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A 주식회사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판매하던 중 해당 펀드의 운용사가 환매 중단을 통보하고 펀드 자산이 투자제안서와 다르게 운용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A 주식회사가 펀드 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준법감시인에게 문책 요구 처분을 내렸습니다. A 주식회사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금융감독원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A 주식회사는 2019년 6월 13일부터 2020년 5월 21일까지 투자금액 합계 약 6,700억 원 규모의 'C 크리에이터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펀드를 판매했습니다. 2020년 6월 18일, 펀드 운용사인 C는 A 주식회사 등 판매사들에게 펀드의 환매 중단을 통보했습니다. 이후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펀드는 투자제안서에 기재된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비상장기업의 사모사채'에 편입되었고, 모집된 투자금은 부동산 개발사업, 개인의 주식·파생상품 투자 등 위험자산에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2024년 1월 4일 A 주식회사의 준법감시인 D에게 ① 운용사 심사기준 미비, ② F위원회 심의결과 확인 및 재심의 절차 미비, ③ 신탁계약서와 투자제안서 비교·검증 절차 미비 등을 이유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문책 요구 처분을 내렸습니다. A 주식회사는 이 처분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회사가 펀드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법령에서 요구하는 내부통제기준을 적절하게 마련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A 주식회사가 ① 운용사 심사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고, ② 신규 상품 출시 승인을 위한 위원회(F위원회) 심의 결과에 대한 확인 및 재심의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으며, ③ 투자자에게 교부되는 신탁계약서와 투자제안서의 내용을 비교·검증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아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금융감독원장이 A 주식회사의 준법감시인 D에게 내린 문책 요구 처분(기관경고등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금융감독원장)가 부담합니다.
법원은 A 주식회사가 문제된 세 가지 사유(운용사 심사기준, 위원회 심의 확인/재심의 절차, 신탁계약서-투자제안서 비교·검증 절차)에 대해 법령에서 요구하는 내부통제기준을 이미 마련하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행정처분의 명확성 원칙을 강조하며, 금융감독원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지나치게 세부적이고 지엽적인 사항까지 요구하거나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설령 실제 판매 과정에서 실질적인 심사가 미흡했거나 정보 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이는 이미 마련된 내부통제기준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문제이지, 기준 자체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4조 (내부통제기준): 금융회사는 법령 준수, 건전 경영, 주주 및 이해관계자 보호를 위해 임직원이 지켜야 할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법 조항은 내부통제기준의 목적과 대략적인 내용을 규정하며, 세부 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합니다. 구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 (구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19조 (내부통제기준 등):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4조 제1항에 따라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내부통제기준에 포함되어야 할 13가지 세부 사항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업무 분장, 임직원의 준수 절차, 이사회/임원/준법감시인의 역할, 정보 전달 체계 구축 등이 포함됩니다. 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제11조 및 [별표 2], [별표 3]: 시행령의 위임을 받아 내부통제기준에 포함해야 할 구체적인 사항과 내부통제기준의 '설정·운영' 시 준수해야 할 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 [별표 2]는 내부통제기준이 모든 업무 활동을 포괄하고 문서화되어야 하며, 법규 위반 방지를 위한 교육 및 점검 절차를 포함해야 함을 명시합니다. [별표 3]은 내부고발자 제도, 직무 분리 기준, 금융상품 개발 및 판매 절차 등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규정합니다. 법치국가의 원리 및 명확성의 원칙: 법치국가에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법령의 구성요건이 명확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법규범은 수범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주고, 법 해석 및 집행 기관의 자의적인 법 집행을 배제해야 합니다. 침익적 행정처분의 엄격 해석 원칙: 처분 상대방의 권익을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침익적 행정처분은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그 근거 법규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합니다.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 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해서는 안 되며, 이는 문언의 가능한 범위 내에서 체계적 및 목적론적 해석이 허용된다는 의미입니다. 본 판결에서 법원은 이 원칙에 따라 금융감독원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해석이 너무 광범위하고 세부적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와 준수 의무의 구분: 금융회사는 법령에서 요구하는 내부통제기준을 형식적으로만 갖추는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 내부통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준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데도 임직원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경우(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와 기준 자체가 미비하여 문제가 발생한 경우(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는 명확히 구분됩니다. 금융당국의 제재는 후자에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내부통제기준의 범위와 명확성: 내부통제기준은 법령 준수, 경영 건전성, 주주 및 이해관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지만, 지나치게 세부적이거나 지엽적인 사항까지 모두 명시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 회사의 조직 구조와 의사결정 과정에 따라 적절한 수준에서 실효성을 갖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며, 행정기관의 해석이 과도하게 확장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내부통제기준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수준이어야 하며, 자의적인 판단을 배제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절차를 포함해야 합니다. 다층적 심의 및 검토 시스템의 중요성: 신규 금융상품 출시 시에는 다수의 부서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 심의, 상급자의 보고 및 결재 등 다층적인 검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특정인의 독단적인 결정을 방지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상품의 위험성과 적정성을 평가하여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기여합니다. 문서화된 기준과 정기적 재검토: 모든 내부통제기준 및 관련 절차는 문서화되어야 하며, 법규 개정이나 시장 상황 변화 시 즉각적으로 수정되거나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이는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자의적인 법 집행을 배제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실사 및 검증 절차의 내재적 한계 인식: 운용사 실사와 같은 외부 정보 의존적인 절차의 경우, 판매사가 정보에 직접 접근할 권한이 제한적일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러한 내재적 한계를 고려하여 실사 기준을 수립하고 보완적인 검증 절차를 마련해야 합니다. 정기 종합검사 결과의 참고: 금융감독원의 정기 종합검사에서 내부통제기준 설정·운영의 적정성을 양호하게 평가받은 이력이 있다면, 이는 해당 기준이 어느 정도 실효성을 갖추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