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회사가 전 대표이사 채권 강제집행을 막으려 한 사건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던 B 주식회사(이하 채무자 회사)가 파산하자, 채무자 회사의 파산관재인인 원고는 전 대표이사 K가 채무자 회사에 대해 받아낸 약정금 및 대여금 지급명령에 기초한 강제집행(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K가 회사의 어려움을 이용해 받아낸 15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약정금 지급명령에 대해서는 파산채권자들의 평등을 저해하는 ‘편파행위’에 해당하므로 파산관재인의 ‘부인권’ 행사에 따라 그 효력이 상실되었다고 판단하여 강제집행을 불허했습니다. 그러나 채무자 회사의 소송 인지대 마련을 위해 K가 실제 대여한 7억 9천만 원 상당의 대여금 지급명령에 대해서는 유효하다고 보아 강제집행 불허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파산채무자 B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A (B 회사의 재산을 관리하고 채권자들에게 공정하게 배분하는 역할을 하는 자)
• 원고 보조참가인: O (B 회사에 대해 양수금 채권을 주장하는 회사), V (B 회사에 대해 구상금 및 대여금 채권을 주장하는 회사이자 과거 도시개발사업의 대주)
• 피고: K (B 주식회사의 전 감사 및 대표이사로, B 회사에 대해 약정금 및 대여금 채권을 주장하는 자)
• 채무자 회사: B 주식회사 (파산선고를 받은 도시개발사업 추진 회사)
• 제3채무자: <주소>시 (B 회사가 손해배상 채권을 가지는 대상)

분쟁 상황

1. 채무자 회사(B 주식회사)는 2009년부터 <주소> 지역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했으나, 2010년~2011년에 걸쳐 <행정구역명>시로부터 시행자 지정 신청이 수차례 반려되는 등 난항을 겪었습니다.
2. 2012년 5월 29일, <행정구역명>시장이 사업 부지에 대한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해제했고, 채무자 회사가 제기한 거부처분 취소소송(관련 행정소송)은 2016년 대법원에서 '소의 이익 없음'을 이유로 최종 각하되었습니다.
3. 채무자 회사는 2012년 11월 26일 <주소>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며, 2017년 7월 28일에는 청구취지를 약 2,511억 원으로 확장하면서 인지대 7억 9,101만여 원을 납부해야 했습니다.
4. 한편, 채무자 회사의 전 감사 및 대표이사였던 피고 K는 채무자 회사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2014년 3월 19일 채무자 회사와 '손해배상금 150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또한, 2017년 7월 28일에는 청구취지 확장으로 인한 인지대 7억 9,101만여 원을 채무자 회사에 연 15% 이자로 대여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실제로 송금했습니다.
5. 피고 K는 2017년 12월 18일 위 대여금 채권을 근거로 '이 사건 제1지급명령'을, 2018년 3월 28일 위 150억 원 손해배상 합의를 근거로 '이 사건 제2지급명령'을 각각 받았습니다.
6. 이후 피고 K는 2018년 4월 이들 지급명령에 기초하여 채무자 회사의 <주소>시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 합계 약 200억 원 규모의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았습니다.
7. 2019년 5월 17일 채무자 회사가 파산을 선고받고 원고 A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자, 원고는 피고 K의 채권 신고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 사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면서 피고 K가 얻은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과 손해배상 합의에 대해 파산법상 '부인권'을 행사했습니다.

핵심 쟁점

1. 피고 K가 채무자 회사의 유일한 재산인 손해배상채권에 대해 얻은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파산관재인의 부인권 행사 대상이 되는지 여부
2. 피고 K와 채무자 회사 간의 150억 원 손해배상 합의가 정당한 근거 없이 채무를 증가시킨 사해행위 또는 편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3. 피고 K가 채무자 회사에 대여한 7억 9천여만 원의 대여금 채권이 이사회 승인 없이 이루어진 자기거래로 무효인지 여부

법원의 판단

1. 피고 K가 B 주식회사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차전1026322 약정금 사건의 지급명령(이 사건 제2지급명령)에 기초하여 진행한 강제집행은 이를 불허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이 사건 제1지급명령에 기초한 강제집행 불허)는 기각한다.
3. 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제1항 기재 지급명령의 집행력 있는 정본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정지한다.

