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고혈압 환자인 원고가 건강검진을 위해 피고 병원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후,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다 뇌출혈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병원의 의료진이 검사 전 혈압약 복용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검사를 진행한 과실, 그리고 이상 증세 발생 후 적절한 응급조치를 지연한 과실로 인해 뇌출혈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10억여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이나 뇌출혈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7년 3월 17일 고혈압으로 혈압약을 복용 중인 상태에서 피고 병원에서 건강검진 목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 후 원고는 회복실에서 두통, 어지럼증, 몸에 힘이 없는 증상을 호소했고, 피고 병원 의료진은 뇌출혈 증상을 확인하여 원고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고혈압성 뇌출혈 진단과 후유증으로 편마비, 혈관성 치매 등으로 일상생활에 개호가 필요한 상태가 되자,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이러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병원의 의료진이 위내시경 검사 전 원고의 혈압약 복용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 과실인지 여부, 위내시경 검사 전 고혈압 상태에서 검사를 진행한 것이 과실인지 여부, 검사 후 원고가 두통 등 이상 증세를 호소했을 때 응급조치가 지연되거나 부적절하게 이루어진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의료진의 과실이 원고의 뇌출혈 발생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의료진의 위내시경 검사 당시 과실이나 응급조치 과정상의 과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검사 전 혈압약 복용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더라도, 내시경 검사가 가능한 혈압 범위 내에서 검사를 진행했고, 위내시경 검사가 뇌출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응급조치 또한 적절하게 이루어졌다고 보아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의료진의 의료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원고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모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의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이므로, 주로 민법상의 불법행위 책임과 관련된 법리가 적용됩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원고의 뇌출혈이 피고 C 의사의 고의 또는 과실(예: 검사 전 주의의무 위반, 응급조치 지연 등)로 인해 발생했을 경우, 의사 개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라 피고 C 의사가 피고 의료법인 B 병원의 피용자로서 업무 수행 중 과실로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병원 운영 법인인 피고 의료법인 B 역시 사용자로서 피고 C과 연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의료과실의 판단 기준: 의사의 주의의무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의료행위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진단은 질병을 감별하고 치료법을 선택하는 중요한 과정이므로, 의사가 전문 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 윤리, 의학지식, 경험을 토대로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 발생을 예견하고 피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즉, 의사가 의학적 기준과 상식에 비추어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하여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때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인과관계의 입증: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므로,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일반인이 밝혀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 의료상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의료상의 과실에 기인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 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의 뇌출혈이 내시경 검사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고혈압 등 기저질환으로 인한 것인지 인과관계 입증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건강검진이나 시술을 앞두고 본인의 모든 병력, 복용 중인 약물(특히 혈압약, 당뇨약 등 만성질환 약물) 정보를 의료진에게 정확히 알려야 합니다.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검사 전후 주의사항이나 지침(예: 약물 복용 여부, 금식 등)을 반드시 숙지하고 준수해야 합니다. 위내시경과 같은 검사 자체는 보통 뇌출혈을 직접 유발하는 자극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검사 후 이상 증세가 발생했을 때 의료과실 외에 기존 기저질환과의 연관성 등 다양한 원인을 고려해야 합니다.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과실 및 손해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전문적이고 복잡한 과정이므로, 여러 의학적 소견과 전문가의 감정 결과를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환자가 이상 증세를 호소했을 때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는 의료과실 판단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