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원고는 피고로부터 물품보관용 창고를 임차하고 차임 1,200만원을 전액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임대차 목적물인 건물 2층은 계약 체결 전부터 심각한 누수와 소방 시설 폐쇄 등으로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원고는 이를 이유로 임차 목적물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였고, 피고에게 이미 지급한 차임의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임대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여 임대차 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해졌으므로, 계약이 당연 해제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지급받은 차임 1,200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는 피고 B로부터 대전 중구 소재 상가 건물의 2층 일부분 약 660㎡를 물품보관용 창고 목적으로 임대차보증금 없이 차임 총 1,200만원, 임대차기간 2018. 1. 1.부터 2020. 1. 1.까지로 정하여 임차했습니다. 원고는 2017. 12. 15.까지 차임 1,200만원 전액을 피고에게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임차 목적물인 건물 2층은 선행 임대차계약 체결 이전부터 공실이었고, 2017년 소방점검 조치명령에 따라 스프링클러 헤드 및 배관 누수로 인해 알람밸브가 잠긴 상태로 폐쇄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건물 자체가 1987년에 사용승인을 받은 노후 건물로, 지분 형태로 공유되고 있어 건물 철거가 예정된 상태였으며, 건물 소유자들이 보수·관리에 대한 의사가 없어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사정으로 임차 목적물을 전혀 사용하지 못했고, 피고에게 차임 반환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원고가 누수 상태를 알고 계약을 체결했으며, 소방점검 조치 불이행은 사용에 영향이 없고 원고 스스로 사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임대차 계약에서 임대차 목적물이 임대인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해 처음부터 사용·수익이 불가능한 상태였을 경우, 임대차 계약이 당연히 해제되는지 여부 및 임차인이 이미 지급한 차임을 반환받을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제1심판결과 같이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1,20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임대인인 피고는 임차인인 원고에게 임대차 목적물을 정상적으로 사용·수익하도록 할 의무를 임대차 기간 동안 제공한 바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그에 대응하는 임차인의 차임 지급 의무도 발생하지 않게 되었으며, 임대차 계약은 임차인의 해지 의사표시를 기다릴 필요 없이 당연히 해제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이미 지급받은 차임 1,200만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12. 16.부터 이행권고결정 송달일인 2019. 4. 30.까지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임대인의 임대차 목적물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와 관련된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618조 (임대차의 의의): 임대차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목적물을 사용, 수익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차임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깁니다. 이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민법 제623조 (임대인의 의무):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 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건물 누수, 소방 시설 폐쇄, 철거 예정 등으로 인해 이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548조 (해제의 효과, 원상회복의무): 계약이 해제되면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으며, 반환할 금전에는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가하여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임대인의 목적물 사용·수익 제공 의무 이행 불능으로 계약이 '당연 해제'된 것으로 보아 원고가 지급한 차임 및 지연손해금 반환을 인정했습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법정이율): 금전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법정이율에 관한 특별 규정을 적용합니다. 본 사건에서도 차임 전액 지급일 다음날부터 이행권고결정 송달일까지는 민법상 연 5%의 이율이,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2%의 이율이 적용되었습니다.
법리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차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가 임대차 계약 기간 중에 이행불능이 되었고, 이러한 이행불능이 일시적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임대차는 당사자의 해지 의사표시를 기다릴 필요 없이 '당연히 종료'된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즉, 임대차 목적물이 계약의 본래 목적대로 사용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 임차인이 별도로 계약 해지 통보를 하지 않아도 계약이 자동으로 종료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는 임차 목적물의 현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창고처럼 특정 용도로 사용할 경우에는 해당 용도에 지장이 없는지 (예: 누수, 습기, 소방시설 등) 철저히 점검해야 합니다. 계약서 작성 시에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특약 사항을 포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건물의 중대한 하자에 대한 보수 의무나 건물의 철거 예정과 같은 중대한 사항은 반드시 명시해야 합니다. 만약 임대차 목적물이 계약의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하자를 가지고 있고, 임대인이 이를 해결해주지 않아 임차인이 목적물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의 해지를 주장하고 이미 지급한 차임 등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임대차 목적물의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원은 임차인의 별도 해지 통보가 없더라도 계약이 '당연 해제'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임차인은 원상회복으로 차임 반환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