결론

법원은 파산 회사의 전 대표이사가 파산 직전 자신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이용해 합리적인 근거 없이 대규모 채권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은 행위는 파산채권자들 간의 평등한 배당을 해치는 '편파행위'에 해당하므로 파산관재인의 '부인권' 행사로 무효가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필수적인 소송 비용 마련을 위해 실제로 대여하고 명확한 근거가 있는 채권에 대해서는 강제집행을 허용함으로써, 채권의 성격과 거래의 공정성에 따라 파산 절차에서의 효력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 제391조 (부인의 대상): 이 조항은 파산채권자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알고 한 행위를 부인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채무자의 재산을 감소시키는 '사해행위'뿐만 아니라, 특정 채권자에게만 유리하게 하여 다른 채권자들 사이의 공정한 배당을 방해하는 '편파행위'도 포함됩니다.
   • 사례 적용: 이 사건에서 피고 K가 채무자 회사의 전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받아낸 150억 원의 손해배상 합의는 채무자 회사가 이미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합리적 근거 없이 채무를 증가시킨 행위로 판단되어, 파산채권자들의 평등을 저해하는 편파행위로 인정되어 부인권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2. 채무자회생법 제395조 (집행행위에 대한 부인권): 이 조항은 부인권이 이미 집행력 있는 집행권원이 있거나 강제집행 절차에서 이루어진 행위에 대해서도 행사될 수 있음을 명시합니다.
   • 사례 적용: 피고 K가 채무자 회사의 손해배상채권에 대해 받은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은 강제집행 절차에 해당하지만, 위 150억 원 채권이 편파행위로 부인됨에 따라 이 전부명령 또한 부인권 행사로 그 효력이 소급하여 상실되었습니다.
3. 상법 제398조 (이사와 회사 간의 거래): 이 조항은 이사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와 거래함으로써 회사나 주주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사와 회사 간의 거래 시 이사회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회사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사회 승인이 필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
   • 사례 적용: 피고 K가 채무자 회사의 필수적인 소송 인지대 마련을 위해 대여한 7억 9천여만 원의 경우, 이자 약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존속을 위한 필수적인 지출이었고 회사에 불이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어 이사회 승인이 반드시 필요한 거래로 보지 않았습니다.
4. 채무자회생법 제466조 제1항 (파산관재인의 소 제기): 파산관재인은 파산채권자의 채권에 대해 이의가 있는 경우, 그 채권을 부인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 사례 적용: 원고(파산관재인)가 피고 K의 파산채권 신고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 사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한 법적 근거가 됩니다.

참고 사항

1. 회사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기 전, 특정 채권자가 회사의 재산을 독점적으로 확보하려는 시도는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채권자들 사이의 평등한 배당을 저해하는 '편파행위' 또는 '사해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2. 특히, 회사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특정 채권자(예를 들어 전 임원이나 특수관계인)에게만 유리하게 이루어진 채무 증대, 담보 설정, 변제 등의 행위는 파산관재인의 부인권 행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거래는 그 정당성과 합리적인 사유를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강제집행 절차에서 이미 확정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과 같은 집행행위도 파산관재인의 부인권 행사를 통해 그 효력을 소급하여 상실할 수 있습니다. 이미 집행이 완료되었다고 해서 파산법상 부인권 행사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4. 이사와 회사 간의 금전 거래는 이사회 승인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상법 제398조는 이사가 회사와 거래할 때 회사의 이익에 불이익이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 이사회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회사의 필수적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대여와 같이 회사에 불이익이 생길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사회 승인이 필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