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형사사건 · 금융
신용등급 향상을 위한 대출을 빌미로 자신의 계좌를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제공하고 피해금을 인출하여 전달한 피고인이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방조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알지 못했으므로 방조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되어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입니다.
피고인 A는 2019년 2월 14일경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B'의 C 팀장을 사칭한 성명불상자로부터 "회사 자금을 당신의 계좌에 넣었다가 인출하여 거래실적을 만들면 연 9.8% 이자로 1,400만 원을 대출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 2019년 2월 20일경 자신의 기업은행 계좌번호(D)를 알려주었고, 성명불상자는 이 계좌를 이용해 보이스피싱 피해자 E로부터 950만 원, F로부터 620만 원, G으로부터 600만 원 등 총 2,170만 원을 송금받았습니다. 피고인 A는 2019년 2월 21일경 이 돈을 기업은행 강남역 및 교대역 지점에서 수표로 인출한 뒤 다른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꾸어 성명불상자가 보낸 'H'에게 모두 전달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의 탈법행위를 방조했다며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 위반 방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이 자신의 계좌가 보이스피싱이라는 '탈법행위'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했는지, 즉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 위반 방조죄에 필요한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도록 명령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성명불상자로부터 '회사 자금으로 거래실적을 만들어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자신의 계좌를 제공했을 뿐, 이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이라는 사실이나 성명불상자가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피고인의 계좌를 이용하고 있음을 알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방조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출이나 신용등급 향상을 빌미로 자신의 금융 계좌 사용을 요구하거나 입출금을 대신 처리해달라는 제안은 대부분 보이스피싱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자신 명의의 계좌를 타인에게 빌려주거나 잠시라도 사용하게 하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연루되어 큰 피해를 입거나 처벌받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입니다. '회사 자금'이나 '거래실적 만들기'와 같은 설명을 하며 계좌 이용을 요구하는 것은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계좌를 확보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수법 중 하나입니다. 의심스러운 제안을 받았다면 즉시 경찰(112)이나 금융감독원(1332)에 신고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며, 절대 응해서는 안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고의'가 없다는 점이 인정되어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대부분의 유사 사례에서는 계좌를 제공하거나 돈을 전달하는 행위 자체가 범죄 방조로 인정되어 처벌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