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건설 현장 일용직 근로자가 약 3m 높이에서 안전 현수막 해체 작업을 하던 중 추락하여 머리를 다쳤고, 약 19일 후 뇌간 내 출혈로 사망하였습니다. 망인의 유족은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보아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사망과 재해 간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여 지급을 거부하였습니다. 유족은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법원은 추락 사고로 인한 외상, 추락 과정에서의 흥분, 업무 강도 및 환경 변화 등이 망인의 뇌간 내 출혈 발생 또는 악화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유족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망인 B는 2020년 12월 4일 서울 강서구의 신축 공사 현장에서 약 3m 높이의 사다리 위에서 안전 현수막 해체 작업을 하던 중 중심을 잃고 철골 H-빔 위로 추락하여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망인은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2020년 12월 23일 뇌간 내 출혈로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자녀인 원고 A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사망 원인과 재해 경위 간의 의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심사청구와 재심사청구를 거쳤으나 모두 기각되자, 최종적으로 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원고는 추락으로 인한 외상이 뇌간 내 출혈의 직접 원인이거나, 추락 과정에서의 극심한 흥분 및 놀람이 출혈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을 가능성, 혹은 높은 곳에서의 작업, 업무 강도 상승, 추운 날씨 등 업무 환경 변화가 출혈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습니다.
건설 현장 작업 중 추락하여 사망한 근로자의 경우, 추락 사고 자체나 업무 환경 변화가 사망 원인인 뇌간 내 출혈의 발생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망인의 사망과 업무상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은 적법하다고 결정하였습니다.
법원은 추락 사고로 인한 외상 정도, 추락 시의 극도의 흥분 가능성, 업무 강도 및 작업 환경의 영향이 뇌간 내 출혈의 발병 또는 악화에 충분한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망인의 기존 고혈압 등 내재적 요인에 의한 발병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 인정 기준이 적용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이 조항은 '업무상의 재해'를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로 정의하며,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함을 핵심 요건으로 명시합니다. 이는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다가 다치거나 사망했다고 해서 무조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고나 질병이 업무와 관련성이 충분히 입증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상당인과관계의 증명 책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 즉 유족이나 근로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이 증명은 단순히 추측이나 가능성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근거를 통해 인과관계가 합리적으로 추단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야 합니다.
증명의 정도와 방법: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적인 증거나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해당 근로자의 건강 상태, 기존 질병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근무 환경 등 다양한 간접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될 수 있을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 발생이나 악화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사적인 생활 요인이 관여되어 있어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까지 곧바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사고가 발생했거나 업무가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는 추측만으로는 부족하며, 의학적 소견과 당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합니다. 특히 뇌출혈과 같이 기저질환(예: 고혈압)이 있는 경우, 업무상 스트레스, 과로, 사고 등이 질병을 악화시켰음을 증명하려면 객관적인 근로 시간 기록, 업무 내용, 작업 환경(기온 등), 사고 직후의 의료 기록, 목격자 진술 등을 상세히 확보하고, 이러한 요인들이 질병에 미친 영향에 대한 전문가의 구체적인 의학적 감정 결과가 필요합니다. 사고 당시의 두부 외상 정도와 사망 진단서의 사망 원인 간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의학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며, 추락과 같은 순간적인 상황에서 '극도의 흥분'이 질병 발병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그 짧은 시간 안에 신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학적 타당성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