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원고는 경매를 통해 취득한 토지에 설치된 두 개의 분묘를 철거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B에 대해서는 분묘 관리처분권이 없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했고, 피고 C에 대해서도 제1 분묘에 대한 관리처분권이 없다고 판단하여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다만 피고 C이 관리처분권자로 인정된 제2 분묘에 대해서는 20년 이상 평온하고 공연하게 점유하여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했다고 보아 원고의 분묘 철거 요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가 주장한 분묘기지권 소멸 사유들, 즉 분묘 수호 및 봉사 중단이나 분묘기지권 포기 의사 표시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원고가 경매를 통해 화성시의 묘지 2,516m² 토지를 단독 소유하게 된 후, 해당 토지에 설치된 제1, 제2 분묘에 대해 분묘 연고자인 피고들에게 분묘 개장 및 굴이를 요구하면서 발생한 분쟁입니다. 새로운 토지 소유자가 기존 분묘의 철거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분묘의 합법적인 존속 여부와 분묘기지권의 성립 및 소멸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토지 소유자가 분묘 소유자를 상대로 분묘의 개장 및 굴이를 청구할 수 있는 요건은 무엇인지, 분묘의 관리처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타인 토지에 설치된 분묘의 분묘기지권 시효취득이 성립하는지, 그리고 분묘기지권의 소멸 사유(분묘 수호·봉사 중단, 포기 의사표시)가 인정되는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원고가 피고들에게 제기한 분묘 개장 및 굴이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B이 분묘의 관리처분권을 가졌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또한 피고 C이 제1 분묘의 관리처분권을 가졌다는 증거가 없고 종손이 아니므로 해당 청구도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C이 제2 분묘의 종손이자 관리처분권자임은 인정되었는데, 제2 분묘가 1989년 11월 17일경 설치되어 20년이 경과한 2009년 11월 17일경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가 분묘기지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한 두 가지 이유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첫째, 분묘가 일시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적이 있었더라도 현재 피고 C이 분묘를 수호·관리하고 있고 이장되거나 폐묘된 사실이 없으므로 수호·봉사 중단으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둘째, 이전 토지 소유자가 분묘 이장을 약정했더라도 피고 C의 명확한 포기 의사가 확인되지 않으며, 해당 매매계약이 무효가 된 이상 조건부 포기 의사표시의 효력도 소멸했다고 보아 이 주장 또한 기각되었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분묘 철거 청구의 상대방을 정하는 기준과 분묘기지권의 성립 및 소멸에 관한 법리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1. 분묘 관리처분권: 분묘 철거를 청구할 때에는 해당 분묘의 설치를 책임지고 현재 관리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을 상대로 해야 합니다. 통상 종손이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가 선조의 분묘를 수호·관리하는 권리를 가집니다. 종손이 아닌 사람이 관리처분권을 가지려면, 종손이 제사를 주재하는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중대한 질병, 심한 낭비, 장기간 외국 거주, 생계 곤란, 부모 학대, 분묘 관리 거부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1967. 12. 26. 선고 67다2073 판결, 대법원 1997. 9. 5. 선고 95다51182 판결,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분묘기지권 시효취득: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라도 20년간 평온하고 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분묘가 차지하는 땅)를 점유하면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합니다 (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7912 판결). 민법 제197조 제1항에 따라 점유는 선의, 평온, 공연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분묘 설치 시점으로부터 20년이 지나면 분묘기지권이 취득됩니다.
3. 분묘기지권 존속 및 소멸: 분묘기지권은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며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 유지됩니다 (대법원 1994. 8. 26. 선고 94다28970 판결). 분묘가 멸실되었더라도 유골이 존재하여 분묘의 원상회복이 가능하다면, 일시적인 멸실로 보아 분묘기지권은 소멸하지 않고 존속합니다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5다44114 판결).
분묘기지권 포기의 의사표시는 분묘기지권에 대한 의무자인 토지 소유자에게 해야 하며, 명확한 포기 의사가 필요합니다. 토지 매매 계약 시 분묘 이장을 약정했다 하더라도 분묘기지권자 본인의 명확한 포기 의사가 증명되지 않으면 포기로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포기 의사표시가 해제조건부였다면, 조건이 성취되어 계약이 무효가 되면 포기 의사표시의 효력도 소멸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다14762 판결).
분묘가 설치된 토지를 매입할 때에는 반드시 분묘의 존재 여부와 함께 분묘기지권의 성립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오래된 분묘는 20년 이상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경우 분묘기지권이 시효로 취득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분묘기지권이 성립하면 토지 소유자라도 함부로 분묘를 철거할 수 없으며, 분묘 소유자는 분묘를 수호하고 제사를 지낼 수 있는 권리를 가집니다. 분묘를 철거하려면 먼저 분묘의 관리처분권자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종손이 관리처분권자이지만, 종손이 제사 주재자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다른 사람이 관리처분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분묘기지권은 분묘의 수호와 봉사가 계속되는 한 존속하며, 일시적인 관리 부실이나 분묘의 훼손이 있었더라도 유골이 남아있고 원상회복이 가능하다면 권리가 소멸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분묘기지권 포기는 명확한 의사표시가 필요하며, 토지 매매 계약 시 분묘 이장을 약정했더라도 분묘기지권자 본인의 명확한 포기 의사가 없다면 그 효력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조건부 포기였다면 조건 불성취 시 효력이 소멸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