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서울특별시가 발주한 지하철 건설 공사 입찰에서 대림산업,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들이 공구 분할 및 들러리 입찰을 통해 담합 행위를 저질러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서울시가 건설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제1심은 피고 건설사들의 담합 행위를 인정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으나, 항소심에서는 서울시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지방재정법에 따른 5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여 원고인 서울시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서울특별시가 지하철 건설 공사를 발주하면서 입찰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림산업,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 다수의 대형 건설사들이 서로 공구를 분할하고, 일부러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들러리'를 세워 특정 건설사가 낙찰받도록 사전에 합의하는 담합 행위를 했습니다. 이러한 담합으로 인해 서울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한 효율적인 사업자 선정 기회를 박탈당하고, 본래보다 더 높은 공사대금을 지급하게 되어 약 272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어 건설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건설사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거나, 설령 위반했더라도 이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으므로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건설사들의 공구 분할 및 들러리 입찰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담합)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입찰에 참여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서울시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 피고 건설사들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이 받아들여지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에 대해 민법상 시효(3년 또는 10년)가 아닌 지방재정법상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지, 그리고 그 소멸시효의 기산점('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이 언제인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넷째, 장기계속공사 및 설계시공병행방식 계약의 특성을 고려할 때,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 1차 계약 체결일인지, 총괄계약 체결일 또는 각 차수별 계약일인지 여부입니다. 다섯째, 피고 건설사들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이에 해당하는 원고(서울특별시)의 피고들에 대한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또한, 원고의 부대항소(일부 승소했던 1심 판결에 불복하여 더 많은 배상을 요구한 것)도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에 소요된 비용 중 원고와 피고들 사이 부분은 원고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원고 보조참가인(부천시)이 각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형 건설사들의 지하철 공사 입찰 담합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원고인 서울특별시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지방재정법 제82조 제1항에서 정한 5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1차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된 2004년 12월 30일로 보았고, 이 시점으로부터 5년이 지난 후 소송이 제기되었기 때문에 서울시의 손해배상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따라서 서울시는 비록 담합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효 만료로 인해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