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환자는 만성적인 피로감, 무기력감, 체중 감소 등의 증상과 비정상적인 혈액 및 소변 검사 결과로 병원에 내원했습니다. 진료 과정에서 빈혈, 백혈구 수 증가, 적혈구 침강속도 증가, 심비대 등 감염성 질환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있었음에도, 담당 의료진은 감염성 심내막염을 진단하지 못하고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환자는 증상 악화 후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여 뒤늦게 감염성 심내막염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심내막염 합병증으로 인한 뇌출혈로 사망했습니다. 법원은 병원 의료진의 진단 지연 과실을 인정했으나, 질환 진단의 어려움과 환자 측 요인 등을 고려하여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습니다.
환자는 2017년 6월부터 피로, 무기력감, 4kg의 체중 감소 등 증상으로 1차 의원을 거쳐 피고 병원에 내원했습니다. 피고 병원에서는 빈혈, 부종, 소변 이상을 추정 진단하고 신장내과와 혈액종양내과에서 진료를 진행했습니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증가, 적혈구 침강속도 증가 등 감염을 시사하는 소견과 소변검사에서 혈뇨, 흉부 X-ray에서 심비대가 확인되었고, 환자는 발열과 하지 위약감 악화 등 심각한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병원 의료진은 감염성 심내막염에 대한 필수 검사(혈액배양, 심장초음파)나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시행하지 않았고, 환자는 수혈 후에도 증상이 악화되었습니다. 결국 환자는 2017년 7월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여 감염성 심내막염으로 진단받고 치료받았으나, 심내막염 합병증인 뇌출혈로 인해 2017년 8월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감염성 심내막염 진단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의료 과실과 환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 A에게 114,133,748원, 원고 B와 C에게 각 72,070,398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17년 8월 19일부터 2019년 12월 12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30%, 피고가 70%를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여러 증상과 검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감염성 심내막염 진단에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진단 지연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진단 지연이 환자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감염성 심내막염 진단의 난이도, 환자의 만성적 경과, 사망률이 높은 질환의 특성, 환자 측 요인 등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50%로 제한했습니다. 환자에게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의료 과실은 의사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에 따라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 인정됩니다. 진단상의 과실은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의학 지식을 기준으로, 의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신중하고 정확하게 진찰 및 진단하여 위험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로 판단됩니다. 본 판결에서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여러 증상과 검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감염성 심내막염을 의심하고 혈액배양, 심장초음파 등의 필수 검사를 시행하지 않아 진단 지연 과실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설명의무 위반은 수술 등 침습적인 의료행위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와 같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 되는 경우에 주로 적용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진단 지연 과실을 인정한 이상, 진단상의 과실로 인해 관련 내용을 안내하지 못한 것을 별도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되어 해당 주장은 기각되었습니다.
의료 과실과 환자의 손해(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합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이 적절하게 진단 및 치료를 했다면 환자가 심내막염 합병증 발생을 현저히 줄여 사망 가능성을 낮출 수 있었을 것이므로, 진단상의 과실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손해배상책임의 제한은 손해 발생 또는 확대에 피해자 측 요인이 기여한 경우, 손해배상의 공평한 분담을 위해 적용됩니다. 이는 피해자의 체질적 소인이나 질병 위험도 등 귀책사유와 무관한 요인이라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감염성 심내막염 진단의 어려움, 환자의 만성적 경과, 높은 사망률, 환자가 입원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점, 증상 및 약물 복용 이력을 정확히 진술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 병원의 책임을 50%로 제한했습니다.
장기간 지속되는 피로감, 무기력감, 체중 감소, 발열, 빈혈과 같은 비특이적인 증상이 있다면 이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정확한 원인 진단을 위해 적극적으로 검사를 요청해야 합니다. 특히 혈액검사에서 염증 수치 이상, 소변검사에서 혈뇨, 흉부 X-ray에서 심장 비대와 같은 복합적인 이상 소견이 나타날 경우, 감염성 질환이나 심장 관련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심장 초음파, 혈액 배양 등 정밀 검사를 고려해달라고 의료진에게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의료진에게는 자신의 증상 변화와 과거 병력, 복용 중인 약물 등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전달하여 올바른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상급 종합병원이라 할지라도 진단이 쉽지 않은 질환의 경우 진단이 지연될 수 있으므로,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된다면 다른 의료기관에서 '세컨드 오피니언(Second Opinion)'을 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