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원고는 채무자인 E와 G에게 돈을 빌려주었으나 받지 못했습니다. E와 G는 망인의 상속인이었는데, 망인 사망 후 이루어진 상속재산분할협의에 따라 E와 G는 상속재산인 토지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그 토지가 피고 B에게 소유권이전등기되었습니다. 원고는 채무초과 상태인 E와 G가 상속재산 권리를 포기한 것이 채권자를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협의 취소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 B가 망인의 채무를 사실상 혼자 변제한 사정을 고려할 때, E와 G가 상속재산 권리를 포기한 것이 그들의 ‘구체적 상속분’에 미달할 정도로 과소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망인 H가 2019년 4월 21일경 사망하자 배우자 E와 자녀 K, G, 피고 B가 상속인이 되었습니다. 망인은 사망 전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채무를 가지고 있었는데, 피고 B가 2013년 3월 11일 이 채무 중 1억 5,000만 원 상당을 변제하고 근저당권과 피담보채권을 양도받았습니다. 한편 원고 A는 2018년 12월 27일부터 2019년 6월 12일까지 5차례에 걸쳐 상속인 중 E에게 합계 3,000만 원을 대여했고, G는 이를 연대보증했습니다. 이 채무는 2020년 6월 11일 31,292,463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화해권고결정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상속인들은 2019년 4월 21일자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해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피고 B에게 이전하기로 합의했고, E와 G는 토지 지분에 대한 권리를 포기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E와 G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상속재산 지분을 포기한 것이 채권자를 해치는 사해행위이므로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상속인이 상속재산 분할 협의 과정에서 자신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권리를 포기하거나 과소하게 받은 경우, 그 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다른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채무를 대신 변제한 사정을 고려하여 상속재산 분할의 결과가 '구체적 상속분'에 미달하는 과소한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E와 G가 망인의 채무 변제에 기여한 피고 B에게 상속재산(토지) 권리를 넘겨준 상속재산분할협의가 E, G의 구체적 상속분보다 과소한 것이 아니므로 사해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채권자취소권(사해행위취소권)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사해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가 그 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민법 제1008조 (특별수익자의 상속분)에 따르면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는 그 수증재산이 자기의 상속분에 부족한 한도 내에서만 상속분이 있습니다. 이는 특정 상속인이 이미 생전에 특별한 이익을 받은 경우 그만큼 상속분에서 공제하여 공동상속인 간의 공평을 기하려는 목적입니다. 민법 제1008조의2 (기여분) 제1항에 따르면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 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때에는 상속 개시 당시의 피상속인의 재산가액에서 그 기여분을 공제한 액을 상속재산으로 보고 지정상속분 또는 법정상속분에 기여분을 가산한 액으로써 그 자의 상속분으로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B가 망인의 채무 1억 5,000만 원 상당을 변제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 상속분'은 법정상속분이나 지정상속분 외에 특별수익이나 기여분을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정해지는 실제 상속분을 말합니다. 대법원은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가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하더라도 그 분할 결과가 '구체적 상속분'에 상당하는 정도에 미달하는 과소한 것이 아니면 사해행위로 취소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5179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B의 채무 변제 기여를 고려하여 E와 G의 상속분 포기가 구체적 상속분을 침해할 정도로 과소하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또한 채권자취소소송의 피고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대여금 소송에서 확정된 화해권고결정으로 정해진 채권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툴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다19572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피고는 E가 원고로부터 돈을 차용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이미 확정된 화해권고결정으로 인해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상속재산 분할은 상속인들의 협의에 따라 자유롭게 정해질 수 있습니다.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상속인이 상속재산 분할 과정에서 자신의 법정상속분보다 적게 상속받거나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다른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채무를 대신 변제하거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바가 있다면 이러한 기여분을 고려한 '구체적 상속분'이 산정되어야 합니다. 채무자의 상속분 포기 또는 과소 상속이 '구체적 상속분'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로 과소하다고 인정될 때만 사해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속재산 분할 협의가 이루어질 때는 각 상속인의 특별수익이나 기여분, 그리고 피상속인의 채무 변제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단순히 법정상속분에 미달한다는 이유만으로 사해행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상속재산 분할 협의가 채권자에게 불리하게 보일지라도 정당한 이유(예: 채무 변제 기여)가 있다면 법적 분쟁 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