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 후 기도 막힘과 뇌손상으로 사망한 의료사건

환자 A는 안면윤곽 성형수술을 받은 후 퇴원했으나, 다음 날 안면 부종과 출혈로 인한 급성 기도폐쇄 및 심정지 증상을 보이며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응급실 의료진의 기도확보 지연으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고, 결국 수년 후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환자 A의 유족들은 수술을 집도한 의사 F과 공동 운영자 D, 그리고 응급실 진료를 담당한 병원(학교법인 E)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망 A의 소송수계인 B, C: 사망한 환자 A의 부모로, A의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채권을 상속받아 소송을 이어간 당사자들
• 피고 D: 안면윤곽 수술을 집도한 의사 F과 함께 의원을 공동으로 운영한 자
• 피고 학교법인 E: 환자 A가 응급실에서 치료받은 병원을 운영하는 법인
• 피고 F: 안면윤곽 성형수술을 집도한 의사

분쟁 상황

환자 A는 2018년 12월 4일 서울 소재의 한 의원에서 안면윤곽 성형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직전 수술동의서에 서명하고 바로 수술이 진행되었으며, 환자는 수술 당일 퇴원했습니다. 다음 날인 12월 5일, 환자는 거주지인 대구에서 얼굴 전체의 심한 부종과 구강 내 출혈을 겪기 시작했고, 증상이 악화되자 119를 통해 피고 E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응급실 의료진은 환자를 중증 응급환자로 분류했음에도 불구하고 급성 기도폐쇄에 대한 충분한 대비 없이 이비인후과 및 치과 외래 진료를 위해 이동시켰고, 이 과정에서 환자의 기도폐쇄가 급격히 악화되어 심정지가 발생했습니다. 응급처치 후 자발순환이 회복되었으나,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결국 2022년 3월 14일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유족들은 수술 의사 F, 의원 공동 운영자 D, 그리고 E 병원을 상대로 의료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이 사건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핵심 쟁점

1. 수술 집도의 F의 설명의무 위반(중대한 합병증 미설명) 및 지도·설명의무 위반(퇴원 후 응급상황 대처 지침 미제공) 여부.
2. 의원 공동 운영자 D의 사용자 책임 여부.
3. 응급실 의료진의 기도폐쇄 대비 소홀, 출혈 부위 진단 지연, 기도 확보 조치 과정에서의 과실 여부.
4. 각 피고의 과실과 환자의 저산소성 뇌손상 및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인정 여부.
5. 피고들 간의 공동불법행위 성립 여부 및 손해배상 책임 범위.

법원의 판단

1. 피고 D, F은 공동으로 원고 소송수계인들에게 각 10,000,000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이는 피고 F의 합병증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환자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입니다).
2. 피고 학교법인 E은 원고 소송수계인들에게 각 173,304,579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이는 응급실 의료진의 급성 기도폐쇄 대비 소홀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이며, 학교법인 E의 책임은 50%로 제한되었습니다).
3. 원고 소송수계인들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4. 소송비용은 원고 소송수계인들과 피고 D, F 사이에 95%는 원고들이, 5%는 피고 D, F이 부담하며, 원고 소송수계인들과 피고 학교법인 E 사이에는 60%는 원고들이, 40%는 피고 학교법인 E이 부담합니다.

결론

재판부는 성형수술 집도의 F이 환자에게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합병증(기도폐쇄, 뇌손상, 사망 등)에 대해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상세히 설명할 의무를 위반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F과 공동 운영자 D에게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 2,000만 원(각 원고에게 1,000만 원씩 상속)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F의 다른 술기상 과실, 경과 관찰 과실 및 지도·설명의무 위반과 환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응급실 의료진은 환자가 중증 응급환자로 분류되고 기도폐쇄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급작스러운 기도폐쇄에 대비하지 않은 채 환자를 외래 진료실로 이동하게 하여 적절한 기도 확보 조치를 지연시킨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과실이 환자의 저산소성 뇌손상 및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 병원 운영 법인인 학교법인 E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응급실 의료진의 과실 내용과 환자 상태 등을 고려하여 책임 비율을 50%로 제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 F, D의 책임은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에 한정되어, 피고 학교법인 E의 응급처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과는 별개로 보아 공동불법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의사의 설명의무 (대법원 2022다265010 판결 등):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위험을 수반하는 의료행위를 하기 전에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과 부작용 등 환자가 의사결정을 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특히 미용 성형술의 경우, 질병 치료 목적의 의료행위보다 긴급성이 약하므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상세히 설명할 의무가 더욱 강조됩니다.
2. 의사의 지도·설명의무 (의료법 제24조 및 대법원 2004다64067 판결): 의사는 진료 목적 달성을 위해 환자가 의사 업무 범위 외의 영역에서 생활할 때 예견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요양 방법이나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지도·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수술 후 후유증 발생 가능성이 낮더라도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 환자 스스로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3. 의료과실과 인과관계 (대법원 2002다3822 판결):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의료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 측이 의료상 과실이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음을 증명하면, 의료행위를 한 측이 다른 원인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습니다.
4. 의료행위의 주의의무 (대법원 2004다13045 판결):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시인되는 의학 상식을 기준으로 합니다.
5. 책임의 제한 (대법원 2013다18332 판결 등): 의료과실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의사 측 과실의 내용과 정도, 진료의 경위, 의료행위 결과, 질환 특성, 환자의 체질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 분담의 공평이라는 이념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6.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 (대법원 2011다29666 판결):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환자가 중대한 결과를 선택할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경우, 환자는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중대한 결과로 인한 모든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려면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치료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될 정도로 중대한 경우여야 합니다.

참고 사항

1. 성형수술 전 '설명의무'의 철저한 이행 및 확인: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은 치료 목적보다 시급성이 낮으므로, 의사는 수술 방법, 예상 결과뿐만 아니라 출혈, 부종, 기도폐쇄, 뇌손상, 사망 등 발생 가능한 중대한 합병증에 대해 환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상세하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설명해야 합니다. 환자 또한 수술 동의서 내용과 설명을 충분히 숙지하고 질문하여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2. 수술 후 '지도·설명의무'의 중요성: 퇴원 시, 의사나 병원 측은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의 구체적인 증상(예: 지연성 출혈, 기도폐쇄 징후)과 이에 대한 응급 대처 방법, 비상연락망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환자가 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환자 입장에서도 어떤 증상이 나타났을 때 비상 상황으로 판단하고 의료기관에 연락하거나 방문해야 하는지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3. 응급실 진료 시 '환자 상태 관찰 및 대비': 응급실 의료진은 중증 응급환자로 분류된 경우,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이고 면밀하게 관찰하며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급성 합병증(특히 기도폐쇄와 같은 생명 위협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어야 합니다. 특히 환자를 다른 진료실로 이동시킬 필요가 있다면, 응급상황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한 상태에서 이동해야 합니다.
4. 의료분쟁 시 '진료기록 및 증거 확보': 의료사고 발생 시에는 관련 진료기록, 검사 결과, 의무기록 등 모든 증거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과실 여부와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필수적인 기초 자료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