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의 가짜 저서로 업적 부풀리기 사건

이 사건은 세 명의 대학교수(A, B, C)가 실제 저자가 아닌데도 타인의 저서인 'L'에 자신의 이름을 공동저자로 올리고, 이를 자신이 재직하는 대학교(D, E, F 대학교)에 개인 연구업적으로 제출하여 저작권법을 위반하고 학교의 업무를 방해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허위 저자를 표시하여 서적을 발행한 저작권법 위반과, 이를 각 대학교에 제출하여 교원업적 평가, 승진임용 심사, 재임용 심사 업무의 공정성을 방해한 업무방해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하여 각각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D대학교 토목건설과 교수이자 피고인으로, 허위 저서를 연구업적으로 제출하여 D대학교의 교원업적 평가 업무를 방해했습니다.
• 피고인 B: E대학교 토목과 교수이자 피고인으로, 허위 저서를 승진임용평가 연구실적으로 제출하여 E대학교의 승진임용 심사 업무를 방해했습니다.
• 피고인 C: F대학교 토목과 교수이자 피고인으로, 허위 저서를 연구실적으로 제출하여 F대학교의 교원 재임용 심의 업무를 방해했습니다.
• J: H 및 I 출판사의 영업 상무로, 피고인 교수들에게 'L' 서적의 공동저자로 참여하도록 제안하고 허위 저자를 표시한 서적을 발행하는 데 가담한 인물입니다.
• G, K: 'L' 서적의 실제 원저작자들입니다.
• H, I: 'L' 서적을 발행한 출판사들입니다.
• D대학교, E대학교, F대학교: 피고인들이 재직 중인 대학교들로, 피고인들의 허위 업적 제출로 인해 교원업무 평가 및 심사 업무의 공정성이 방해된 기관입니다.

분쟁 상황

2009년 2월경, 출판사 영업 상무 J는 'L' 서적의 실제 저작자인 G에게 저작자가 아닌 교수들을 공동저자로 추가하자고 제안했고, G은 이를 승낙했습니다. 이어 J는 피고인 A, B, C 교수들에게도 이 서적의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려줄 것을 제안했고, 피고인들은 이를 승낙했습니다. 사실은 저작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의 이름이 공동저자로 추가된 'L' 서적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여러 차례 '표지갈이' 형식으로 발행되었습니다. 이후 피고인 A는 2010년 1월경 D대학교에, 피고인 B는 2010년 3월경 E대학교에, 피고인 C는 2011년 2월경 F대학교에 이 허위 저서를 마치 자신의 저서인 것처럼 각 대학교의 교원업적 평가, 승진임용, 재임용 심사 자료로 제출했습니다. 이로 인해 피고인 A는 D대학교에서 연구업적 점수를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들이 발각되어 피고인들은 저작권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저작권법에서 저작자가 아닌 사람을 저작자로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하는 행위를 처벌할 때, 이 '공표'의 의미가 최초 발행에만 한정되는지 아니면 이미 발행된 서적에 허위 저자를 추가하여 다시 발행하는 경우에도 포함되는지 여부입니다.
2. 피고인 교수들이 'L' 서적에 대해 오탈자 수정 이상의 실질적인 저작 행위에 참여하여 공동저자로 인정될 자격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3. 허위 저서로 연구업적을 제출한 행위가 대학교의 교원업적 평가, 승진, 재임용 심사 등의 '업무의 공정성'을 방해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 A, B, C 모두에게 저작권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하여 각각 벌금 1,500만 원에 처하며,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또한, 벌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가납을 명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저작권법상의 '공표' 개념이 저작자 표시에 대한 사회적 신뢰 보호를 목적으로 하므로, 최초 발행뿐만 아니라 허위 저자를 표시하여 서적을 다시 발행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인들의 서적 수정 작업은 공동저자로 인정할 만한 실질적인 저작 행위가 아니며, J와 공모하여 허위 저자 표시를 승낙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이 허위 저서를 제출하여 대학의 교원업적 평가 업무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방해할 위험이 발생했으므로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피고인들이 지성인이자 교육자로서 부정한 사익을 추구한 점을 들어 엄중히 처벌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초범이거나 과거 벌금형 전력 외에는 없는 점, 다른 유사 사건과의 형평성, 교수직 박탈은 가혹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저작자 허위 표시 공표 금지)​
   • 이 조항은 '저작자가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저작자에 대한 허위 표시를 규제하여 저작자 표시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보호하려는 사회적 법익을 주된 보호법익으로 합니다.
   • 법원의 해석: 법원은 이 조항에서 '공표'의 의미를 단순히 저작물을 처음으로 공개하거나 발행하는 경우에만 한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발행된 서적이라도 허위 저자를 추가하여 다시 발행하는 행위가 있다면, 이는 저작물이 공중에 공개되거나 발행될 때마다 저작권법 위반 행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저작자 본인의 동의 여부도 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2. 형법 제314조 제1항, 제313조(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 이 조항은 '위계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 법원의 해석: '위계'란 행위자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착각이나 오해, 또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업무방해죄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해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거나 업무 자체는 계속되더라도 그 적정성이나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에도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교수들이 허위 저서를 자신의 연구업적으로 제출하여 대학교의 교원업적 평가, 승진임용 심사, 재임용 심사 등의 업무의 공정성을 훼손한 행위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교수들이 비록 해당 서적을 제출하여 얻은 업적 점수가 미미하거나 실질적인 승진 이익을 취득하지 못했더라도, 대학교의 교원업적 평가 업무의 적정성 및 공정성이 충분히 방해되었고 업무 자체가 방해될 위험도 충분히 있었다는 점에서 유죄가 인정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분들은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세요.

1. 실질적인 기여의 중요성: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릴 때는 단순히 교정이나 오탈자 수정 정도를 넘어선, 창작적 활동에 대한 실질적이고 독자적인 기여가 있었는지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형식적인 참여나 이름만 올리는 행위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 학술 및 직업윤리 준수: 교육자나 전문가 등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직업군에서는 연구업적을 비롯한 모든 활동에서 정직성이 최우선되어야 합니다. 허위로 업적을 부풀리는 행위는 개인의 명예뿐 아니라 소속 기관의 신뢰를 크게 손상시키고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기관의 업무 공정성 침해: 허위 자료를 제출하여 기관의 평가나 심사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는 설령 그로 인한 개인적인 이득이 미미하거나 당장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해당 업무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4. 법률 위반의 범위 확대: '공표'라는 법률 용어는 단지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 공개된 저작물이라도 내용 변경 없이 저작자를 허위로 표시하여 다시 발행하는 행위 또한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이러한 행위는 저작자 표시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5. 공모의 위험성: 타인의 위법 행위에 동의하거나 이에 편승하여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등의 소극적인 가담 행위도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위법한 제안을 받았을 때는 단호히 거절하고 적극적으로 공모 관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