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 금융
피고인은 대출을 받기 위해 체크카드를 빌려달라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제안을 받아들여 자신의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빌려주었습니다. 이후 이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되어 지급 정지까지 되었음에도, 또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의 유혹에 넘어가 자신의 계좌 정보를 알려주고 송금된 돈을 인출하여 전달하는 등 사기 범행을 방조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근로자들에게 연차수당, 퇴직금, 임금 등을 정해진 기한 내에 지급하지 않은 혐의도 있었습니다. 법원은 체크카드 대여와 사기 방조 혐의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 근로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아 공소 기각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피고인 A는 2018년 9월 하순경, B은행 팀장이라는 성명불상자로부터 '체크카드를 넘겨주면 입출금 실적을 만들어 신용도를 높여 3,000만 원을 대출받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이를 승낙하고 2018년 10월 2일 대구 달서구 C에 있는 주식회사 D 사무실에서 자신의 E은행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 1장을 퀵서비스를 이용해 성명불상자에게 보내주고 비밀번호도 알려주었습니다. 이후 이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되어 지급 정지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8년 10월 24일경 G은행 H 과장을 사칭하는 성명불상자로부터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등급을 올려야 한다, 컨설팅 업체에서 피고인 계좌로 입출금을 반복해서 신용등급을 올려주겠다'는 제안을 다시 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이를 승낙하고 곧이어 I 회사 J 팀장이라는 성명불상자에게 자신의 E은행 계좌 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그 후 2018년 10월 25일경, 이 성명불상자들은 피해자 L에게 '저금리로 대환대출이 가능하지만 신용등급이 부족하다, 다른 곳에서 대출받아 상환하면 신용등급이 올라 대출이 가능하다'는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 L로부터 피고인 명의 계좌로 1,100만 원을 송금받았습니다. 피고인은 2018년 10월 26일경 I 회사 J 팀장을 사칭하는 성명불상자로부터 '계좌에 송금된 돈을 인출해서, 회사 직원 11명 이름으로 100만 원씩 M조합 N 계좌로 무통장 입금하라'는 지시를 받고, 11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받아 그 지시대로 1,100만 원을 모두 전달했습니다. 이로써 피고인은 성명불상자들의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하여 방조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주식회사 D를 운영하는 사용자로서, 2017년 8월 31일부터 2018년 8월 31일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Q의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903,600원과 퇴직금 1,585,630원을 지급 기일 연장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2011년 12월 1일부터 2018년 8월 23일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R의 퇴직금 10,591,610원을 기한 내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더 나아가 2018년 8월 1일부터 2019년 2월 28일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S의 2019년 1월 임금 3,982,500원과 2019년 2월 임금 3,135,000원 등 총 임금 7,117,500원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혐의도 받았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인이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전자금융거래에 사용되는 접근매체인 체크카드를 대여한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인이 대출 관련 명목으로 계좌 정보를 제공하고 돈을 인출하여 전달함으로써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을 방조한 행위가 형법상 사기방조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인이 사업자로서 근로자들에게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퇴직금, 임금 등을 법정 기한 내에 지급하지 않은 행위가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여러 범죄 혐의에 대해 피고인에게 어떤 형을 선고해야 하며, 피해자들의 처벌 불원 의사가 각 혐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입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되,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습니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기준법 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이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힘에 따라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피고인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접근매체 대여)과 사기방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습니다. 특히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사회적 해악이 크고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범죄에 가담한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다만 사기 범행은 방조에 그쳤고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은 점, 초범이며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등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되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는 피해 근로자들이 재판 진행 중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여, 해당 법규들이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므로 공소 기각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에 따라 판단되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2호, 제6조 제3항 제2호 (접근매체 대여 금지): 이 법은 누구든지 접근매체를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대여하거나,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대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대출'을 명목으로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넘겨준 행위는 이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스피싱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 (사기), 제32조 제1항 (종범): 형법상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때 성립합니다.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계좌를 제공하고 피해자의 돈 1,100만 원을 인출하여 전달함으로써, 사기범행을 용이하게 도왔으므로 사기방조죄가 적용되었습니다. 방조범은 정범의 범죄를 돕는 역할을 한 경우에 해당하며, 직접 사기를 치지 않았더라도 범죄 실현에 도움을 주었다면 처벌받게 됩니다.
형법 제32조 제2항, 제55조 제1항 제3호 (방조감경): 방조범은 정범보다 형이 감경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보이스피싱의 정범이 아닌 방조범의 지위에 있다는 점이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되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 단서 (반의사불벌죄):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 14일 이내에 임금, 퇴직금 등 모든 금품을 지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처벌받게 되지만, 이 두 법률의 위반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여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형사 처벌을 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해 근로자들이 처벌 불원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피고인에 대한 해당 혐의는 공소 기각되었습니다.
만약 대출이나 신용도 향상을 명목으로 체크카드, 계좌 번호, 비밀번호 등 금융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이는 십중팔구 보이스피싱을 포함한 범죄와 연루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절대로 응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한 번이라도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어 지급 정지된 경험이 있다면, 유사한 제안에 대해서는 더욱더 신중해야 하며 즉시 의심하고 거절해야 합니다. 고의가 아니었더라도 범죄에 이용될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알면서' 접근매체를 빌려주거나 계좌를 제공했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나 사기방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하면 14일 이내에 임금, 퇴직금 등 모든 금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 기한을 어기면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다만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의 경우 피해 근로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공소가 기각될 수 있습니다. 이는 '반의사불벌죄'의 특성에 해당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