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민사사건
안양역사 주식회사는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과의 협약에 따라 안양민자역사를 건설하고 상업시설 운영으로 수익을 얻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 한국철도공사가 역무시설 내에서 자회사인 코레일유통 주식회사를 통해 신발, 가방, 제과, 화장품, 의류 등 원고와 경쟁하는 판매 영업을 하였고, 원고는 피고가 묵시적 경업금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영업행위 금지 및 폐지를 청구하였습니다. 법원은 피고 한국철도공사의 특정 판매 영업이 원고의 영업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여 해당 영업의 금지 및 폐지를 명했으나, 피고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대한 청구와 간접강제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철도청은 1980년대 예산 부족으로 노후한 철도역사를 개량하지 못하자, 민간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성일개발 주식회사(이후 원고인 안양역사 주식회사 설립)와 1992년 안양민자역사 건설 사업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약은 민간사업자가 역사 건설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역무시설을 국가에 무상 기부채납하는 대신, 상업시설을 소유·운영하며 수익을 창출하도록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원고는 안양민자역사를 건설하여 상업시설을 운영하며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었는데, 철도청의 권리의무를 승계한 피고 한국철도공사가 역무시설 내에서 자회사인 코레일유통 주식회사를 통해 원고의 상업시설과 경쟁 관계에 있는 신발, 가방, 제과, 화장품, 의류 등의 판매 영업을 시작하면서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피고의 영업행위가 협약상 묵시적인 경업금지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본 사건의 주요 쟁점은 안양민자역사 건설 협약에 묵시적인 경업금지 의무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 한국철도공사가 역무시설 내에서 특정 판매 영업을 하는 것이 안양역사 주식회사의 영업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경업금지 의무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피고 한국철도시설공단에도 경업금지 의무가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또한, 의무 위반 시 간접강제로서 배상금 지급을 명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제1심판결 중 피고 한국철도공사에 대한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한국철도공사가 안양역사 건물 2층 역무시설 2,795.01㎡ 중 특정 부분(별지 도면 표시 1, 2, 3, 4, 5, 6, 1의 각 점을 차례로 연결한 선내 ㉮ 부분)에서 신발, 가방 등 잡화, 제과, 화장품 및 의류 판매점의 영업행위를 스스로 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했습니다. 또한, 해당 역무시설 내 신발 판매점 1개 점포, 가방 등 잡화 판매점 1개 점포, 제과점 2개 점포, 화장품 판매점 1개 점포 및 의류 판매점 3개 점포의 영업을 폐지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원고의 피고 한국철도공사에 대한 나머지 항소(간접강제 청구 등)와 피고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대한 항소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소송총비용은 원고와 피고 한국철도공사 사이에 30%는 원고가, 70%는 피고 한국철도공사가 부담하며,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은 30%는 원고가, 70%는 피고 한국철도공사 보조참가인(코레일유통 주식회사)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피고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대한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안양민자역사 건설사업의 추진 배경, 협약 체결 동기 및 경위,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이 역무시설 내에서 상업시설과 경쟁하는 영업을 하지 않을 묵시적인 경업금지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신발, 가방, 제과, 화장품, 의류 판매점 등은 한국철도공사의 경업금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해당 영업의 금지와 폐지를 명령했습니다. 다만, 구 안양역사에서 전통적으로 운영되던 신문·잡화 판매, 자동판매기, 간이음식(스넥)점 영업은 예외로 인정했습니다. 한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역무시설 관리가 아닌 시설자산 관리에 국한되므로 역무시설 내 영업 행위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보았으며, 간접강제 청구는 피고가 공익적 지위에 있고 판결 확정 시 즉시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이며 배상액 산정 자료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본 판결은 계약 해석의 원칙에 따라, 계약 내용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문언의 내용과 계약 동기, 경위,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게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특히, 민자역사 건설사업의 특성과 철도청의 민간자본 유치 목적을 근거로 한국철도공사의 묵시적 경업금지 의무를 인정했습니다. 이는 국유철도재산의 활용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등 관련 법규정들을 민자역사 사업의 특성과 결부하여 해석한 결과입니다. 또한, 철도청의 출자사업업무처리규정 제27조와 민자역사관리기준 제19조 제1항 및 국유철도구내영업규정 제5조 제1항을 통해 역무시설과 상업시설의 구분, 역매점 설치 및 운영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경업금지 의무의 범위를 구체화했습니다. 부작위채무에 대한 간접강제 청구와 관련해서는, 채무자가 단기간 내에 위반할 개연성이 높고 적정한 배상액 산정이 가능한 경우에 한해 인정된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으나, 본 사건에서는 해당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기각되었습니다.
민간사업자가 공공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시설을 건설하고 상업시설 운영권을 부여받는 경우, 협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이라도 사업의 동기, 경위,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묵시적 합의나 의무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공공기관이 민간의 투자 유치를 위해 특정 혜택(상업시설 독점 운영권 등)을 제공한 경우, 공공기관이 이후 유사한 영업을 통해 민간사업자의 수익성을 침해하는 행위는 제한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존에 공공기관이 직접 운영해온 필수적인 편의시설(신문, 잡화, 스낵 등)은 예외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으나, 신규 또는 확대된 상업성 강한 영업은 경업금지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소멸시효는 일반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되므로, 영업침해 행위가 언제부터 발생했는지 정확한 시점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사한 분쟁 발생 시,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묵시적 합의나 관행에 대한 충분한 증거(사업 계획서, 내부 보고서, 당시 상황에 대한 증언 등)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사업 주체가 변경(예: 철도청에서 공사로)되더라도 이전 주체의 권리·의무는 승계될 수 있으나, 승계되는 범위는 각 법인의 설립 목적과 사업 범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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