금이 적정하며, 받은 대금이 실제로 채무 변제나 사업 유지에 사용되었다면 사해행위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매각된 재산에 이미 우선변제권이 있는 채무(예: 세금 체납으로 인한 근저당권)가 설정되어 있었고, 그 매각 대금으로 해당 채무를 변제하여 담보가 감소되지 않았다면 사해행위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채권자가 사해행위를 취소하는 소송은 채무자의 재산 처분 행위가 채권자를 해친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안에 제기해야 하며, 단순히 재산 처분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행위가 사해행위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