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이 사건은 주식회사 A(원고)가 한국토지주택공사 및 B공사(피고들)로부터 영종도 택지개발지구 내 토지를 매수하였다가, F교 건설 지연 등을 이유로 매매계약의 해제 또는 취소를 주장하며 이미 납부한 매매대금의 반환과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피고들이 F교 건설 및 기반시설 설치 의무를 불이행했다는 점, 사정 변경, 동기의 착오, 사기 등을 이유로 계약 해제 또는 취소를 주장했으며, 설령 계약이 해제되었더라도 계약보증금(위약금)이 과도하므로 감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특히 F교 건설 의무가 계약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계약보증금도 일반적인 거래 관행을 벗어나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2007년 12월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 및 B공사로부터 인천 영종도 'C 택지개발지구' 내 토지 46,631㎡를 아파트 신축 부지로 81,277,840,000원에 매수했습니다. 계약서에는 토지사용가능시기가 2009년 11월 30일로 명시되었으며, 조성공사 지연 시 피고들의 책임 유무에 따른 조항이 있었습니다. 원고는 계약보증금과 1~3차 할부금을 납부했으나, 자금난으로 4차 할부금을 약 8개월간 지급하지 못했고, 결국 E단체에 아파트 신축사업 포기 의사를 통보했습니다. 이에 피고들은 2010년 8월 4일 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하며, 원고가 지급한 대금 중 계약보증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E단체에 반환했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이 토지사용가능시기인 2009년 11월 30일까지 F교(영종도와 육지를 잇는 교량)를 착공하고 기반시설을 설치할 의무를 불이행했다는 점, 중대한 사정 변경이 발생했다는 점, 동기의 착오나 피고들의 사기 또는 허위·과장 광고가 있었다는 점을 주장하며 매매대금 반환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또한, 계약 해제의 경우 피고들에게 귀속된 계약보증금이 과다하여 감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주식회사 A가 피고들과 체결한 영종도 토지 매매계약을 해제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는지 여부, 피고들에게 F교 건설 등 기반시설 확충 의무가 있었는지 여부, 그리고 계약 해제의 경우 계약보증금(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감액되어야 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와 추가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즉, 원고는 매매대금 반환 및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으며, 피고들에게 귀속된 계약보증금 역시 감액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매매계약 해제, 취소, 무효 주장을 모두 배척했습니다. 피고들에게 F교 착공 및 기반시설 확충 의무가 계약상 명시되지 않았고, 사정 변경, 착오, 사기 등의 요건도 충족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들의 광고가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하지 않으며, 계약보증금(손해배상 예정액)도 매매대금의 10%로 일반적인 거래 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볼 수 없어 감액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원고의 모든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결되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398조 (배상액의 예정) 및 제2항 (예정액의 감액): 계약 시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약정(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됩니다. 이 경우 법원은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에는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지위, 계약 목적 및 내용,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당시 거래 관행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정액 지급이 경제적 약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주어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는지 판단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계약보증금이 매매대금의 10%였는데, 법원은 이를 일반적인 거래 관행을 벗어나 부당히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감액 요청을 기각했습니다.
민법 제379조 (법정이율): 이 조항은 특별한 약정이 없는 경우 금전채무의 법정이율(연 5%)을 정하고 있으며, 계약이 해제되어 매매대금을 반환해야 할 경우 이자 산정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들이 계약 해제 시 계약보증금을 제외한 매매대금에 대하여 연 5%의 이율을 적용하여 반환하도록 약정되어 있었으나,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어 직접적인 적용 대상은 되지 않았습니다.
사정변경의 원칙: 계약 성립 후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 변경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계약 내용을 유지하는 것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할 때 예외적으로 계약 해제를 인정하는 원칙입니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는 F교 건설 지연이 원고의 주관적인 기대에 불과하며, 계약의 기초가 된 객관적인 사정 변경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을 때 계약을 취소할 수 있으나, 동기의 착오는 그 동기를 계약 내용으로 삼을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고 상대방의 적극적 행위로 유발되었으며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만 취소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F교 건설에 대한 내용이 계약에 명시되지 않았고, 피고들의 적극적 행위에 의한 유발로 볼 수도 없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 상대방의 기망행위로 인해 착오에 빠져 계약을 체결한 경우 취소할 수 있으나, 본 사건에서는 감정평가사의 금품 수수 사실만으로 토지 감정평가액이 부당하게 높게 산정되었거나 피고들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사업자가 허위·과장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속인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는 F교 건설 예정 사실에 대한 피고들의 광고가 당시 '2020년 인천도시기본계획' 등에 포함된 내용으로,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부동산, 특히 대규모 개발사업과 연계된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꼼꼼히 확인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첫째,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예: 특정 기반시설의 건설 시기 등)은 계약의 내용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구두 약속이나 광고 문구만으로는 법적 효력을 주장하기 어려우므로, 중요한 내용은 반드시 계약서에 명확히 포함시켜야 합니다. 둘째, '사정변경'이나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취소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법원은 계약의 기초가 된 객관적인 사정의 현저한 변경을 요구하며, 당사자의 주관적인 예상이나 희망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셋째, 위약금(손해배상 예정액)은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인정되는 것이므로, 그 액수가 지나치게 과다하다고 인정받지 않는 한 감액되기 어렵습니다. 계약 체결 전에 위약금 조항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넷째,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 각종 인허가 지연이나 계획 변경으로 토지이용 계획이나 사용 가능 시기가 변경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러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지 미리 판단해야 합니다. 광고 자료에 포함된 개발 계획이 확정된 것이 아닐 수 있으므로, 관련 기관에 직접 문의하여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