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지시를 받고 현금 수거책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은행 직원을 사칭한 조직원들의 기망에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저금리 대환대출 상환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총 2,595만 원을 받아 조직에 전달하고, 이 과정에서 위조된 금융기관 서류를 피해자에게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이 정상적인 채권추심 업무를 한 것으로 알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대한 인식이 있었음에도 가담했다고 판단하여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기망책, 관리책, 현금수거책 등으로 이루어진 점조직 형태로 운영됩니다. 피고인은 한 구인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린 후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현금 수금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조직원들은 피해자들에게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여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주겠다거나 기존 대출 상환금을 전달해야 한다는 등의 거짓말로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준비하게 했습니다. 피고인은 이들의 지시에 따라 두 명의 피해자를 만나 각각 880만 원과 1,715만 원을 직접 전달받았고, 피해자 F에게는 위조된 '대출금 일부 중도 상환 확인서'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대한 고의가 있었는지, 즉 자신이 사기 범행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은 정상적인 채권추심 업무라고 생각했을 뿐 보이스피싱 조직의 일원임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인의 행적을 통해 범행 가담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은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인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되,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며,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이 현금 수거 업무를 한다고 알고 있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구인 과정의 비상식성, 직책이나 업체 상호를 확인하지 않은 점, 신분증 제시를 회피한 점, 피해자에게 질문을 회피하고 다그친 점, 위조 서류를 전달한 점, 돈을 여러 계좌에 분산 입금한 점, 대가를 현금으로 받은 방식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범행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최초부터 확정적인 고의가 없었을지라도 특정 시점부터는 자신이 사기 범행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 (사기):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하여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가로챈 행위에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합니다. 피고인이 직접 기망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함께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했음이 인정되어 공모관계에 의한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았습니다.
형법 제231조 (사문서위조):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 또는 도화를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피고인이 피해자 F에게 제시하기 위해 위조된 '대출금 일부 중도 상환 확인서' 파일을 인쇄한 행위에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234조 (위조사문서행사): 위조된 문서를 행사한 자는 해당 문서 위조죄에 정한 형에 처합니다. 피고인이 위조된 '대출금 일부 중도 상환 확인서'를 피해자 F에게 제시한 행위에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37조 전단 (경합범 가중):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이 사건에서는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를 동시에 판결하는 경우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의 장기 2분의 1까지 가중하여 처벌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62조 제1항 (집행유예):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할 경우, 범인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동안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의 자수, 피해자 F에 대한 피해 회복,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이 유리한 양형 사유로 고려되어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형법 제62조의2 (사회봉사명령): 집행유예를 선고할 경우 200시간의 범위 내에서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에게는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고액의 현금을 취급하는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정식 면접이나 근로계약서 없이 전화나 온라인으로만 이루어지는 채용은 보이스피싱 등 범죄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금융기관이나 정부기관을 사칭하여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거나 기존 대출 상환을 요구하며 현금을 직접 전달하라고 하거나, 특정 계좌로 이체를 유도하는 경우는 모두 보이스피싱임을 의심해야 합니다. 돈을 주고받을 때 상대방이 신분증 제시를 거부하거나,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회피한다면 거래를 즉시 중단해야 합니다. 출처가 불분명한 서류를 인쇄하여 타인에게 제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 이는 위조 문서 행사 등 범죄에 가담하는 행위가 될 수 있으므로 절대 응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은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상황의 수상함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계속 범행에 가담한다면 사기 공범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