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상가 분양 계약 당시 호실 전면의 에스컬레이터와 내부 기둥의 존재를 분양받는 사람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시야와 개방감, 공간 활용을 저해하고 가치를 하락시킨 책임을 물어 분양 시행자에게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결입니다. 법원은 분양자가 이러한 중요한 정보를 고지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분양받는 사람에게도 건축도면을 개략적으로나마 확인했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제한했습니다.
원고 A는 피고 B도시환경정비사업추진위원회로부터 8억 6,710만 원에 상가 호실을 분양받았습니다. 약 4년 후인 2022년 11월경, 원고는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가 호실 전면에 1층과 2층을 잇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시야를 절반가량 가리고, 호실 내부에 56cm x 56cm 크기의 기둥이 유리창에 밀착하여 시야를 단절시키고 개방감을 해치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고는 피고에게 이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으나, 피고는 설계대로 공사가 진행되었으므로 조치하기 곤란하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에스컬레이터와 기둥의 존재를 사전에 고지할 의무를 위반하여 손해를 입었으므로 2억 7,56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건축도면 등을 통해 고지의무를 이행했거나, 해당 구조물들이 고지의무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다투었습니다.
상가 분양 계약 시 호실 전면에 설치될 에스컬레이터와 내부 기둥의 존재가 분양자의 고지의무 대상에 해당하는지, 분양자가 고지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 및 이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산정 기준과 책임 제한의 범위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B도시환경정비사업추진위원회가 원고 A에게 90,178,4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2018년 4월 4일부터 2025년 5월 30일까지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됩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상가 호실 전면 에스컬레이터와 내부 기둥이 호실의 시야, 개방감, 공간 활용 및 교환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분양 시행자에게 고지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가 분양 계약 당시 이러한 고지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원고가 손해를 입었음을 인정했으나, 원고 또한 건축도면 확인 등의 책임이 있다고 보아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80%로 제한했습니다.
법원은 부동산 거래에서 거래 상대방이 특정 사실을 고지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해당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7. 6. 1. 선고 2005다5812, 5829, 583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고지의무의 대상은 법령의 규정뿐 아니라 계약상, 관습상, 조리상의 일반원칙에 의해서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한 상대방이 스스로 확인할 의무가 인정되거나 거래관행상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실제로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상대방에 대해서는 비록 알 수 있었음에도 알지 못한 과실이 있더라도 고지의무 자체를 면할 수는 없으며, 이러한 과실은 책임 제한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에스컬레이터와 기둥이 상가 호실의 시야, 고객 접근성, 개방감, 공간 활용 및 교환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고지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손해배상액 산정 시에는 고지의무 위반이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분양대금과 실제 분양대금의 차액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손해부담의 공평을 위해 채무자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적용하여(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다287123, 287130 판결 참조), 원고의 건축도면 개략적 확인 의무 및 현장 방문 지연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했습니다.
상가 또는 주택을 분양받을 때는 계약서 외에 제공되는 모든 건축도면, 평면도, 배치도 등을 반드시 상세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시야, 접근성, 개방감, 공간 활용 등 영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꼼꼼히 살피고, 의문점이 있다면 분양자에게 서면으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착공 전 또는 공사 진행 중이라도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설계도면과 실제 시공이 일치하는지, 예상치 못한 구조물이 생기지는 않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축 도면의 기호나 표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확인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분양 과정에서 구두 설명보다는 중요한 내용은 서면으로 남겨두어 추후 분쟁 발생 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분양자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인지한 경우 즉시 이의를 제기하고 해결을 촉구해야 합니다. 너무 늦게 문제를 제기하면 이번 사례와 같이 손해배상 책임 비율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