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호흡곤란 호소 후 퇴원한 환자의 사망 사건

망인 H(80세)은 2017년 2월 8일 오후 5시 21분경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상으로 피고 G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내원 당시 망인은 처음에는 호흡곤란을 호소했지만, 이후 의료진의 문진에 항문 관련 진료도 원한다고 말했고, 담당 의사 J에게는 '가슴 답답함, 호흡곤란 때문에 병원에 왔는데, 온 김에 항문 진료도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혈액검사, 동맥혈가스검사, 소변검사, 흉부X선, 흉부/복부 CT 검사 등을 시행했으며, CT 결과 기관지 확장증 및 흉막 삼출 소견이 있었고, 혈색소 수치 8.6g/dL, CRP 수치 상승, 동맥혈 가스 검사 PCO2 및 O2 Content 이상 등 비정상적인 수치들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병원 의료진은 명확한 진단 없이 직장탈출증이 의심된다는 설명을 하고 2017년 2월 9일 오전 6시 45분경 망인을 퇴원시켰습니다. 망인은 퇴원 후 호흡이 더욱 거칠어져 다시 병원으로 가려던 중 쓰러져 인근 L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같은 날 오후 4시 50분경 허혈성 심장질환(심근경색)으로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인 원고들은 피고 G병원이 진단상의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며 총 1억 2천3백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사망자의 배우자
• 원고 B, C, D, E, F: 사망자의 자녀들
• 피고 G병원: 망인 H이 내원했던 종합병원으로 법인 형태의 의료기관
• 망인 H: 2017년 2월 9일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환자
• 의사 J: 피고 G병원 의료진으로 망인에게 직장수지검사를 실시
• 응급의학과 전공의 K: 피고 G병원 의료진

분쟁 상황

80세 남성 환자가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았으나, 이후 주된 증상으로 항문 통증을 언급했습니다. 혈액검사 및 영상검사에서 몇몇 이상 소견이 발견되었지만, 의료진은 심장 질환 관련 특이 증상이 없다고 판단하여 환자를 퇴원시켰습니다. 환자는 퇴원 약 10시간 후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고, 이에 유족들은 병원의 의료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1.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호흡곤란 증상과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급성 심근경색을 진단하거나 추적 검사를 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2.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증상 및 검사 결과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여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원고들의 피고 G병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진단상의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망인이 응급실에 내원했을 때 활력 징후가 혈압 100/60mmHg, 맥박 92회/분, 호흡수 18회, 산소포화도 98%로 정상 범위였으며, 스스로 '숨찬 것이 없고 지금은 항문이 문제다'라고 말하여 주 증상이 항문 통증으로 분류되었습니다.
2. 망인이 급성 심근경색의 전형적인 증상인 '가슴을 쥐어짜는 것 같은 흉통'이나 구역, 구토, 명치 통증 등을 호소한 바가 전혀 없었습니다.
3. 흉부 CT 검사에서 확인된 기관지 확장증, 흉막 삼출, 경증 폐부종 소견은 만성적인 질환으로도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4. 망인이 야간 응급실에 내원하여 다음날 새벽에 퇴원한 점 등 응급실 진료의 특수성과 한계를 고려할 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여 전반적인 추적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을 과실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5. 증상과 검사 수치만으로는 급성 심근경색 발생을 의심할 만한 상황으로 보기 어렵고, 즉각적인 추적 검사가 필요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기에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진찰 및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주의의무의 수준은 의료행위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인정되는 '의학 상식'을 통상의 의사에게 요구되는 기준으로 삼되, 진료 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2075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망인이 내원 당시 활력 징후가 정상이었고 주된 호소 증상이 항문 통증으로 분류되었으며, 급성 심근경색의 전형적인 흉통을 호소하지 않았다는 점, 야간 응급실이라는 특수성 등을 종합하여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 설명의무: 의료진은 환자에게 진단 결과, 치료 방법, 예상되는 예후, 발생 가능한 위험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법원은 망인이 호소한 지속적인 가슴 답답함이나 호흡곤란, 그리고 각종 검사 수치만으로는 당시 급성 심근경색을 의심할 만한 상황으로 보기 어려웠고, 즉각적인 추적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진이 호흡곤란의 원인이나 세부 질환 감별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더라도 환자나 보호자가 적절한 의료적 조치를 강구할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1. 증상 명확히 전달: 응급실에서는 환자의 '주 호소'에 따라 진료의 방향과 중증도 분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증상이나 불편함을 명확하고 일관성 있게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의 환자는 처음에는 호흡곤란을 호소했으나, 이후 항문 통증을 주 증상으로 언급하여 진료 방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2. 모든 증상 상세히 설명: 주된 증상 외에도 본인이 느끼는 다른 모든 증상(예: 구역, 구토, 명치 통증 등)을 의료진에게 빠짐없이 상세히 설명해야 합니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과 같은 중증 질환은 전형적인 증상(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흉통)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증상이라도 모두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검사 결과에 대한 질문: 의료진이 설명하는 검사 결과나 소견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거나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질문하여 충분한 설명을 듣는 것이 좋습니다. CT상 기관지 확장증, 흉막 삼출 등 이상 소견이 있었다면 이것이 호흡곤란의 원인일 수 있는지, 추가 검사는 필요 없는지 등을 문의할 수 있습니다.
4. 퇴원 후 경과 관찰 및 재방문: 퇴원 후에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경우, 주저하지 말고 즉시 다시 병원을 방문하여 재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퇴원 후 약 10시간 만에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증상 변화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신속한 대응이 중요합니다.
5. 응급실 진료의 특수성 이해: 종합병원 응급실은 야간에 다수의 환자가 내원하므로, 모든 증상을 완벽하게 진단하고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응급실 진료는 가장 위급한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특수성을 이해하고, 만성적인 증상이나 추가적인 정밀 진단이 필요한 경우 일반 외래 진료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