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 금융
이 사건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하여 현금 인출 및 자금 세탁 역할을 수행한 피고인 A, B, C에 대한 항소심 판결입니다. 피고인들은 사기방조,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에서는 피고인 A에게 징역 2년 6개월, 피고인 B에게 징역 2년 6개월, 피고인 C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등이 선고되었고, 이에 피고인들과 검사 모두 항소했습니다. 피고인 C의 항소는 항소이유서 미제출로 기각되었으나, 검사의 항소에 따라 함께 판단되었습니다. 피고인 A은 사기방조 고의가 없었고 사후방조에 불과하며 추징금 산정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모두 배척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들의 범행 가담 정도와 과거 전력, 피해 회복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고 판단,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징역 5년, 피고인 B에게 징역 4년, 피고인 C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며 각각 추징금과 몰수를 명했습니다.
피고인 A, B, C는 이른바 '장집' 조직의 일원으로,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지시를 받아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가 송금한 돈을 은행 및 ATM에서 현금이나 수표로 인출하고 이를 퀵서비스 기사를 통해 전달하는 등 자금 세탁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피고인 A은 2023년 10월경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통장 관련된 일'이라는 친구의 제안으로 이 일을 시작했으며, 불법적인 일임을 알면서도 가담했습니다. 2024년 1월 은행 직원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고도 범행을 계속했으며, 공범들의 구속 사실을 알고 베트남에서 귀국한 후에도 다시 범행에 가담했습니다. 피고인들은 현금 인출 시 받는 수수료를 수익으로 취득했으며, 텔레그램을 통해 지시를 받고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또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경찰 조사 시 '알바를 한 것이고 일에 대해 모른다'고 진술하도록 지시받았고 실제로 그렇게 진술했으며, 체포 직후 휴대폰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하여 대화 내역이 삭제되도록 시도했습니다.
주요 쟁점은 피고인 A의 사기방조 고의 유무 및 자금 세탁 행위가 사기 범행 완료 후의 사후방조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피고인 A의 추징금 산정의 적절성입니다. 또한 피고인 A, B, C에 대한 원심의 형량이 각 피고인과 검사의 양측 항소에 따라 적절한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대상이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 대한 형량을 다음과 같이 변경했습니다. 피고인 A에게는 징역 5년과 27,000,000원의 추징금 및 압수된 특정 증거물 몰수를, 피고인 B에게는 징역 4년과 42,000,000원의 추징금 및 압수된 특정 증거물 몰수를, 피고인 C에게는 징역 2년과 15,000,000원의 추징금 및 압수된 특정 증거물 몰수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피고인들에게 위 각 추징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가납을 명령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들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행위를 사후방조가 아닌 핵심적인 사기방조 행위로 인정했습니다. 특히 현금 인출 및 자금 세탁이 조직적 사기 범행에서 범죄수익을 현실화하고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임을 강조했습니다. 피고인 A의 고의성 및 추징금 산정에 대한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고 판단, 피고인 A, B, C의 형량을 대폭 상향 조정하여 엄중한 처벌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 (사기) 및 제32조 제1항 (종범: 방조): 타인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는 행위(사기)와 그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방조)를 처벌하는 조항입니다. 본 판결에서는 피고인들의 현금 인출 및 자금 세탁 행위를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을 돕는 필수적인 방조 행위로 보아 사기방조죄를 적용했습니다. 방조의 고의는 정범의 범행이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인 점에 대한 인식이면 충분하며, 미필적 인식(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는 것)으로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 및 제6조의3 (접근매체 대여 등 금지), 제49조 제4항 제2호 및 제5호 (벌칙): 전자금융거래에 사용되는 접근매체(예: 통장, 카드, 비밀번호)를 대여하거나 타인에게 보관하게 하는 행위 및 계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시 처벌합니다. 피고인들은 이러한 금지 행위를 위반하여 처벌받았습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범죄수익 등의 은닉·가장): 범죄 활동으로 얻은 수익의 취득 사실을 가장하거나 그 재산의 원천, 소유 관계 등을 은닉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피고인 C에게 이 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공범의 법리: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으로 가담하는 경우, 구체적인 범행 방법을 모두 알지 못했더라도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공모)이 인정되면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으로서 형사 책임을 집니다. 특히 보이스피싱과 같은 조직적 범죄에서는 각자 맡은 일부 역할만 수행했더라도 전체 범죄에 대한 공모 관계와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피고인들의 자금 인출 행위가 단순히 사기 범행이 완료된 이후의 사후방조가 아니라, 범죄 수익의 현실화에 필수적인 단계로서 사기 범행과 유기적으로 결합된 행위로 평가되었습니다.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1항, 제6조 제1항 (추징): 범죄로 얻은 재산 또는 이와 관련된 재산을 국가가 강제로 빼앗는 몰수나 추징을 규정합니다. 피고인들이 범죄를 통해 얻은 수익에 대해 법원이 추징을 명령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항소심 판결): 항소심은 항소가 이유 있다고 인정될 때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이 받아들여져 원심판결이 파기되었습니다.
고액 알바를 내세우며 통장, 카드 등 접근매체를 요구하거나 현금 인출 및 전달을 지시하는 행위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이러한 행위가 불법임을 인지하고 가담하는 경우, 직접 피해자를 속이지 않았더라도 사기방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며, 현금 인출 및 자금 세탁은 사기 범행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간주되어 엄중하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접근매체를 대여하거나 보관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처벌하므로, 타인의 통장이나 카드 등을 잠시 보관하는 것만으로도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과거 유사한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거나, 경찰 조사를 받은 후에도 범행을 계속하는 경우, 또는 공범의 체포 사실을 알고도 재차 범행에 가담하는 경우 등은 더욱 무거운 처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범죄수익을 숨기거나 자금 세탁을 시도하는 행위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별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은 양형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나,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그 참작 정도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