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고령의 치매 환자인 원고가 요양원에서 걷기운동을 하던 중 다른 이용자의 어깨를 잡고 걷다가 넘어져 고관절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원고는 요양원이 보행보조기 없이 걷기운동을 허용하고 근거리에서 부축할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치료비 및 위자료 등 약 4억 3천 8백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요양원 측에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2022년 7월경 피고가 운영하는 요양원과 재가급여계약을 체결하고 주 6일 요양원을 이용했습니다. 같은 해 11월 2일 오후 1시 52분경, 원고는 요양원 실내 걷기운동 중 다른 이용자의 어깨를 잡고 걷다가 넘어져 우측 고관절 대퇴골 전자간부 골절 진단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요양원이 고령의 치매 환자인 자신에 대한 적절한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습니다.
요양원이 고령의 치매 환자에게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낙상 사고가 발생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요양원이 노인복지법에서 정한 인력 배치 기준을 초과하여 충분한 요양보호사를 배치하고 있었고, 사고 당시 원고의 상태가 요양보호사의 밀착 보호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었으며, 걷기운동에 충분한 인력이 배치되어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피고 측의 주의의무 위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가 스스로 다른 이용자를 잡고 걷다가 넘어진 점, 사고 직후 요양원이 신속하게 구호 조치를 한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했습니다.
노인복지법 제38조 제1항은 재가노인복지시설의 목적을 '부득이한 사유로 가족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심신이 허약한 노인과 장애노인을 주간 또는 야간 동안 보호시설에 입소시켜 필요한 각종 편의를 제공하여 이들의 생활안정과 심신기능의 유지·향상을 도모하고, 그 가족의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재판부는 이 법 조항을 토대로 요양 시설 운영자에게 노인들이 예상치 못한 위험에 처하거나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점을 늘 예견하고 대비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시설이 법정 기준을 상회하는 인력을 배치하고 있었고 사고 당시 원고의 상태 및 사고 경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시설 측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요양 시설의 주의의무가 무한정하다고 볼 수 없으며, 시설의 관리 의무 범위 내에서 실제 과실 여부를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노인 요양 시설에서의 사고 발생 시 시설의 책임 여부는 시설이 법정 인력 배치 기준을 준수했는지, 사고 당시 이용자의 신체 및 인지 상태, 사고 발생 경위, 사고 전후 시설의 관리 및 조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특히, 시설 이용자의 개별적인 건강 상태와 일상생활 동작 수행 능력에 따라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요양원이 법정 기준 이상의 인력을 배치했고, 사고 당시 원고의 상태가 요양보호사의 상시 밀착 보호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판단되었으며, 사고 이후 즉각적인 구호 조치도 적절히 이루어졌다는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따라서 유사한 사고 발생 시에는 시설의 인력 배치 현황, 이용자의 평소 건강 및 행동 특성, 사고 당시 시설의 관리 상황, 그리고 사고 발생 후 시설의 대응 조치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