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신용보증기금이 대출을 보증한 영농조합법인이 대출금 연체로 신용보증사고를 내기 전에, 법인 소유 부동산에 다른 회사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것에 대해 신용보증기금이 '사해행위'라며 취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영농조합법인과 그 운영자에게는 구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회사에 대한 사해행위 취소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이는 근저당권 설정 당시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권이 발생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신용보증기금은 A영농조합법인의 대출을 보증해 주었습니다. A영농조합법인은 나중에 대출금 연체로 2020년 10월 29일 신용보증사고를 일으켰고, 이에 신용보증기금은 A영농조합법인에 대한 사전구상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A영농조합법인은 신용보증사고 발생 약 6개월 전인 2020년 4월 29일,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에 대해 C회사에게 채권최고액 3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습니다. C회사는 A영농조합법인에게 과거 오리초생추 매매대금 채권(약 1억 7천만 원 상당)이 있었고, A영농조합법인이 이 채무를 갚지 못하자 2017년과 2019년에 걸쳐 변제 계획 확인서와 잔액 확인서를 작성해주었음에도 변제가 이루어지지 않자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것입니다. 신용보증기금은 이 근저당권 설정 행위가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A영농조합법인이 자신의 다른 채무자(신용보증기금)의 권리를 해하기 위해 재산을 감소시킨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근저당권 설정 계약의 취소와 원상회복(경매 배당금 중 66,324,621원에 대한 채권 양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신용보증기금이 채무자의 재산 처분 행위(근저당권 설정)가 있기 전에 발생할 것으로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사전구상권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와, 이 근저당권 설정 계약이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채권자취소권 행사를 위한 '피보전채권'의 시점 인정 기준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채무자인 A영농조합법인과 운영자 B가 신용보증기금에게 구상금을 지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A영농조합법인이 C회사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행위가 신용보증기금의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근저당권 설정 계약 당시,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권이 '가까운 장래에 발생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즉, 채무자가 당시 이자 납부를 성실히 하고 있었고 다른 재산도 보유하고 있었으며, 구상권 발생까지 6개월이라는 기간이 짧다고 보기 어렵고, 근저당권의 기초가 된 채무는 오래전에 발생한 것이라는 점 등이 고려되었습니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 처분 행위를 '사해행위'로 취소시키려면, 그 처분 행위 당시에 채권자의 채권이 이미 존재했거나,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발생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채권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고도의 개연성'은 채무자의 재산 상태, 채권 발생의 일반적인 빈도,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칠 의사가 있었는지 추단할 수 있는 객관적 사정, 처분 행위와 채권 발생 사이의 시간 간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특히, 채무자가 재산 처분 당시까지 채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었고 다른 재산이 충분했다면, 장래 채권 발생의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채무자가 오래된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담보를 제공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