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부산 미군기지 내의 미군 시설 폐쇄를 요구하는 주민투표를 추진하려던 원고가 부산광역시장에게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신청했으나, 시장이 이를 거부하자 원고가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해당 안건이 국가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이므로 주민투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주한미군은 부산 B 기지 내에 ‘센토’라는 장비운영 체계를 갖춘 ‘시료 분석 시설’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2020년 9월 18일, 이 시설의 폐쇄를 요구하는 주민투표를 진행하기 위해 부산광역시장에게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부산광역시장은 2020년 10월 13일, 해당 안건이 주민투표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국가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에 해당하여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신청을 거부했습니다. 원고 A는 이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주한미군이 운영하는 시설의 폐쇄 문제가 주민투표법상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국가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이는 주민투표가 가능한 대상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법원은 2021년 6월 18일, 주한미군이 관리하는 시설의 폐쇄를 내용으로 하는 안건은 주민투표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한 '국가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에 해당하여 주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 거부처분 취소 청구가 이유 없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이는 주한미군 관련 시설의 관리 및 폐쇄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가 아닌 국가의 고유한 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민투표법 제7조 (주민투표 사항) 제1항은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 사항으로서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을 주민투표의 대상으로 규정합니다. 그러나 제2항 제2호는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민투표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한정되며, 국가의 고유한 권한에 속하는 사무는 주민투표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주민투표법 제10조 제1항 (주민투표 청구인대표자 증명서 교부) 이 조항에 따라 주민투표 청구인대표자 증명서 교부 신청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증명서 발급 행위는 '기속행위'로 해석됩니다. 즉, 법적 요건이 충족되면 반드시 발급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 판결에서는 증명서 발급이 기속행위라 할지라도, 청구된 안건 자체가 주민투표 대상이 될 수 없는 경우에는 발급이 거부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사무 판단 기준 법원은 어떤 사무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인지 아니면 국가사무(또는 기관위임사무)인지를 판단할 때,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SOFA) SOFA 제2조는 주한미군이 공여받은 시설과 구역에 관한 협정은 합중국과 대한민국 정부가 체결 또는 재검토하도록 규정합니다. 비록 SOFA 제3조 제3항, 제7조가 주한미군의 공공 안전 고려 의무와 한국 법령 존중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이러한 규정만으로 미군 시설 폐쇄가 자치사무가 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협정 관련 양해사항 제3조 제1항은 미군이 시설 개조나 철거 시 대한민국 정부에 통보하고 협의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지방자치단체장인 피고가 미군에게 직접 시설 폐쇄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의 시행에 따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법률 이 법률에 따르면 주한미군에 공여된 시설은 공여 기간 중 국방부장관이 관리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해당 재산을 국방부장관에게 대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미군 시설 관련 사항이 국가사무임을 뒷받침합니다.
부산광역시 미군 주둔 지역 등 안전·환경 사고예방과 대응, 후속조치에 관한 조례 이 조례 제5조는 부산광역시장에게 주한미군기지 등에서 발생하는 사고로부터 시민의 안전과 환경권을 보호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조례 제4조는 이러한 예방 및 대응 활동이 '관련 법률에 따른 국가사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국가사무에 우선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 제49조 및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조 이 법률들은 지방자치단체에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또는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책무를 인정합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책무에도 불구하고, SOFA에 따라 주한미군이 공여받은 시설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법률에 따른 직접적인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주민투표법 제24조 제5항 (주민투표 결과의 효력) 이 조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지방의회가 주민투표결과 확정된 내용대로 행정·재정상의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법원은 주민투표 결과 이 사건 시설을 폐지하는 내용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관련 규정상 부산광역시가 그 결과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주민투표가 실현 불가능한 사항을 대상으로 할 수 없다는 법리를 적용한 것입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주민투표의 대상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로 한정됩니다. 국가의 권한이나 사무에 속하는 사항,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나 사무에 속하는 사항은 주민투표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주한미군 관련 시설의 설치, 운영, 폐쇄 등은 일반적으로 '국가사무'로 분류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는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및 관련 협정(SOFA)에 따라 시설과 구역에 대한 협정은 양국 정부가 체결하거나 재검토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방자치단체 조례가 시민의 안전과 환경권을 보호할 의무를 부과하더라도, 그 조례는 관련 법률에 따른 국가사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되어야 합니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또는 재난 안전 관리와 관련된 지방자치단체의 책무가 인정되더라도, 국가의 권한에 속하는 시설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직접적인 조치를 할 권한은 없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설령 주민투표가 실시되어 특정 안건에 대한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사항이라면 해당 안건은 주민투표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주민투표는 그 결과가 실현 가능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