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차
원고는 공인중개사사무소 중개보조원 K의 기망으로 오피스텔 임대차보증금 전액을 K에게 지급하고 사기를 당했습니다. K는 임대인들로부터 월세 계약 권한만 위임받았음에도 전세 계약서를 위조하여 보증금을 편취한 사실로 징역 10년의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임대인들에게 임대보증금 반환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대법원은 중개보조원의 연쇄적인 불법행위에서 발생한 손해배상 책임 판단 시 각 불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별개로 존재해야 함을 강조하며, 이전 임대차 계약의 보증금을 새로운 계약의 보증금으로 충당한 경우 이전 계약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와 새로운 계약에서 발생한 손해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의 일부를 파기환송했습니다.
원고 A는 2011년 6월 중개보조원 K를 통해 피고 D 소유의 E오피스텔 F호에 보증금 3,500만 원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K에게 보증금을 지급했습니다. 이후 2012년 10월, K의 소개로 피고 B 소유의 E오피스텔 G호에 보증금 4,500만 원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이때 G호 보증금 중 1,000만 원은 K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3,500만 원은 F호 보증금을 K가 대신 반환받아 G호 보증금에 충당하기로 약정했습니다. G호 임대차 계약은 2014년 11월과 2016년 11월 두 차례 갱신되었고, 특히 2016년 11월 2차 갱신 시에는 보증금이 4,900만 원으로 증액되었으며, 증액분 400만 원은 피고 B의 계좌로 직접 송금되었습니다. 그러나 K는 임대인들로부터 전세 계약 체결 권한을 위임받지 않았음에도 전세용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하고 보증금을 편취하는 사기 행각을 벌였으며, 이로 인해 2020년 2월 6일 징역 10년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자, 임대인인 피고 D과 B을 상대로 K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물어 임대보증금 반환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중개보조원 K의 사기 행위에 대해 임대인인 피고 B와 D에게 표현대리 또는 사용자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 특히 사용자책임이 인정될 경우 K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와 임차인이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어떻게 인정되는지, 그리고 손해배상액을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
원심판결 중 피고 B에 대한 예비적 청구에서 원고가 패소한 부분과 피고 D에 대한 예비적 청구 중 손해배상청구에서 피고 D가 패소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수원지방법원에 다시 돌려보내 심리하도록 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 B의 상고는 모두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중개보조원의 연쇄 사기 사건에서, 이전 계약의 임대보증금을 새로운 계약의 임대보증금으로 충당한 경우 이전 계약의 불법행위와 새로운 계약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직접적으로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피해자가 이전 계약의 보증금 상당액을 다른 계약에 사용함으로써 사실상 돌려받은 셈이 되었다면, 이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제한하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126조 (표현대리): 대리인이 대리권 밖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도, 제삼자가 그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중개보조원 K에게 임대인들의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어 표현대리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다만,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했거나, 상당한 주의를 했음에도 손해가 발생했다면 면책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중개보조원 K의 행위가 외형상 임대인들의 임대차 계약 체결 및 관리 사무와 관련된 것으로 보아 임대인들에게 사용자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에서 '상당인과관계'의 법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려면, 단순히 불법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법률적 인과관계인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즉, 그 불법행위가 없었다면 통상적으로 그러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개연성이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원고가 F호 보증금을 K를 통해 G호 보증금으로 충당함으로써 F호 보증금 상당액을 사실상 돌려받은 셈이 되었으므로, K의 F호 관련 불법행위와 G호 관련 임대보증금 미반환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발생과 그 배상 범위를 판단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부동산 임대차 계약 시에는 반드시 등기부등본을 통해 실제 집주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임대차보증금은 실제 집주인 명의의 계좌로 직접 송금하고, 가급적 현금 지급은 피해야 합니다. 공인중개사무소의 중개보조원을 통해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 중개보조원의 대리권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집주인에게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임대차 계약서에 집주인의 서명이나 날인이 맞는지, 위임장이 첨부되어 있다면 위임장의 내용과 인감증명서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이전 임대차 계약의 보증금을 새로운 계약의 보증금으로 충당하는 경우에는 이전 계약의 보증금 반환이 실제로 완료되었는지 확인하고, 새로운 계약의 보증금으로 집주인에게 직접 지급하는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확보하여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