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주유소를 운영하는 A는 직원 B에게 급여 지급을 위해 특정 은행 계좌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B는 계좌가 압류되었다며 제출하지 않고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B는 자신이 부당하게 해고되었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A가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부당해고라고 판정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B의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원직 복직 구제이익이 소멸하였고, A의 일방적인 해고 의사표시가 없었으므로 해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했습니다.
원고 A는 2019년 6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주유원 B와 근로계약을 맺고 주유소를 운영했습니다. 2019년 6월 12일, 원고 측은 B에게 급여 지급을 위해 주거래 은행인 E은행 계좌 제출을 요청했으나, B는 자신의 E은행 계좌가 압류되었다며 이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B는 다음 날부터 주유소에 출근하지 않았고, 약 한 달 후인 2019년 7월 22일 원고가 자신을 부당하게 해고했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가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라고 판정하고 원직 복직과 임금 상당액 지급을 명령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B가 자진 퇴사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고 원고에게 근로관계 종료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된 상황에서 부당해고 구제신청 시 원직 복직 구제이익이 소멸하는지, 그리고 특정 은행 계좌 제출 요구 후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은 상황을 사용자의 해고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중앙노동위원회가 2020년 2월 24일 원고 A와 B 사이의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했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인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B의 근로계약 기간 만료로 인한 원직 복직 구제이익 소멸과 A의 일방적인 해고 의사표시가 부재하다는 이유로, B에 대한 해고가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취소했습니다.
이 사건은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제도 및 해고의 존재 여부 판단, 그리고 부당해고 구제이익의 범위에 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해고의 정의 및 존재 여부 (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4두10548 판결 등 참조): 법원은 '해고는 근로관계 종료 원인 중의 하나로 사업장에서 실제로 불리는 명칭이나 그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따라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 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고 판시합니다. 즉,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해고한다'고 말하지 않았더라도 근로자의 의사와 달리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켰다면 해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급여 지급을 위한 특정 은행 계좌 제출 요구는 임금 지급 방식에 관한 문제일 뿐, 원고가 근로관계를 종료하겠다는 해고의 의사표시를 명확히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오히려 B가 의도적으로 E은행 계좌를 제출하지 않고 근무를 종료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해고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2. 부당해고 구제이익의 범위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두5238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근로계약기간 만료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 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은 유지됩니다. 다만, 원직 복직을 구하는 부분에 대한 구제이익은 소멸합니다. 본 사건에서 B는 근로계약 기간 만료 이후에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이루어졌으므로, 원직 복직 구제이익은 소멸하고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이익만 유지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원직 복직을 명한 부분을 취소하지 않고 재심신청을 전부 기각한 것은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근로계약 기간이 정해진 근로자가 해고 구제 신청을 하는 경우, 만약 근로계약 기간이 이미 만료되어 원직 복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면, 원직 복직을 구하는 부분에 대한 구제이익은 소멸하고 해고 기간 중 받지 못한 임금 상당액을 청구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구제이익이 인정됩니다. 해고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근로자의 자진 퇴사로 볼 수 있는 상황에서는 해고가 있었다고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급여 지급 방식과 관련된 문제는 임금체불로 이어질 수는 있으나, 그 자체가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려는 해고 의사표시로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근로관계 종료 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근로관계 종료의 원인 및 의사를 명확히 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