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수술 후 경과관찰 및 의료정보 유출 관련 손해배상 사건

대장암 환자가 우측 결장 반절제술 후 복막 재발로 항암치료를 받고 재발암 절제 수술(1차 수술)을 받았습니다. 1차 수술 후 장마비, 장폐색 증상을 보였으나 의료진은 적절한 진단 및 조치를 하지 않아 2차 수술을 받았습니다. 상태 악화로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어 기계적 장폐색 및 소장 천공 진단 하에 추가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습니다. 환자의 자녀들은 J병원 의료진의 과실(경과관찰 소홀, 폐렴 및 패혈증 조치 소홀, 설명의무 위반)과 L병원 의료진의 과실(수술 지연, 술기상 과실) 및 양 병원 의료진의 의료정보 누출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J병원 의료진의 장폐색 증상에 대한 경과관찰 소홀과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으나, 이것이 망인의 사망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L병원 의료진의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모든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의료정보 누출은 불법행위로 인정되어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최종적으로 J병원 운영자와 전문의는 환자 자녀들에게 총 9,600,388원 및 각 2,005,000원을, 모든 피고들은 의료정보 유출에 대한 위자료로 각 250,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망인 H: 상행결장암 환자로, 피고 병원에서 수술 및 치료를 받았으나 사망했습니다.
• 원고 A, B, C, D: 망인 H의 자녀들로, 의료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람들입니다.
• 피고 E: J병원의 운영자입니다.
• 피고 F: J병원의 외과 전문의로, 망인 H의 수술을 집도했습니다.
• 피고 재단법인 G: L병원의 운영 법인입니다.

분쟁 상황

망인 H은 2017년 3월 상행결장암 진단을 받고 J병원에서 우측 결장 반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이후 대장암 2기로 확인되었으나, 고혈압 등 건강 문제로 항암치료를 보류하던 중 7월에 대장암 재발 소견이 확인되어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항암치료 후 11월 29일 복막의 재발암 절제술(1차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12월 7일부터 망인은 복부 통증, 오심, 구토 증상을 호소했고, 의료진은 12월 12일 봉합부 근막결손 의심으로 2차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2차 수술 후에도 망인의 상태는 악화되어 산소포화도 저하, 폐부종, 급성호흡곤란 증후군 증상을 보였고, 다음 날 L병원으로 전원되었습니다. L병원에서는 기계적 장폐색으로 진단하고 12월 14일 수술을 진행했으며, 12월 27일 소장 천공 진단 하에 추가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망인은 지속적인 고열, 혈압 저하, 급성신장손상, 심장효소상승 등으로 상태가 악화되어 결국 2018년 1월 16일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이 과정에서 L병원 의료진이 J병원 전문의의 요청으로 환자 동의 없이 망인의 진료 정보를 제공한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J병원 의료진의 수술 후 장폐색 증상에 대한 경과관찰 및 진단 소홀 여부, 폐렴 및 패혈증 조치 소홀 여부, 1·2차 수술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 여부입니다. 또한 L병원 의료진의 전원 후 수술적 치료 지연 과실 및 수술 과정에서의 술기상 과실(소장 천공) 여부입니다. 마지막으로 피고 병원 의료진들이 망인의 의료정보를 동의 없이 누출한 의료법 위반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1. 피고 J병원 의료진(E, F)은 망인의 장폐색 임상 증상에 대한 적절한 검사 및 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과 망인에게 직접 수술 관련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실이 망인의 사망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고, 망인의 기저질환 등을 고려하여 J병원의 책임을 50%로 제한했습니다. 이에 따라 J병원 운영자와 전문의는 공동으로 원고 A에게 9,600,388원, 원고 B, C, D에게 각 2,005,000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 피고 L병원 의료진(재단법인 G)에 대해서는 망인 전원 후 장폐색 수술적 치료를 지연했거나 수술 과정에서 소장을 천공시킨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3. 피고 J병원과 L병원 의료진 모두 망인의 동의 없이 의료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의료법 위반 불법행위를 저지른 점이 인정되었습니다. 이에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각 250,000원(망인 위자료 1,000,000원의 상속지분)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4.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결론

이 판결은 의료진의 수술 후 경과관찰 의무와 환자 본인에 대한 설명의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의료사고에서 사망과의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과 환자 측의 기저질환이 손해배상 책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환자의 동의 없는 의료정보 누출은 명백한 불법행위임을 명시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 의료법 제19조 (비밀 누설 금지)​: '의료인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에 특히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의료, 조산 또는 간호에 있어서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본 사건에서 L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동의 없이 J병원 전문의에게 진료 정보를 제공한 행위는 이 조항을 위반한 불법행위로 인정되어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환자의 의료 정보에 대한 자기 결정권과 사생활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 설명의무 위반: 의료행위에 대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의료인은 환자에게 진료 및 수술의 필요성, 내용, 발생 가능한 위험과 합병증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판결은 망인 본인이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의료진이 자녀에게만 설명한 것은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 진료상의 과실: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적절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를 말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J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장폐색 임상 증상에 대해 원인 규명을 위한 진단검사 및 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 의료인의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환자의 기저질환, 고령, 의료행위의 내재적 위험성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의료기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일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도 망인의 고령과 기저질환, 암의 전이 상태 등이 고려되어 J병원의 책임이 50%로 제한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만약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면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 수술 전 의료진으로부터 수술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 합병증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었는지 확인하고, 의문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질문하여 이해해야 합니다.
• 환자 본인이 설명을 듣고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의료진은 환자 본인에게 직접 설명해야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됩니다.
• 수술 후 복부 통증, 오심, 구토, 배액량 증가 등 평소와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료진에게 즉시 알리고, 이에 대한 적절한 검사와 조치를 요구해야 합니다.
• 의료기관은 환자의 동의 없이 진료기록이나 의료정보를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 누설하거나 제공할 수 없습니다. 이는 의료법 위반이며 환자의 사생활 침해에 해당합니다.
•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의료행위와 환자의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는 전문적인 감정 등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 환자의 기존 질환이나 건강 상태는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기관의 책임 범위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