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시대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국가배상 청구 기각 대법원 판결에 불복한 사건

이 사건은 유신헌법 하에서 대통령의 긴급조치 1호 또는 9호 위반으로 피해를 입었던 많은 사람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 또는 면소 판결을 받은 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하자 그 대법원 판결과 함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이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임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청구인들은 긴급조치 발령 및 그에 근거한 불법체포, 구금, 수사기관의 가혹행위 등으로 피해를 입었음을 주장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청구인들: 긴급조치 1호 또는 9호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거나 불법체포, 구금 등 피해를 입었다가 재심을 통해 무죄 또는 면소 판결을 받은 사람들 및 그 가족들. 다수의 개별 청구인들이 포함됩니다.
• 피청구인: 대법원

분쟁 상황

이 사건은 유신헌법 시기인 1970년대에 발령된 대통령 긴급조치 1호 및 9호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받고 유죄 판결을 받았던 많은 시민들이 관련되었습니다. 이들은 민주화 이후 재심을 통해 무죄 또는 면소 판결을 받았으나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하급심에서는 일부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서 '긴급조치 발령은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민사상 불법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패소했습니다. 이에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최종적으로 대법원 판결에 불복하여 헌법재판소법의 특정 조항과 대법원 판결 자체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대법원 판결들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긴급조치를 적용함으로써 청구인들의 기본권인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 행위가 국가배상책임의 대상이 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해석 차이가 핵심적인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결정했습니다.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이미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하여 위헌 부분을 제거하였고, 그 나머지 부분은 합헌임을 밝힌 선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2. 청구인들의 나머지 심판청구, 즉 대법원 판결들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모두 각하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대법원 판결들이 긴급조치 발령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긴급조치가 합헌이기 때문이 아니라 긴급조치가 위헌임에도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해석론에 따른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 대법원 판결들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법원의 재판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는 헌법재판소법 조항에 대한 위헌심판 청구를 기각하고, 대법원의 국가배상 기각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했습니다. 이는 대법원 판결이 긴급조치를 합헌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 행위를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통치행위)로 보아 개인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별개의 법리적 해석에 따른 것이므로 헌법재판소의 기존 위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재판관 일부는 대법원 판결이 헌법재판소의 긴급조치 위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한다고 보아 반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으나,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어 법원의 재판은 원칙적으로 헌법소원 대상이 아님을 규정합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은 예외적으로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는 한정위헌결정(헌재 2016. 4. 28. 2016헌마33)을 내렸습니다.
2.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3. 통치행위론: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국가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법리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 행위가 여기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국가배상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관점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4.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의 기속력: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을 기속하는 효력을 가집니다. 청구인들은 대법원 판결이 긴급조치 위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한다고 주장했으나 헌법재판소는 대법원 판결이 긴급조치의 합헌성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므로 기속력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직면할 경우 다음 사항들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1. 법원의 최종 재판은 원칙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예외적으로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법원이 적용하여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만 헌법소원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법원의 판결 내용이 직접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반하는 법령을 적용했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2.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과 같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은 법원에서 '통치행위'라는 법리에 의해 개인의 기본권 침해로 인한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3.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위헌 결정의 내용과 법원의 개별 사안에 대한 판단 사이의 연결고리 및 해석 방식에 따라 국가배상책임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자체가 위헌이라고 선언했으나, 대법원은 긴급조치 발령 '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바 있습니다.
4.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기의 불법행위에 대한 구제는 특별법 제정 등 입법적 해결이 모색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