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2001년부터 크론병을 앓던 J는 2016년 M병원에서 대장 및 소장 절제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J는 장폐색 증상을 보였고 고열과 복통, 호흡곤란 등을 겪다가 수술 12일 만에 심정지로 사망했습니다. 유족들은 병원 의료진이 J의 패혈증을 제때 진단하고 처치하지 않았으며, 심폐소생술 과정에서도 기도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K를 상대로 각 750만 1천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J의 증상이 패혈증을 의심하기에는 불충분했고 심폐소생술 과정에서도 의료진의 과실이 없었다고 판단하여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001년경 크론병 진단을 받은 망인 J는 2016년 9월 20일 우하복부 통증으로 피고 병원에 내원했습니다. 여러 검사 결과 활동성 크론병과 소장-S상 결장 누공이 발견되어 2016년 12월 14일 소장 및 S상 결장 절제술, 회장루조성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J는 12월 16일부터 미음을 섭취했으나 복부 불편감을 호소하여 다시 금식했으며, 경미한 장폐색 소견으로 경정맥 영양 공급과 운동을 독려받았습니다. 12월 21일부터 유동식 순으로 식이를 변경했으나, 12월 24일 16시경 38℃의 고열이 발생했고 12월 25일 05시까지 38.4℃의 고열이 지속되었습니다. 복통을 호소하여 CT 검사 결과 협착성 장폐색 소견이 관찰되었고, 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감소 및 염증 수치 상승이 확인되어 해열제와 수액이 투여되었습니다. 12월 25일 17시경 호흡곤란을 호소했고 21시 22분경 다리 감각 저하를 호소했으나, 당시 산소포화도는 100%였고 혈압, 맥박, 호흡수는 정상 범위였습니다. 12월 26일 01시 30분경 복통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받았고, 01시 52분경 의식과 맥박이 없는 상태로 발견되어 심폐소생술이 시작되었습니다. 의료진은 기관내삽관을 시도했으나 근육 경직으로 실패하여 기도유지기를 삽입하고 앰부백으로 환기를 시도했습니다. 02시 15분경 자발 순환이 회복되었으나 02시 33분경 다시 심정지가 발생했고, 결국 02시 52분경 사망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 J의 패혈증을 진단하고 적절히 처치하는 과정에서 의료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망인 J에 대한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기도 확보 등 의료진의 처치에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 J의 패혈증을 진단하지 못하거나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망인 J가 보인 증상만으로는 의료진이 즉시 패혈증을 의심하고 광범위한 처치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웠으며,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기도 확보가 어려웠음에도 앰부백을 통한 환기가 유효하게 이루어졌으므로 의료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고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의료 행위의 과실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의료인의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때 병원 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됩니다. 법원은 의사의 주의의무에 대해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의료행위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것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은 불가능하더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내에서 의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신중하고 정확하게 환자를 진찰하고 진단함으로써 위험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증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통상적인 의료 수준에 따라 진단 및 처치를 시행했으므로, 패혈증 진단 지연이나 심폐소생술 과정에서의 처치에 과실이 없다고 판단되어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이 부정되었습니다.
이 사례는 의료 사고 발생 시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줍니다. 환자에게 여러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당시의 의료 환경,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 증상의 비특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의료진이 특정 질병을 진단하거나 더 나아가 위험한 처치를 시도하지 않은 것에 과실이 없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특히 패혈증과 같이 진단이 복합적이고 특이 증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의료기관이 통상적인 진료 지침과 절차를 따랐다면 과실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또한, 심폐소생술과 같은 응급 상황에서의 처치 역시 당시의 환자 상태와 의료 여건을 고려하여 최선의 선택을 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되며, 단순히 다른 방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과실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의료 행위에 대한 판단은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므로 유사 상황 발생 시 의료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