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재개발
P빌라 구분소유자들이 인접 토지에 건축 중인 11층 규모 건물 2개동과 45.3m 주차타워로 인해 일조권 및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공사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사건입니다. 제1심 법원은 주차타워의 위치 변경을 전제로 일부 인용하였으나 항고심에서는 채무자들이 설계 변경을 확정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기존 설계도면을 기준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P빌라의 일조권 침해가 수인한도를 넘는다고 인정하여 주차타워의 높이를 지표면으로부터 12.3m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공사중지 가처분을 명했습니다. 사생활 침해 주장은 소명자료 부족으로 기각되었습니다.
채권자들은 6층 규모의 P빌라 10세대 구분소유자들입니다. 이들의 주된 거실 창은 모두 남서향으로 개구되어 있어, 인접 토지에 건축될 예정인 11층 규모 업무시설 2개동(101동, 102동)과 45.3m 높이의 주차타워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채무자들은 2017년 9월 15일 건축허가를 받아 공사를 진행하던 중이었는데, P빌라 주민들은 신축될 건물이 자신들의 주택 일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사생활까지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주차타워는 아직 지상 공정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 지역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준공업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었고, 기존에도 주변에 Q빌딩, R주유소, S빌딩 등 4~7층 높이의 건물들이 위치해 일부 일조 방해를 받고 있었습니다.
항고심 법원은 채권자들이 채무자들을 위한 담보로 1억 원을 공탁하거나 해당 금액을 보험금액으로 하는 지급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할 것을 조건으로, P빌라 인접 지상에 건축 중인 업무시설 중 주차타워를 지표면으로부터 12.3m를 초과하여 공사해서는 안 된다는 공사중지 가처분을 명령했습니다. 또한 집행관에게 위 결정의 취지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하도록 했습니다. 채권자들의 나머지 항고(특히 102동 1호 라인 3층 초과 공사 금지 및 사생활 침해 관련)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소송총비용은 채무자들이 부담합니다.
이 판결은 인접 건물 신축으로 인한 일조권 침해가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경우, 설령 해당 지역이 공법상 준공업지역이고 건축기준을 형식적으로 준수했더라도 공사금지 가처분 등 위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음을 재확인했습니다. 특히 골조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주차타워에 대해서는 일조 방해를 줄일 수 있는 설계 변경 가능성을 고려하여 공사를 제한할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사생활 침해 주장은 명확한 소명 부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 가처분 명령의 법적 근거 (민사집행규칙 제203조의3 제1항, 제203조 제1항 제2호): 이 조항들은 민사집행법에 따라 법원이 임시로 특정 행위를 금지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가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절차와 요건을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P빌라 주민들이 본안 소송에서 승소하여 공사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피보전권리)가 있고, 공사가 계속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보전의 필요성)가 있다고 판단하여 주차타워 공사금지 가처분을 결정했습니다. • 일조권 침해의 수인한도 법리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4다54282 판결 등): 우리 법원은 햇빛을 받을 권리인 일조권을 법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으로 인정하며, 인접 건물의 신축으로 일조권이 침해되는 경우 그 정도가 사회 통념상 참을 수 있는 한도(수인한도)를 넘으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봅니다. 수인한도 판단 시에는 피해 건물의 기존 일조 방해 정도, 신축 건물로 인한 일조 방해 정도, 지역의 특성(주거지역, 준공업지역 등), 공법적 규제 준수 여부, 건축주의 피해 방지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준공업지역임에도 불구하고 P빌라 주민들의 일조가 전혀 또는 거의 없게 되는 극심한 피해가 발생하여 수인한도를 넘어섰다고 판단되었습니다. • 재산권 행사의 한계 (헌법 제23조, 헌법재판소 1989. 12. 22. 선고 88헌가13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헌법 제23조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면서도 그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재산권 행사도 공동체 생활과의 조화와 균형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타인에게 과도한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의미합니다. 건축주 역시 재산권 행사의 일환으로 건축을 하지만, 인접 주민의 일조권을 극심하게 침해한다면 이는 재산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공법적 규제 준수와 위법성 판단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0다72213 판결 참조): 건축물이 건축법 등 공법적 규제에 형식적으로 적합하더라도, 실제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인접 주민의 피해가 현저히 커서 사회 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을 경우에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법규 준수 여부가 위법성 판단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며,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실질적 피해 정도가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 일조권 침해 판단 기준: 건물이 새로 지어져 햇빛을 가리는 피해를 판단할 때, 동짓날(겨울의 시작점)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총 4시간 이상, 그리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연속으로 2시간 이상 햇빛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일반적으로 피해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다른 건물에 의해 햇빛이 가려지고 있었거나 건물의 구조상 햇빛을 받기 어려운 경우에는 이러한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기존의 방해 정도, 새로운 건물로 인한 방해 정도, 전체 방해 시간 중 새로운 건물로 인한 방해가 차지하는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 준공업지역 특성: 준공업지역이라 할지라도 주거기능이 보완되어 주택이 들어설 수 있는 지역이라면, 주택 소유자나 거주자들이 누릴 햇빛의 이익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공업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햇빛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 공법적 규제와 실제 피해: 건축 관련 법규나 조례를 형식적으로 준수하여 건축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실제로 발생하는 햇빛 가림 피해가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면, 해당 공사는 위법한 행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 설계 변경 가능성: 아직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거나 초기 단계인 부분(예: 주차타워 등)에 대해서는 설계 변경을 통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공사 방식을 변경해야 할 의무가 건축주에게 있습니다. 가처분 신청 과정에서 건축주의 설계 변경 의지나 실제 진행 상황이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다. • 사생활 침해 소명: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공사 금지를 주장하려면, 단순히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 결과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제 사생활이 어떻게 침해되는지, 그 침해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추가 소명 자료가 필요합니다. • 가처분 신청 시 담보: 공사금지 가처분과 같은 결정이 내려질 경우, 신청자는 상대방의 예상 손해를 담보하기 위해 일정 금액을 법원에 공탁하거나 지급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해야 할 조건이 붙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1억 원이 조건으로 제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