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임차인 A와 임대인 B는 임대차 계약을 중도 해지하기로 합의하였고 임차인 A는 부동산을 인도하였습니다. 임대인 B는 임대차보증금 1천만 원 중 일부인 79만 원만 반환하였고 임차인 A는 나머지 921만 원의 반환을 청구하였습니다. 임대인 B는 임차인 A가 부동산을 훼손하여 발생한 수리비용 921만 원을 보증금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임차인 A의 손해배상책임을 510만 5천 원으로 인정하고 임대인 B는 임차인 A에게 보증금 잔액 410만 5천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와 피고 B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후 합의 해지했지만 임대인 B가 임차인 A에게 임대차보증금 전액을 반환하지 않고 부동산 훼손에 따른 수리비용을 전액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임대인 B가 제시한 수리 비용에는 임차인 A의 책임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는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임대차 계약 합의 해지 후 임차인이 건물을 인도할 때 발생한 손상에 대해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는 원상회복 비용의 범위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임차인이 통상적으로 사용하면서 발생한 손모(損耗)와 다른 임차인이 사용한 후의 손상, 그리고 전체 가구 교체 비용 등이 임차인의 책임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법원은 임대인 B가 임차인 A에게 임대차보증금 잔액 410만 5천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2020년 7월 5일부터 2023년 5월 11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명했습니다. 또한 소송 총비용 중 5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임차인 A의 청구 중 일부가 받아들여졌으며 임대인 B가 주장한 손해배상 공제 항변은 510만 5천 원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었습니다. 이는 임차인이 부동산을 인도한 지 약 10개월 후에 진행된 보수공사의 범위에 원고가 훼손하지 않은 부분이 포함될 가능성, 전체 가구 교체 비용에 임차인이 훼손하지 않은 가구에 대한 비용이 포함된 점, 통상적인 사용으로 인한 손모(損耗)를 임차인의 책임으로 볼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입니다.
임대차보증금의 성격: 부동산 임대차 계약에서 보증금은 차임 채무, 목적물의 멸실·훼손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채무 등 임대차에 따른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기능을 합니다. 임대차 관계가 종료되고 목적물이 반환될 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도 보증금에서 해당 채무액이 당연히 공제됩니다 (대법원 1999. 12. 7. 선고 99다50729 판결 등 참조).
손해배상액의 산정: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재산적 손해의 발생 사실은 인정되지만 구체적인 손해액을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은 증거조사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나타난 당사자 간의 관계, 채무불이행 발생 경위, 손해의 성격, 손해 발생 이후의 제반 정황 등 모든 간접 사실을 종합하여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액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8다301336 판결 등 참조).
통상의 손모: 임차인이 통상적인 사용을 한 후에 생기는 임차목적물의 상태 악화나 가치의 감소를 의미하는 통상의 손모는 임차목적물을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임대차 계약의 본질상 당연히 예정된 것입니다. 따라서 임차인의 원상회복 의무는 통상의 손모를 넘어선 손상에 대해서만 적용되며 통상의 손모에 대해서는 임차인이 책임을 부담하지 않습니다.
지연손해금: 금전채무의 이행을 지체하는 경우 민법이 정한 법정이율(현재 연 5%)이 적용되지만 소송이 제기된 후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한 이율(현재 연 12%)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지연손해금 이율을 적용했습니다.
임대차 계약 종료 시 원상회복 의무는 임차인이 통상적으로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마모나 가치 감소(통상의 손모)까지 책임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임차인이 부동산을 반환할 때 발생한 손상이 통상의 손모인지 임차인의 과실로 인한 것인지를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임대인은 손해배상액을 보증금에서 공제하기 전에 손상의 원인 범위 수리 필요성 등을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자료(사진, 수리 전후 비교, 견적서 등)를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임차인이 퇴거한 시점과 임대인이 보수공사를 진행한 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극이 크다면 해당 손상이 임차인의 책임으로 인한 것인지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견적서 상의 비용이 임차인의 책임 범위를 넘어서는 전체 교체 비용을 포함하는 경우 법원은 해당 비용을 전부 인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관상 목적 등으로 임차인이 훼손하지 않은 부분까지 교체하는 것은 임차인의 원상회복 의무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