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형사사건 · 금융
피고인들은 인터넷 도박, 투자 사기, 보이스피싱 등 범죄조직이 편취한 불법 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상품권 매매업체를 가장한 허위 법인을 설립하고 그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였습니다. 이후 이 계좌로 입금된 총 12억 원이 넘는 범죄수익금을 인출하여 조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원심 법원은 피고인들이 법인의 대표이사 명의로 금융거래를 한 것이므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금융실명법 위반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범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명의 계좌를 자금세탁에 이용한 경우, 형식적으로 법인 명의라도 실질적으로는 개인의 범죄를 위한 '타인의 실명 금융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심의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습니다.
피고인들은 성명불상 범죄조직과 공모하여 인터넷 도박, 투자 사기, 보이스피싱 등 중대 범죄로 취득한 범죄수익금을 세탁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피고인들은 상품권 매매업체를 가장한 허위 법인 세 곳(공소외 1, 2, 3 회사)을 설립하고, 이 법인들 명의로 금융 계좌를 개설했습니다. 이후 범죄조직으로부터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사기 피해금 약 12억 8천만 원을 이 계좌들로 송금받아 현금으로 인출한 뒤, 일정 수수료를 공제하고 조직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자금세탁을 실행했습니다. 수사 및 계좌 지급정지에 대비하여 허위 대화 내역을 만드는 등 치밀하게 범죄를 은닉하려 했습니다. 원심은 법인 대표가 법인 명의로 거래한 것이므로 '타인의 실명' 거래가 아니라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보아 다시 심리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법인의 대표자 지위에 있는 자가 형식적으로 법인 명의로 금융거래를 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범죄를 위해 법인 명의를 수단으로 삼은 경우, 이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에서 정한 '타인의 실명으로 한 금융거래'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원심의 금융실명법 위반 부분에 대한 무죄 판단이 법리를 오해한 것인지 여부와 피고인들의 유죄 부분 및 양형 부당 주장이 적법한 상고 이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의 피고인들에 대한 금융실명법 위반 무죄 부분과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유죄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창원지방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검사의 상고는 이유 있다고 판단되었으나, 피고인 1과 피고인 2의 양형 부당 주장은 형사소송법상 상고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여 기각되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상품권 매매업을 가장한 허위 법인을 오로지 범죄수익금 자금세탁 목적으로 설립하고 그 명의의 계좌를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한 점, 실제 영업 활동이 없었던 점, 금융거래 이익이 법인이 아닌 피고인들에게 귀속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이에 따라 형식적으로 법인 명의의 거래라 할지라도 실질적으로는 피고인들이 법인 명의를 빌려 자신의 범죄를 위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원심의 무죄 판단은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보아 파기 환송했습니다. 이는 범죄 목적으로 법인 명의를 악용하는 행위를 엄중히 처벌하려는 금융실명법의 취지를 재확인한 판결입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 제3조 제3항은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공중협박자금 조달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 그 밖의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제6조 제1항은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법인의 대표자 지위에 있는 행위자가 형식적으로는 법인의 명의로 금융거래를 하였더라도, 실질적으로 자신의 범죄 등을 위하여 법인의 명의를 수단으로 삼아 자신의 금융거래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 그 금융거래는 금융실명법에서 정한 '타인의 실명으로 한 금융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판단은 법인의 설립 목적과 경위, 금융거래 계좌의 개설 경위와 이용 현황, 법인의 실제 운영 현황과 방식, 금융거래 대상이 된 자금의 조달 방법 및 사용 내역, 법인의 활동과 행위자의 범죄 등 사이의 상관관계, 법인의 형해화 정도, 금융거래에 따른 실질적 이익의 귀속 주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합니다.
즉, 법인을 불법적인 목적으로만 설립하고 운영하면서 그 명의의 계좌를 범죄 수익 은닉이나 자금세탁에 활용한 경우에는, 비록 법인 명의의 계좌라 할지라도 실질적으로는 해당 법인을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아 금융실명법상 '타인의 실명 금융거래'에 해당하여 처벌될 수 있습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는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