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사업 전시물 제작 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취소 가처분 기각 사건

주식회사 A는 지방자치단체가 공고한 '<산이름>권역 관광거점 조성사업 전시물 제작·설치' 용역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는 주식회사 A가 제출한 기술제안서가 '익명성 유지 원칙'을 위반하고 '쪽수 제한'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취소했습니다. 이에 주식회사 A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채권자가 우선협상대상자임을 임시로 정하고 제3자와의 계약 체결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였으나, 법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취소 결정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주식회사 A: 입찰에 참여하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으나 지위가 취소되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회사입니다.
• <주소>시: 입찰을 공고하고 주식회사 A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취소한 지방자치단체입니다.
• 주식회사 K: 주식회사 A에 이어 차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회사이며, 이 사건 소송에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했습니다.

분쟁 상황

지방자치단체가 '<산이름>권역 관광거점 조성사업 전시물 제작·설치' 용역을 위한 입찰을 공고했습니다. 이 입찰은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입찰 참여 업체들은 '기술제안서'와 '사업수행능력 평가서'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특히 기술제안서에는 '익명성 유지 원칙'을 지키고 '30매 이내'의 쪽수 제한을 준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주식회사 A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으나, 협상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주식회사 A의 기술제안서가 익명성 유지 원칙과 쪽수 제한을 위반했다고 보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취소했습니다. 이에 주식회사 A는 지방자치단체의 취소 통보가 무효임을 주장하며 다른 업체와의 계약 체결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주식회사 A가 제출한 기술제안서 중 회사 소개 및 실적 사항 기재 부분이 '익명성 유지 원칙'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기술제안서 목차 부분에 사업개요, 사업목적 등 요약 내용을 기재한 것이 30매 이내의 '쪽수 제한'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셋째 위와 같은 사유로 지방자치단체가 주식회사 A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취소한 것이 지방자치단체의 재량권을 일탈하여 현저하게 부당한지에 대한 고도의 소명이 이루어졌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주식회사 A가 제기한 계약체결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는 주식회사 A가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해달라는 신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주식회사 A 외 제3자와 용역 계약을 체결하거나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신청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채권자인 주식회사 A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주식회사 A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취소 통보가 무효라고 볼 만한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주요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익명성 유지 원칙 위반 여부: 법원은 제안요청서에 명시된 '익명성 유지 원칙'이 특정 '표기나 기호, 표시'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제안사를 인지할 수 있는 일체의 기재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주식회사 A의 기술제안서에 기재된 회사 연혁(설립일, 종사기간, 지식재산권 수), 조직 구성 및 인원, 그리고 대표적인 수주 사업 목록(4가지 사업명) 등은 해당 분야 전문가인 평가위원들이 주식회사 A를 인지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공정성을 담보하려는 블라인드 심사의 취지에 반하는 불공정 행위에 해당하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실격 처리 사유로 본 판단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현저히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 쪽수 제한 위반 여부: 법원은 제안요청서에서 목차를 제외하고 기술제안서의 쪽수를 30쪽으로 제한했음에도, 주식회사 A가 기술제안서 목차에 사업개요, 사업목적 등 요약 내용을 기재하여 쪽수 제한을 위반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비록 이 위반이 취소 통보를 할 정도로 중대한지는 의문이 있다고 보았으나, 익명성 유지 원칙 위반이 인정되는 이상 이 사건 결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 판단이 재량권을 일탈하여 현저하게 부당하다는 점이 고도로 소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주식회사 A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판결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 시행령 제43조 제1항: 이 조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가 물품·용역 계약 체결 시 계약 이행의 전문성, 기술성, 창의성, 예술성, 공공시설물의 안전성 등을 이유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다수의 공급자로부터 제안서를 제출받아 평가한 후 협상 절차를 통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가장 유리하다고 인정되는 자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 사건 입찰이 적용받은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의 법적 근거입니다.
• 공공계약의 본질 및 사법 원리의 적용: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가 되는 이른바 공공계약은 사경제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사법상 계약입니다. 따라서 그에 관한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사적 자치와 계약 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 입찰 주체의 재량권: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의 입찰에서, 입찰 주체(여기서는 지방자치단체)는 입찰의 구체적인 요건과 절차, 낙찰자 선정 기준 및 그 기준의 해석·적용, 낙찰자의 실격 기준 등에 있어 상당한 범위의 재량권을 가집니다. 법원은 이러한 재량권 행사가 합리적인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 만족적 가처분의 요건: 이 사건과 같이 본안 판결을 통해 얻고자 하는 내용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권리 관계를 형성하는 가처분(만족적 가처분)은 일반적인 가처분과 달리 단순한 집행 보전에 그치지 않고, 채무자에게 원상회복이 곤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가처분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피보전권리'(보호받을 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고도의 소명이 요구됩니다. 즉, 취소 통보가 명백히 무효라는 강력한 증명이 있어야 합니다.

참고 사항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분들은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 입찰 공고문 및 제안요청서의 철저한 숙지: 공공 입찰, 특히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의 입찰에 참여할 때는 '제안요청서'를 포함한 모든 입찰 관련 서류의 내용을 매우 철저히 숙지하고 따라야 합니다. 각 조항의 의미와 그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익명성 유지 원칙의 엄격한 준수: '블라인드 심사' 또는 '익명성 유지 원칙'을 요구하는 입찰에서는 제안사(회사)를 직간접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어떠한 정보도 기술제안서에 기재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회사 연혁, 대표 사업 실적, 조직 구성 등은 물론, 특정 키워드나 문구도 평가 위원이 제안사를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으므로 완전히 배제해야 합니다.
• 형식적 요건 준수의 중요성: 제안서의 '쪽수 제한'이나 '목차 작성 방법' 등 형식적 요건도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이러한 형식적인 위반으로 보일지라도 입찰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로 간주되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입찰 주체의 재량권 이해: 입찰 주체(발주처)가 설정한 실격 사유나 평가 기준은 폭넓은 재량권을 인정받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고의가 아니었다'거나 '위반의 영향이 미미하다'는 주장만으로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취소와 같은 결정을 뒤집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공정성 확보라는 입찰의 본질적 목표를 훼손하는 행위는 엄격하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