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이 사건은 어릴 때 넘어져 다친 후 다리 종아리에 덩어리가 생긴 아이가 병원 진료를 받았으나, 초기에 단순 혈종으로 진단받고 경과 관찰만 하다가 뒤늦게 악성 종양인 횡문근육종으로 진단받고 사망하자, 아이의 부모가 병원 측의 진단 지연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병원 의료진의 진단 및 치료 과정에 의료상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017년 12월 11일, 만 8세 아이(F)가 넘어져 다친 후 우측 종아리에 덩어리가 생기고 통증을 느껴 12월 16일 다른 병원에서 X-ray 촬영했으나 이상이 없었습니다. 증상이 지속되자 2018년 1월 24일 H병원 정형외과를 방문했고, 담당 의사 G는 병변을 혈종으로 추정 진단하며 경과 관찰 및 2월 7일 재진을 예약했습니다. 2월 7일 재진 시 G는 X-ray 검사 후 병변에 통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2월 28일 재진을 예약했습니다. (이때 X-ray에서 미세한 골막 반응이 의심되었으나 영상의학 판독은 '골 이상 없음'으로 보고됨.) 그러나 아이는 2월 28일 진료 예약을 지키지 않았고, 무리한 후 3월 9일 병변의 크기가 육안으로 확연히 증가한 상태로 H병원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G는 그제야 종양 가능성을 인지하고 3월 15일 종양전문의 진료를 예약해주었습니다. 3월 15일 MRI 검사, 3월 23일 조직검사를 거쳐 3월 29일 폐포형 횡문근육종으로 최종 진단받았습니다. 이후 아이는 다른 병원에서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받았으나, 이미 폐, 골수, 뼈에 전이가 확인된 상태였고, 2020년 9월 23일 불응성 횡문근육종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부모는 병원 측의 진단 지연 및 설명의무 위반으로 아이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병원 의료진이 아이의 증상에 대해 적절한 검사와 조치를 하지 않아 횡문근육종 진단을 지연시킨 과실이 있는지 여부. 2. 의료진이 아이의 병변 가능성에 대해 부모에게 충분히 설명하여 정밀검사 여부를 선택할 기회를 주지 않은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즉, 병원 의료진에게 진단 및 치료 지연에 대한 의료상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이 진료 당시의 의료수준과 의학적 지식, 경험에 비추어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았습니다. 아이의 초기 증상이 혈종과 유사했고, 미세한 골막 반응만으로는 악성 종양을 단정하기 어려웠으며, 종양 크기가 확연히 커진 시점에 종양전문의 진료를 예약한 일련의 과정이 이례적으로 지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경과 관찰이라는 합리적인 판단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모든 예외적 가능성까지 설명하지 않은 것을 설명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의료 과실 및 설명의무에 대한 법적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1. 의료 과실 판단의 법리: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 방지를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주의의무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시인되는 의학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대법원 2004다33875 판결 등). 진단 과정에서는 완전무결한 진단이 불가능하더라도,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 윤리, 의학 지식 및 경험에 기반하여 신중히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하여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하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따져보게 됩니다. 또한 의사는 진료 방법에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특정 방법만이 정당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대법원 91다23707 판결 등). 2. 설명의무 위반 판단의 법리: 의사의 설명의무는 수술과 같은 침습적 의료행위나 환자에게 사망 등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어 자기결정권이 요구되는 경우에 주로 발생합니다. 환자에게 예기치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 의사가 미리 설명했더라면 환자가 다른 선택을 통해 결과를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기 위함입니다(대법원 2007다25971 판결 참조). 만약 의사의 경과 관찰 선택이 합리적 범위 내에 있다면, 당시 의료수준에서 예상하기 어려운 예외적 가능성까지 설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환자의 치료 기회를 상실시키거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1다36848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는 아이의 초진 증상과 X-ray 소견을 바탕으로 혈종으로 추정하고 경과를 관찰한 의료진의 판단이 합리적 범위에 있었으므로,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외상 후 발생한 종괴나 멍 등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거나 커진다면, 단순 혈종이 아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추가 검사를 요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소아는 조직 대사 속도가 빨라 악성 종양이 빠르게 자랄 수 있으므로, 소아에게 발생한 원인 불명의 종괴는 더욱 세심한 경과 관찰과 정밀 검사가 필요합니다. 3. 의료진의 판단에 의문이 있거나 추가 검사를 원할 경우, 진료 기록을 명확히 남기고 의료진에게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며, 필요한 경우 다른 의료기관의 '세컨드 오피니언(Second Opinion)'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4. 환자의 증상 변화를 의료진에게 정확하고 상세하게 전달하는 것이 신속한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예약일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에도 증상 변화를 기록하고 다음 진료 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